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통신정책, `발상의 전환` 필요하다

중복투자 비효율성 심각 망 빌려 쓰는 제도 도입땐
구축과 운영비 절감효과 커 주파수 이용 효율성도
한층 향상될 것 '발상의 전환'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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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2-22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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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통신정책, `발상의 전환` 필요하다
권영선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


통신시장의 성장성이 한계에 다다랐다.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고 선진국에서도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혹자는 사물인터넷(IoT)이 활성화되면 새로운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사물인터넷으로 등장할 새로운 서비스를 통신사업자가 제공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네이버나 카카오와 같은 인터넷 콘텐츠 기업이 사물인터넷 시대에도 신규 서비스 개발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보호된 규제산업에서 수십 년 동안 편히 살아온 통신기업이 기존 경영행태나 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통신기업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노력했으나 성공한 것이 없다. 성장동력을 찾을 수 없자 궁여지책으로 찾아낸 것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라 할 수 있다. 성장성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통신기업과 통신생태계가 집단적으로 생존하기 위해 통신비 인하라는 대통령 공약을 교묘히 악용한 것이 바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을 수입하려 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같이 통신생태계의 민관협력체제가 돈독하기 때문일 것이다.

불행히도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제4세대 서비스의 급속한 확산에 불구하고 통신산업의 매출은 별로 늘지 않고 있다. 5세대 서비스가 나와도 그러할 것이다. 반면 트래픽이 급증하면서 통신기업은 주파수를 더 확보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망에 대한 투자를 증가시켜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나라 통신기업의 주요 경쟁 광고는 자사의 통신 속도가 타사보다 빠르다는 것이다. 우월한 속도로 자사의 서비스를 자랑하려다 보니 통신 3사가 열심히 망과 통신기술에 대한 투자를 해온 것은 사실이다. 어쩌다 해외에 나가서 인터넷을 이용하면 너무 느려서 우리나라의 통신환경이 그리워지는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의 통신 네트워크 이용환경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좋다는 것에 토를 달 사람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어느 한 기업도 아니고 통신 3사가 모두 우수한 전국망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중복투자의 비효율성 보다 설비경쟁의 이익이 크기 때문인가.

한 사업자만 전국 망을 깔고 다른 사업자는 그걸 빌려 쓰는 제도를 도입하면 국가 전체 차원에서 망 구축 및 운영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물론 이 경우 망을 보유한 독점사업자가 다른 통신사에게 비싼 망 사용대가를 요구할 수 있다. 이 우려는 망 독점사업자는 시설 도매제공 사업만 하도록 하고, 소비자 대상 통신서비스 판매(소매사업)는 경쟁에 맡겨 독점의 부작용을 해결하면 된다. 사실 우리나라에는 3개 사업자의 통신망 이외에 케이블 방송망이 있다. 즉 전국망이 4개 있는 것이다. 유무선 통합시대에 케이블망의 독자생존은 불가능하다.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은 이런 시각에서 볼 때 당연한 것이다. 과거 15년간 유지되어 온 통신 3사의 경쟁체제가 영원히 지속돼야만 한다는 깊은 신앙심 없이는 도저히 반대할 수 없는 사안이다.

통신 3사가 망 기반의 경쟁을 해야 한다는 신앙심이 너무 깊은 나머지 망 독점사업자제도를 도저히 허용할 수 없다면, 전국을 3개 권역으로 나누어 통신 3사에게 나누어 주고 개별 권역에서만 망을 운영하게 하면 된다. 그러면 하나의 전국망이 존재하는 가운데 부분적으로 망을 보유한 통신 3사가 경쟁하는 현재의 시장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 소비자는 현재처럼 거주 지역에 관계없이 3개사 중 하나를 선택해 통신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각 지역에서 현재 3사가 쪼개 쓰는 주파수를 한 사업자가 모두 쓰게 되어 주파수 이용 효율성 또한 크게 향상된다. 망 투자비도 줄이고 희소한 주파수도 더욱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것이다. 결국 통신요금 인하도 가능해진다. 발상의 전환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권영선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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