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콩글리시] 세종시 공무원의 특혜 분양 `아파트`](http://contents.dt.co.kr/images/201601/2016011402102251607001[1].jpg "[뉴스와 콩글리시] 세종시 공무원의 특혜 분양 `아파트`")
<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바람 부는 갈대 숲을 지나/언제나 나를, 언제나 나를 기다리던 너의 아파트…/아무도 없는, 아무도 없는 쓸쓸한 너의 아파트>
(오늘은 아파트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윤수일의 노래가 아니고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 이야기다.)
"세종시 아파트를 특별 분양 받았던 공무원 9900여명 중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치고 실제 입주한 공무원은 6198명이었다. 당첨된 공무원 3700여명이 입주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중 상당수는 아파트 완공 이전에 최고 수천 만원의 프리미엄을 챙겼다.… 공무원 정착률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투기수단이 된 것이다" 최근 조선일보, 1월 6일자 기사의 일부다.
아파트는 근대산업사회의 산물이다. 인구의 도시집중화가 가속화되면서 주거시설은 부족한데 택지가 비싸니 좁은 땅에 많은 사람이 살 수 있도록, 심지어 4~ 4~50층 고층 아파트까지 지어, 토지의 효율성을 높이게 됐다. 근대적 아파트는 1959년 종암아파트가 효시였고 1970년대 들어서면서 동부이촌동, 반포, 여의도, 압구정, 잠실 등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한때 아파트 당첨은 로또였다. 청약 열풍 속에 당첨만 되면 즉석에서 수 천 만원의 웃돈이 붙었다. 모델하우스는 복부인들의 주무대였고 '떴다방'이라는 신종 직업까지 생겨났다.
어느 날 성수대교 남단에서 르네상스 호텔 쪽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Next stop is Kyongbok Apart." 친절하게도 다음 정거장을 알리는 영어 안내 방송이 나왔다. 나는 즉시 버스회사에 전화를 걸어 apart가 아니라 apartment로 해야 한다고 알려줬다. 그 후 바로 잡았는지 여부는 아직까지 확인하지 못했다.
아파트는 우리말이다. 엄밀히 말해서 귀화한 우리말이다. 다만 영어로 말할 때는 apartment라고 해야 한다. 한 동 전체를 말 할 때는 an apartment building, 아파트 단지는 apartment complex, 고급 아파트는 a luxury apartment. 대지, 복도, 계단, 커뮤니티 시설, 공원 따위를 함께 사용하는 공동주택이 아파트다. 이렇게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곳이 apartment인데, 이를 줄여서 apart(멀리 떨어져, away in place or time)라고 하니 그 뜻이 정반대가 돼버렸다.
![[뉴스와 콩글리시] 세종시 공무원의 특혜 분양 `아파트`](http://contents.dt.co.kr/images/201601/2016011402102251607001[2].jpg "[뉴스와 콩글리시] 세종시 공무원의 특혜 분양 `아파트`")
미국의 아파트는 대부분 월세다. 반면 condominium은 소유의 개념이 강하다. 콘도미니엄이란 집합건물을 공동으로(con) 소유하다(dominate)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콘도는 대개 개인소유(privately owned)인데 비해 아파트는 대부분 셋집(rent house)이다. 우리나라는 거꾸로 아파트는 개인소유고 콘도는 1년에 며칠씩 나눠 쓰는 time sharing으로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똑같은 아파트도 4층 이하면 주택법에 따라 연립주택이라고 부르고, 점포 겸용 단독주택 지역에 지은 다가구주택은 villa가 된다. 아파트 이름의 허세(虛勢)는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1970년대 아파트 이름에는 mansion(장원)이 많았다. 지금도 동부이촌동에는 코스모스맨션, 한강맨션, 렉스맨션 등이 건재한다. 최근에는 더 업그레이드된 느낌이다. 예컨대 empire(제국), castle(궁성), palace(궁전)…, 그것도 모자라서 summit(정상)까지 올라 갔다. 현대인들은 모두 왕같이 살고 싶은 모양이다.
엉타리 아파트 이름도 여러 개가 있다. 아파트와 주택의 장점을 취한 게 town house인데, 이것을 본 따 빌라와 아파트의 좋은 점을 가졌다고 빌라트가 됐고 아파트 같은 주거용 오피스텔이라고 해서 아파텔이라고 한다. 영어로는 apartment hotel을 줄여서 aparthotel이라고 부른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serviced residence처럼 호텔식으로 운영하는 아파트를 뜻한다.
세종시 공무원들이 특혜 분양 받은 아파트를 갖고 '웃돈 장사'를 하자 정부는 분양 할당제 도입 등 대수술을 하겠다고 뒷북을 치고 있다. 구조조정이다, 폐업이다 해서 국민은 엄동설한에 밖으로 내물리고 있는 요즘이다. 공무원들은 3, 4% 이상씩 봉급이 오른데다 잘하면 최고 2500만원에 이르는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데 또 아파트 프리미엄까지 챙겼으니 정말 '살 맛나는 세상'을 만났다.(국민은 분양가격이 시세보다 싼 보금자리 주택을 분양 받으면 5년간 분양권을 팔 수 없는데 특혜로 분양 받은 공무원들은 전매기간이 1년으로 짧았다. 큰 시세 차익을 본 공무원들이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을지라도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우수한 젊은이들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지 않고 너도 나도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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