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산책] ICT강국과 `인터넷 사기 공화국`](http://contents.dt.co.kr/images/201603/2016030202103851607001[1].jpg "[디지털산책] ICT강국과 `인터넷 사기 공화국`")
사이버범죄, 특히 인터넷사기를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좀 답답하다. 왜 이렇게 쉽게 사기를 당하는 것일까. 사기범의 단속을 위한 대응책은 많이 강구되고 있지만, 피해자의 피해방지 방안은 그다지 마땅한 것이 없다. 그저 피해당하지 않도록 좀더 주의하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인터넷사기란 인터넷을 통한 모든 사기를 가리키므로, 따라서 사기를 목적으로 하는 한 인터넷피싱, 인터넷파밍, 보이스피싱, 스미싱, 소셜커머스사기, 인터넷 중고거래사기 등 모든 것이 다 이에 해당된다. 인터넷사기는 형법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중대한 범죄다.
인터넷사기 가운데 가장 원시적인 사기가 바로 중고거래사기다. 인터넷상 중고거래사기는 거래의 협상을 인터넷으로 한다는 것일 뿐 일반적인 중고물품 사기와 전혀 다름이 없다. 현실공간에서의 중고물품사기는 물품을 보여주지 않고서는 사기를 치기가 힘들지만, PC나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인터넷상 물품사기는 직접 물건을 보여줄 수 없으므로 사기피해를 당하기 매우 쉽다. 물품의 사진을 찍어서 보여주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이 진짜 물품사진인지 인증하기 어렵고 합성사진인 경우도 최근 많아지고 있다.
중고거래사기의 과정은 너무나 간단하다. 인터넷상 진실한 판매자인 것처럼 위장한 후 거래가 이뤄지면 돈만 받고 물건을 안 보내거나 혹은 다른 쓸모없는 물건을 보내기도 한다. 반대로 물건을 보냈는데 돈을 안 보내는 경우도 당연히 사기임에 틀림없다. 인터넷 중고거래시장의 규모는 대략 10조 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중고거래시장이 활성화된 이유는 경제불황에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현재 유명 중고거래사이트인 '중고나라'의 회원수가 1400만 명을 넘는다고 하니 국민 네 명 가운데 한 명이 회원인 셈이다. 거래시장이 크니 사기피해자도 급속히 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중고거래사기 신고건수가 2014년 4만6000여 건에서 2015년 들어 10월까지 6만3000여 건으로 37%나 증가했고, 피해금액이 적어 신고되지 않은 경우까지 포함하면 실제 피해건수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중고거래사기 피해를 당하는 첫째 이유는 물건의 가격이 매우 싸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물이 지나치게 싼 가격에 올라왔을 때는 일단 의심부터 하고 물품의 진위를 확인해야 한다. 판매자의 전화번호나 계좌번호를 알면 사기피해조회사이트인 '더치트' 등을 통해 조회해 봐야 한다. 조회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안심하기는 이르다. 가장 안전한 거래방법은 대금결제시 유니크로 등 안전거래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이다. 안전거래는 물품의 대금을 지급함에 있어서 매수자로부터 판매자에게 바로 대금결제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매수자가 물품인도를 받고 확인을 해 준 후에야 대금결제가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에스크로제도로 알고 있는 것이 바로 이와 같은 결제대금예치제도인 것이다.
안전거래사이트는 판매자와 매수자가 함께 가입한 후에 약간의 수수료를 내고 이용해야 하므로 거래시에 불편을 느낄 수 있다. 만일 이 제도를 이용하기 곤란하다면 최후로는 직거래를 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판매자를 만나 물건을 직접 보고 확인한 후에 대금을 지급하면 최소한 매매과정에서의 사기피해는 입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도 물품의 하자까지 담보되는 것은 아니므로 역시 주의해야 한다.
중고물품을 산다는 것은 완전한 물품이 아니라는 인식이 전제돼야 한다. 중고물품을 사면서 새 물품으로 착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거래과정에서의 사기만큼은 절대로 당해서는 안 될 일이다. 단지 귀찮다는 이유로 안전한 제도와 절차를 외면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매수인, 즉 피해자의 몫이다. 아울러 만일 사기피해를 당한 경우에는 비록 적은 금액의 사기라도 반드시 경찰에 신고해 동일한 피해를 입는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이버범죄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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