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HV 20개 권역서 점유율 1위… 합병시 정치적 영향력 우려도
SKT "법·제도적 안전장치 존재… 특정사업자 여론 왜곡 불가능"
SKT "법·제도적 안전장치 존재… 특정사업자 여론 왜곡 불가능"
■ 긴급점검 SKT-CJ헬로 M&A, 어떻게 볼 것인가
(3) 방송산업 영향과 방송 공정성 논란
방송은 다른 산업과 달리 공공성이 강조되는 분야다. 우리 사회 여론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역시 마찬가지다. '통신사가 케이블TV를 먹어버렸다'는 산업적 의미는 차치하고라도, 지역 여론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지역 방송사업자(케이블TV)를 장악한다는 측면에서 여러 가지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 최근 학계와 업계 안팎에서는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따른 방송 공정성 훼손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역 여론 독과점이냐, 지역방송 활성화냐=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인수합병 후에도 지역 채널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KT, LG유플러스 등 합병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지역 여론 독과점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케이블TV는 전국에 동일한 방송을 내보내는 IPTV, 위성방송과는 달리 태생부터 지역을 기반으로 한다. 전국을 78개 사업권역으로 나눠, 지역에서 저마다 방송서비스를 제공하게 한 것이다. 권역에 따라 독점적 지위를 보장해 주는 곳도, 여러 개의 케이블TV 사업자가 경쟁하는 곳도 있다. 특히 IPTV와는 달리 지역 정보를 제공하거나, 선거방송이 가능한 지역 채널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 중 CJ헬로비전은 수도권, 영남, 강원도 등 전국 23개 사업권역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가입자 수도 416만명으로, 케이블TV 업계 1위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해 IPTV 가입자 335만명의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한다면, 전체 유료방송 시장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26% 수준이 된다. 단숨에 위성방송과 IPTV를 가진 KT군(29%)에 이은 유료방송 2위 사업자로 올라서게 된다. 이들이 합병 한다 해도 전체 점유율로만 보면 독과점 등 별다른 문제는 없다. 특정 계열 사업자의 점유율을 33%로 제한하는 유료방송 시장점유율(합산규제)에도 걸릴 것이 없다.
그러나 지역으로 오면 상황이 달라진다. 현재 CJ헬로비전은 20개 권역에서 점유율 1위, 17개 권역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KT, LG유플러스 등 반대 진영에서는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이 합병할 경우, 지역에서의 점유율이 평균 67%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SK그룹이 케이블TV 지역채널을 이용해 지역의 여론을 독과점하거나, 상시적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선거방송을 통해 지역 여론에 영향을 미치거나, 특정 이슈가 발생했을 때 의도적으로 노출빈도를 조정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지역 채널을 운영하는 케이블TV사는 선거 기간에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 감독 아래 선거 토론방송 등을 내보내야 한다. 당장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공정성 시비가 커지고 있다. CJ헬로비전 23개 권역에서는 선출되는 국회의원 수는 무려 76명에 달한다. 이는 전체 지역구 의원 246명 중 3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시·도 지사 11명, 구·시·군장 87명, 시·도의원 227명, 구·시·군 의원 916명까지 합치면 1317명이 선출되는 것이다.이 때문에 이번 인수합병 심사를 4월 총선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심영섭 한국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에 따라 지역 채널을 소유하게 되면 지역 방송의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영향력이 큰 지역 채널을 재벌그룹인 SK가 소유하는 것에 대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SK텔레콤은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미 현행 방송법에서 지역 채널의 보도·해설·논평 등을 제한하는 등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법·제도적 안전장치가 이미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SK텔레콤은 지역 채널의 선거방송 역시, 선관위의 지휘를 받아 유권자에 올바른 정보제공을 위해 제공하는 것이지 특정 사업자가 선거방송 개입을 통해 여론을 왜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정회경 서울미디어대학원대 교수도 "선거토론 방송의 경우, 지역채널은 단순 방송 전달자 역할일 뿐, 자세한 운영은 선거관리위원회가 직접 한다"고 말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또 "방송 권역별 점유율 규제는 이미 폐지됐고, 전국 단위의 유료방송 점유율 합산규제만 적용하고 있다"며 "이미 CJ(CJ헬로비전), 태광(티브로드), 현대(현대HCN) 등 대기업이 지역 채널을 제공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 '방송법+IPTV법' 통합방송법, 인수합병 심사 변수될까=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반 SK텔레콤 진영에서는 앞으로 시행될 통합방송법을 고려해 인수합병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통합방송법은 현행 방송법과 IPTV법을 통합한 법으로, '동일서비스, 동일규제'를 원칙으로 한다. 방송법에서는 IPTV, 위성 등 전국 방송사업자의 지역 방송사업자(케이블TV)의 지분 소유를 33%로 제한한다. 하지만 IPTV법에서는 이러한 제한이 없다.
반 SK텔레콤 진영은 통합방송법의 취지를 고려했을 때,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허용한다면 전국사업자의 지역 사업자 지분 소유는 33%로 제한한다는 법 조항을 어기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쉽게 말해 통합방송법이 이동통신사의 케이블TV사 지분 소유 규제 내용을 담을 가능성이 있는데, SK텔레콤이 규제를 미리 빠져나가는 것을 정부가 허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반면 SK텔레콤은 "통합방송법의 취지는 유료방송의 규제 체계를 일원화, 체계화하기 위한 것일 뿐 추가 규제를 도입하려는 게 아니다"며 "만약 소유 겸영이 제한된다면, 당장 KT가 KT스카이라이프 지분을 처분해야 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통합방송법은 지난해 11월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그러나 19대 국회 임기가 끝나감에 따라 법안 통과 시기는 장담할 수 없다. 최근에는 국회 등에서도 통합방송법 통과 이후 인수합병 심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통합방송법에는 IPTV, 케이블TV, 위성방송 등이 모두 언급돼 있으나, 구체적인 지분 제한 등에 대해서는 법안의 국회 통과 후, 정부의 시행령 제정 작업에서 정해진다.
정호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방송통신 시장에 막대한 영향력 미칠 인수합병 인가를 성급히 결정하면 안 된다"며 "통합방송법 이후로 심사를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통합방송법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법이기 때문에 당장 심사에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윤희기자 yu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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