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결핵 걸린 IT개발자 산재인정… 국내 열악한 SW업무환경 `경종`

"2년간 8700시간 근무"… 보상없는 야근·특근 개선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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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결핵 걸린 IT개발자 산재인정… 국내 열악한 SW업무환경 `경종`

과로로 인한 면역력 저하로 폐결핵에 걸린 개발자가 산재인정 소송에서 승소했다. 이번 판결은 국내 개발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산재원인으로 인정받은 사례로 주목된다.

지난 20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개발자 A가 근로복지공단을 대상으로 제기한 산재인정 소송에서 과로로 인한 발병이 인정된다며 A씨 손을 들어줬다. A씨는 2006년 농협정보시스템에서 IT개발자로 근무했으며, 2008년 폐결핵 진단을 받고 폐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에 A씨는 2010년 농협정보시스템을 대상으로 미지급된 야근수당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벌였으며 2013년 승소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장하나 의원이 A문제 해결을 농협정보시스템에 촉구하고, 개발자들이 A씨를 위한 모금운동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등 SW업계의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소송은 끝나지 않았다. 근로복지공단이 A씨의 폐결핵 발병원인을 과로로 볼 수 없다며 산재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A씨는 근로복지공단을 대상으로 2013년 산재인정 소송을 제기했으며, 법원은 소송 3년만인 지난 20일 과로가 A씨의 폐결핵 발병 원인이라고 인정했다.

A씨는 소송에서 이겼지만, 근로복지공단이 항소를 할 경우 법적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A씨는 "2년간 8700시간 근무한 것을 제시했기 때문에 과로를 발병 원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며 "하지만 과로로 인정받을 수 있는 근무시간을 회사가 아닌 내가 입증해야 했기 때문에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SW)업계는 이번 판결이 국내 열악한 개발자 환경에 경종을 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SW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정작 현업에서는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야근과 철야, 특근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IT개발자들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운동을 하고 있는 한국정보통신산업노동조합에 따르면 사업 단위로 진행되는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정당한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 야근·특근이 일반화돼 있다. 한국정보통신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개발자들의 근무환경 개선이 절실하지만 A씨처럼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이번 판결이 국내 개발자들 환경이 바뀌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A씨도 회사 뿐 아니라 개발자들도 야근과 특근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환경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부분도 있지만, 정작 개발자들도 보상 없는 야근과 특근을 당연시한다는 것이다. A씨는 "기업들 뿐 아니라 개발자들도 야근이 공짜라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며 "열심히 일하고, 충분히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개발자들의 근무환경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근기자 bass00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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