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전망] `단순한 자본구조`가 금융위기 막는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601/2016011102100151607001[1].jpg "[이슈와 전망] `단순한 자본구조`가 금융위기 막는다")
스마트폰이 많이 보급되었지만 전화 받고 문자 보내는 외에 다른 기능은 거의 쓰지 않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스마트폰의 다양한 앱을 쓰지 못한다고 크게 불편할 일도 없다. 그러나 스마트폰이나 PC의 기능은 나날이 발전하고 복잡해지고 있다. 변화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새로운 기능, 복잡한 기능도 익혀야 한다. 그러나 복잡한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인가.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스쿨(RISD)의 존 마에다 학장은 "기술 발전이 지나치게 복잡해지면서 정작 인간이 압도당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단순함'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한국에도 잘 알려진 세계적 디지털 컨설턴트이자 그래픽 디자이너, 미디어 아티스트다. 기술이 인간을 불편하게 만드는 역설(逆說)은 어디서 오는가. 기술이 발전할수록 통제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금융 공학(工學)의 '과도한 복잡함'이 초래했다는 지적이 있다. 인간의 눈높이로 기술 수준을 조절하는 '단순함'이 필요하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일차적 원인은 단기 급등한 주택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 미국 투자은행들이 복잡한 파생상품을 개발함으로써 정부의 규제감독이 미흡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 말 아시아 금융위기는 투명성 부족이 원인이었다. 아시아의 금융시장은 신용평가, 리스크 관리 등이 체계적으로 발달하지 못했다. 리스크 관리가 부실한 것이 위기를 초래했다. 첨단금융기법을 자랑하는 미국 금융시장에서 위기가 발생한 원인은 무엇인가.
규제완화와 정보기술의 발달은 경쟁을 촉진한다. 금융공학 등은 복잡한 파생상품을 개발한다. 신상품이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이들은 금융거래의 투명성을 훼손하고 위험관리의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 투자자는 물론 감독당국, 신용평가기관도 첨단금융상품의 위험수준과 자산가치를 적절하게 평가하지 못한다. 복잡한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사람들은 시장의 다양한 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투자자가 금융상품을 이해하지 못하면 리스크 관리가 어렵고, 금융 부실이나 금융사기에 빠질 위험도 크다. 근래에 금융사고, 금융사기 등이 크게 증가한 것도 복잡한 금융상품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이런 상태에서 금융감독은 과도한 복잡성을 통제하기 어렵다. 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서 투자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상품구조를 심플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기 방지를 위해서 거대은행들도 자기자본을 확충하고 자본구조를 단순화하는 것이 요구된다. 거대은행은 자산규모를 줄이거나 다른 금융회사와 거래관계를 줄이고 덜 복잡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제로, 거대은행들은 부실화되더라도 정부가 공적자금 등으로 구제해 왔다. 이에 따라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리는 등 혜택이 적지 않았다. 거대은행들이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려서 파생상품, 헤지펀드 등 고수익 고위험 투자에 몰두해온 것이 금융위기의 하나의 원인이었다. 주요 선진국들은 거대은행에 대해서 다른 은행보다 높은 자기자본 비율을 요구함으로써 이러한 폐단을 줄일 방침이다.
앞으로 은행의 건전성은 볼커의 룰(Paul Volcker's rule)에 따라 자산규모나 복잡한 파생상품 개발 보다 자본 및 상품 구조의 단순화에 달렸다. 지난주 중국 증시가 폭락하고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위험, 북한의 핵실험 등 글로벌 금융시장에 불안 요인이 확대되고 있다. 불안한 금융환경에서 은행은 더욱 자기자본을 확충하고 금융구조를 단순화해서 건전성을 유지해야한다.
이재웅 성균관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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