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샷법' 국회 통과
지주사 전환 유예 연장
증손회사 지분 완화 등
재계 '수혜' 기대감
지주사 전환 유예 연장
증손회사 지분 완화 등
재계 '수혜' 기대감
◇ '원샷법' 국회 통과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안(원샷법)이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삼성과 현대차 등 재계의 사업재편·지배구조 강화 움직임이 빨라질 전망이다.
원샷법이 통과하면서 가장 수혜를 볼 그룹은 재계 1위인 삼성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경영 공백 이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승계 작업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지만, 중간 금융지주회사 설립과 사업재편, 그룹 지주회사 전환 여부 결정 등 당면한 과제가 아직 남아있다.
특히 삼성생명이 삼성전자가 보유하던 삼성카드 지분 37.45%를 인수하는 등 지배구조 재편과 중간 금융지주회사의 토대를 마련한 삼성은 이번 원샷법 통과로 지주사 전환에 따른 지분 처분 시한을 기존 2년에서 1년 더 연장할 수 있다.
삼성은 아직 금산 분리법 개정안의 통과 여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일단 시간을 번 만큼 주식가치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삼성생명에 있는 삼성전자, 호텔신라 등 비금융계열사의 지분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삼성생명이 삼성카드의 지분 72%를 보유해 주주총회를 열지 않고도 삼성카드의 간이분할합병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여러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기회 중 하나다.
아울러 자동차 전장부품 등 5대 신수종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삼성전자의 전장부품팀과 삼성SDI, 삼성전기의 자동차 부품 관련 부서를 소규모로 나눠 신설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이 절반으로 줄고 대신, 합병 등을 추진하는 회사의 주식매입기간이 1개월에서 3개월로 늘어나면서 과거 삼성물산 통합 과정에서 불거졌던 엘리엇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늘어난 점도 이후 삼성그룹의 추가 사업재편에 도움이 된다.
현대차 역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40%의 지분을 보유한 현대글로비스를 활용한 지주회사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를 물적분할해 글로비스와 합병하면서 정 부회장의 지배력을 키우거나, 현대차가 물적 분할로 자회사를 만들어 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안 등 여러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다만 정부와 정치권은 원샷법을 과잉공급 분야 기업에만 제한적으로 적용하고,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강화 목적의 재편계획은 승인을 받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지원금의 세 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한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사업재편과 경영권 승계의 기준이 모호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SK그룹의 경우 증손회사 지분율 완화로 주력 계열사인 SK하이닉스의 사업 확대를 노릴 수 있고, SK증권의 매각 여부를 결정하는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 원샷법의 수혜가 예상된다. 특히 지주회사의 증손회사에 대한 의무 보유 지분율이 현재 100%에서 50%로 낮아지면서 손자회사에 해당하는 SK하이닉스가 인수·합병(M&A)에 나설 수 있는 부담이 줄었다. 아니면 SK텔레콤을 인적분할해 지주회사인 SK로 합병, SK하이닉스를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끌어올리는 방법도 있다.
아직 한화그룹 등 아직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은 재계 역시 삼성과 마찬가지로 지주회사 전환과 경영권 강화, 중간 금융지주회사 전환 등의 작업을 추진할 동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최근 공급과잉 등으로 생존 위기에 직면한 조선과 철강업계의 M&A가 활발해지는 등 산업 구조조정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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