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망원경 지름 500m… 중국 `과학굴기` 주목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603/2016030402103551607001[1].jpg "[시론] 망원경 지름 500m… 중국 `과학굴기` 주목해야")
지난해 투유유 교수가 중국 국적 과학자로는 처음으로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중국은 경제뿐만 아니라 과학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이한 점은 투유유 교수가 노벨상을 수상하기 전까지는 박사학위도 없고, 원사칭호도 없으며, 해외유학 경험도 없는 이른바 삼무(三無) 학자였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투 교수는 '개사철쭉연구를 통한 말라리아 퇴치 연구'라는 한 우물을 파오면서 동서 약품의 결합을 통해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고 중국인들은 투유유 교수의 생애와 업적을 대대적으로 소개하며 과학굴기에 나선 분위기다.
최근 천문우주 잡지 '스카이 & 텔레스코프' 보도에 의하면, 중국은 지름이 500m인 전파망원경(FAST, Five-hundred metre Aperture Spherical Telescope) 건설을 추진해 이미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전파망원경은 우주에 퍼져있는 별과 같은 천체에서 방출되는 전파를 수신하는 장치로 수억 광년처럼 떨어진 먼 곳에서 오는 미약한 신호까지 모아 측정하는 대형 시설이다. 중국은 이를 통해 우주의 심연을 들여다보며 외계에 존재할 수도 있는 지적 생명체 탐사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멀고 광활한 천체로부터 오는 미약한 전파 신호를 측정·분석하려면 거대한 집광장치가 필요한데, FAST는 축구장 30개 크기 면적을 4450개나 되는 알루미늄 반사판으로 채우고 페타급 이상의 슈퍼컴퓨터를 갖춘 거대과학 장치다. 중국이 세계의 제조공장을 넘어서 기초과학 분야의 선두주자가 되겠다는 의지가 이 천체 망원경에 잘 반영되어 있다.
중국은 이미 경제에서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대 강국으로 성장했으며, 초강대국인 미국에 대국굴기의 도전장을 내고 있다. 굴기란 "크게 일어난다."라는 뜻으로, 한 나라가 세계를 호령할 만큼 강대국으로 우뚝 선다는 '대국굴기'에서 유래된 말이다. 강대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공통요소로는 과학과 교육의 중시, 그 나라에 맞는 정치·제도 수립과 정책의 추진, 그리고 이를 통한 사상·문화의 가속적 현대화를 꼽을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중국은 이미 과학 강국이며, 세계 1등 과학국가를 지향하고 있다.
중국의 대국굴기는 단순한 구호에 그치고 있지 않다. 양탄일성(兩彈一星) 전략으로 핵탄(원자탄과 수소탄), 도탄(미사일)과 위성(인공위성) 개발에 성공했고 2008년 선저우(神舟) 7호를 발사해 미국, 러시아 다음으로 세 번째 우주유영에 성공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으며 인류 최초의 달 뒷면 착륙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심 7000m까지 탐사할 수 있는 유인 심해잠수정도 운영하기 시작했다. 물리학 분야의 굴기도 한창이다. 2년 전에 그 존재가 확인된 힉스입자 연구와 함께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세계 최대의 입자가속기 건설에 들어갔다. 원자보다 작은 아원자 입자를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충돌시켜 빅뱅을 재현하는 이 시설은 힉스입자를 발견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 있는 것보다 두 배 이상 클 것이라고 전해진다. 최근 중력파 연구를 위해 우주정거장에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계측기(LIGO)를 설치하는 등 소위 '텐친(天琴)계획'도 가동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21세기 과학굴기의 길을 찾아가는 중국의 행보를 눈여겨봐야 한다. 과학자에게는 국적이 있으나, 과학기술에는 국경이 없다. 과학자들은 학술적으로 중요한 문제를 풀고 싶어 하고,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곳에 모인다. 다수의 우수 과학자들이 중국의 과학굴기에 동참해 연구를 진행하려 할 것이다. 이런 우수한 인재들은 과학적으로 중요한 문제의 해답을 찾을 것이고, 중국은 과학 분야를 선도하는 나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도 또 다른 도약을 위한 과감한 시도를 할 때이다. 비단 경제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측면에서도 중국은 우리의 턱 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과학입국, 기술자립'의 정신으로 열심히 달려온 한국은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루며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나 현재 각종 정치적 이슈로 인해 과학기술 관련 정책은 답보상태다. 중국의 과학굴기에서 보듯, 과학정책은 긴 안목으로 기초체력을 튼튼하게 키우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 기초과학분야는 연구성과를 금전적으로 명료하게 계산하기 어렵고 자원을 많이 투자한다고 해서 효과적인 것도 아니다. 그러나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이 정체된 상황에서는 연구 자체의 진행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기초과학 분야에서 중국 과학발전의 그림자가 한반도에 서서히 드리우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명심해야 할 것이다.
금동화 KIST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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