"포털, 수사기관에 정보 줘도 배상책임 없다" 대법 판결에

개인정보 무차별 제공 우려 확산 '후폭풍'
영장 없이도 수용하나 '논란'
네이버 "사회적 합의 없이
요구 응하지 않을 것"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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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법원의 '경찰에 개인 정보 등 통신자료를 제공한 네이버의 손해배상 책임 의무가 없다'는 판결을 놓고, 앞으로 수사기관에 개인정보가 무작위로 제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검·경 등 수사기관이 영장 제시 없이 포털의 개인회원 정보를 요구하면 포털이 응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앞서 대법원 제1부(대법관 김소영)는 지난 10일 회원의 신상정보를 경찰에 무단으로 제공한 네이버에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깨고, 네이버가 회원에게 배상할 책임은 없다고 판결했다.

사건은 지난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차모 씨(36)는 2010년 3월 당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 씨를 포옹하려다 거부당한 것처럼 보이게 한 이른바 '회피 연아' 동영상을 네이버 카페에 올렸다. 동영상이 화제를 모으자 유 전 장관은 차 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이 과정에서 네이버는 익명 게시판에 글을 올린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종로경찰서에 넘겨줬다.

이에 서울고등법원은 2012년 "네이버가 차 씨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또는 익명 표현의 자유를 위법하게 침해해 손해를 입혔으므로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며 차 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은 "전기통신사업자(네이버)는 수사기관이 형식적·절차적 요건을 갖춰 통신자료 제공을 요청할 경우 원칙적으로 이에 응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원심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파기 환송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로 네이버도 카카오처럼 '수사기관에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번복 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앞서 카카오는 2014년 10월 "수사기관의 감청 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을 1년 만에 뒤집고, 지난해 10월 검찰의 수사정보 제공 요구를 제한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전기통신사업자들이 수사기관이 영장 제시 없이 개인 회원들의 신상정보를 요구할 때 응해야 한다는 판결은 아니다"며 "수사기관에 개인정보가 무차별 제공되는 걸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이버는 공식입장을 통해 "사회적 합의가 형성될 때까지는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제공 요구에는 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영장에 의한 청구는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가 말한 사회적 합의란 이번 대법원 판결의 기초가 된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의 수정이다. 이 조항은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제공 요청이 있을 때 전기통신사업자는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 조항은 사업자가 요청에 반드시 응해야 할 의무가 있는지 명확하게 고지하지 않고 있다"며 "전기통신사업자의 통신자료 제공 제도 전반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빨리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채희기자 poof3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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