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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의 경제통하기] 저유가는 정말 독이 돼버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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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의 경제통하기] 저유가는 정말 독이 돼버렸나?
이규화 선임기자


국제유가가 20달러대로 떨어졌다. 이란이 원유 수출에 나서면 10달러대로 추락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쾌재라도 불러야 하는데 쾌재는커녕 한숨 소리만 들린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유가 하락을 걱정하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다. 저유가는 과연 독이 되어버린 건가.

저유가가 득만 되는 게 아닌 건 사실이다. 우선 산유국들의 구매력 약화로 이로 인해 철강, 플랜트, 선박 수요가 줄고 건설시장이 위축돼 수출이 급감했다. 작년 11월 말까지 연간 해외 건설 수주가 전년 동기 대비 186억 달러(31.3%) 줄었는데 주로 산유국 수주 격감에 따른 것이었다.

세계적 경제 침체 속에 저유가를 맞은 것도 효과가 반감되는 이유다. 미국을 제외하면 세계 경제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회복되지 않고 있어 기름값 하락만큼 수요 증가를 유발하지 못하고 있다. 장기적으론 저유가 효과가 나타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기대하기 힘들다. 저유가가 3년 이상 상당기간 지속한다는 예상을 전제로 보면, 이제부터가 저유가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시기다. 초기의 충격반응이 정리되고 방향성을 띤 적응기가 이제부터라는 의미다.

저유가가 실보다 득이 크다는 것은 분명하다.

원유가 오늘날 상품과 서비스에 미치는 전방위적인 영향을 생각하면 가격이 싸진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소수 원유 공급자의 이익이 줄지만 원유를 사야 하는 대다수 수요자는 이익이다. 단, 원유 가격이 각 유통단계에서 단절 없이 최종 소비자까지 합당하게 이전된다는 전제에서 말이다. 이는 비단 한국만의 상황이 아니고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현상이다.

전체 수출이 준 데는 저유가와 상관없는 중국 경제침체로 인한 수출 격감, 일본 미국 등으로의 수출 부진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신흥국 수출 감소가 저유가 때문이라는 분석은 잘못됐다. 신흥국 중 산유국은 사우디, 러시아, 브라질, 인도네시아 정도고 중국 인도 등 대다수 신흥국들은 원유수출국이 아니다. 수출 감소의 주요 원인은 정확히 말하면, 저유가로 인한 수출시장의 위축이 아니라 재정이 어려워진 중동 등 산유국 수출 감소, 수출단가 하락, 일본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에 대한 수출경쟁력 약화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저유가의 부정적 측면만 유독 부각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세금을 핑계로 유가 하락분에 비례해 정제유 가격을 내리지 않는 정유사도 문제지만, 유가 하락으로 인한 혜택을 전 산업에 고루 확산시키지 못하는 정부의 정책적 무능이 더 큰 문제다. 저유가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저유가로 생긴 이익을 소수가 과점하거나 그 이익이 고루 퍼질 수 있는 경로가 막혀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할 일은 이익 과점을 해소하고 이익을 공유하도록 하는 일이다. 저유가로 여유가 생긴 지금, 산업과 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일도 시급하다.

기업들도 저유가로 인한 투입 비용 감소 만큼 가격을 내림으로써 소비를 증가시켜야 한다. 갖가지 요인으로 인해 한국시장은 완전경쟁시장이 아니다. 이 때문에 인상 요인도 없는데 가격을 인상해도 가격기구의 제재를 받지 않는다. 저유가로 투입비용이 떨어졌는데도 기업들은 물건 값을 내리기는커녕 올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저유가로 생긴 여유를 연구개발에 투자해 품질 개선과 신제품 개발에 나서야 한다. 지금은 디플레이션 국면이 아니다. 제대로 된 할인을 할 경우 매출이 급증하는 현상을 한번 보라. 디플레이션을 우려해 가격 인상을 용인하는 것은 소비를 죽이는 것밖에 안 된다. 지금은 저유가를 이용해 경제체질 개선에 나설 절호의 기회다.

이규화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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