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 되돌아 본 유통업계 (하)
올해 국내 소매시장은 '메르스'라는 돌발 악재에 휘청거렸지만 전자상거래 시장만큼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엄지족들의 맹활약 속에 모바일 부문이 약진하면서 유통업계는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모바일 서비스를 강화, 본격적인 '모바일 퍼스트' 시대 개막을 알렸다.
◇모바일 약진 속 전자상거래가 유통 성장 견인=올해 국내 유통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온라인쇼핑 시장이 주도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04년 7조7681억원이었던 국내 전자상거래시장은 지난해 45조3024억원으로 최근 10년 새 6배로 커졌다.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가 연말까지 60조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모바일쇼핑 시장이 급성장하며 PC쇼핑 시장을 대체, 주요 채널로 떠올랐다. 올해 1∼3분기 누적 모바일쇼핑 거래액은 약 17조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71%나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온라인쇼핑 거래액의 46%로, 지난해 31%에서 15%포인트나 늘어난 수치다.
모바일쇼핑 시장 성장은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주도했다. 쿠팡, 티몬,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3사의 모바일 비중은 올해 이미 70%를 넘어섰다. 지난해 모바일 비중 40% 선에 진입했던 G마켓, 옥션, 11번가 등 오픈마켓도 올해 50%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홈쇼핑과 전통적 오프라인 채널인 대형마트까지 모바일 서비스 강화에 뛰어들었다.
이와 함께 유통업체들은 속도와 품질 모두를 잡기 위한 '배송전쟁'을 펼쳤다. 쿠팡이 2조원 가까운 투자를 유치해 자체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에 올인하면서 소비자 신뢰를 얻자 티몬, 위메프, 이베이 등도 당일 및 익일배송으로 맞불을 놓았다. 여기에 신세계, 홈플러스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오토바이까지 동원해 1시간 내 배송을 선보이면서 소비자들은 언제 어디서나 주문하고 몇 시간 내에 상품을 받는 신 서비스를 경험하게 됐다.
◇채널 경계 허물어지다=전통적 오프라인 채널인 백화점을 운영하던 유통 대기업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융합한 O2O 서비스를 적극 도입,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사실상 무너졌다. 선두주자는 롯데다. 롯데는 옴니채널 안착을 올 한해 주요 전략으로 삼고 롯데닷컴, 롯데마트몰, 엘롯데, 롯데아이몰 등 온라인몰을 백화점이나 롯데하이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과 연결하는 '스마트픽' 서비스를 선보였다. 온라인몰서 상품을 주문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찾아가는 형태다. 이를 한 단계 발전시켜 차량에서 물건을 받아가는 '드라이브 앤 픽' 서비스도 롯데마트를 통해 선보였다.
롯데하이마트는 오프라인 매장에 상품이 없을 경우 그 자리에서 바로 온라인몰로 연결해 상품을 구매하도록 하는 또 하나의 O2O 서비스인 '옴니세일즈'를 도입했다.
신세계는 그룹 내 온라인 쇼핑몰을 하나로 묶은 'SSG닷컴'을 출범, 백화점과 마트 브랜드들을 대거 입점시켜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것과 같은 환경을 구축했다. 또 SSG닷컴을 키우기 위해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2곳 건설하는 한편 SSG페이 등 간편결제 서비스도 적용했다. 또 3세대 신세계백화점 앱을 개발, 종이 영수증, 쿠폰북 등을 모두 모바일 속에 구현했다.
전자상거래 채널간 경계도 무너졌다. 소셜커머스가 모바일 시장을 장악하자 오픈마켓 업체들이 G9, 올킬 등을 론칭하며 소셜커머스의 주 무기인 큐레이션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어 소셜커머스를 주도하던 쿠팡이 지난 7월 상품 다양화를 통한 점유율 확보를 위해 오픈마켓 성격인 '마켓플레이스'를 선보였다. 이로써 소셜커머스와 오픈마켓으로 양분돼 있던 전자상거래 경계가 사실상 사라지고, 시장은 무한경쟁 체제로 접어들었다.
◇국경도 허문 직구 열풍=올해는 해외직구에 이어 역직구 시장까지 급성장하면서 국내 대기업은 물론 중소업체들의 수출길도 활짝 열렸다. 국내 해외배송 대행서비스 몰테일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전체 해외직구 규모가 지난해보다 약 20% 이상 늘었다. 업계가 추산하는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직구 규모는 최대 1조2000억원 규모에 달했다. 직구는 상시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국내 직구 수요는 2조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특히 역직구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역직구 수출액은 788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3%나 늘었다. 수출국 중 비중이 가장 큰 중국의 경우 올해 광군제 쇼핑시즌(11월 11일∼20일) 알리바바의 쇼핑몰에서 한국 상품이 32만8000건 팔려 총 737만달러의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수출국도 미국, 일본, 중국 중심에서 말레이시아, 태국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고, 제조업체, 전문몰, 온라인유통 업체들이 적극 뛰어들고 있어 내년에도 역직구 시장 성장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박미영기자 my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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