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의료산업계 SW 집중
애플 ·구글 등 IT기업 참여
클라우드·인공지능 등 결합
자동 분석· 활동 단계 진화
한국, 제도막혀 제자리걸음
애플 ·구글 등 IT기업 참여
클라우드·인공지능 등 결합
자동 분석· 활동 단계 진화
한국, 제도막혀 제자리걸음
세계적으로 의료 현장에서 발생한 다양한 정보를 모아 진료에 활용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기존에 차트나 필름 형태이던 의료정보를 디지털 정보로 바꿔 저장하는 수준을 넘어 클라우드·빅데이터·인공지능 등을 결합시켜 전 세계 병원과 환자들을 연결하고 수집한 정보를 자동으로 분석·활용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이 시장에는 기존 의료 산업계는 물론, 애플, 구글 등 글로벌 IT 기업들까지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제도의 벽에 부딪혀 제대로 싹을 틔우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의료기기 업계 '소프트웨어'에 집중=최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제101회 북미방사선의학회(RSNA)'에서 GE, 필립스 등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은 헬스케어 플랫폼을 전면에 내세웠다. RSNA는 매년 세계 영상의학과 전문의 등 관계자 5만 명과 600여 개 의료기기 업체들이 참여하는 이 분야 최대 규모 행사다.
그동안 컴퓨터단층촬영장비(CT)나 자기공명영상촬영장비(MRI) 신제품을 주로 선보이던 것과는 달리 GE는 50만대 이상의 영상진단장비를 연결하는 새로운 의료용 클라우드 플랫폼을 소개했다.
회사 측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의료진이 다양한 장치를 통해 3차원 의료영상에 접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을 설치해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GE는 클라우드 생태계를 외부에도 개방해 다른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나 의료기관에서도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필립스는 최신 영상 데이터 분석 솔루션인 '인텔리스페이스포털8(ISP8)'을 선보였다. ISP는 CT, MRI, 초음파 등 여러 진단장비의 영상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주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다. 암을 비롯한 다양한 질환별 응용프로그램이 여러 의료영상 정보를 종합해 자동 분석해주기 때문에 더 빠르고 정확한 진료가 가능해진다.
의료기기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의료기기 업계에서는 클라우드와 통합 의료영상 관리, 인지컴퓨팅 등 소프트웨어 기술이 화두가 되고 있다"며 "업체 간 하드웨어 기술 격차가 줄어들면서 소프트웨어에서 경쟁력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IT업계, '모바일·인공지능' 앞세워 의료현장 침투=IT업계는 모바일과 인공지능 등 강점 분야를 살려 의료현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애플은 의사와 과학자들이 아이폰 사용자들로부터 간단하고 쉽게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도록 만든 '리서치킷'을 지난 3월 선보였다. 이미 10만명 이상이 연구에 참여한 이 플랫폼을 통해 미 존스홉킨스대학은 애플워치 센서를 활용한 뇌전증 연구를, 오리건 보건과학대학은 아이폰 촬영 사진으로 흑색종을 관리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을 이용해 건강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병원 의료정보시스템(EMR)과 연동하는 '헬스킷'도 선보인 바 있다.
IBM은 슈퍼컴퓨터 '왓슨'의 인공지능과 대규모 의료정보를 클라우드로 연결한 '왓슨 헬스 클라우드'를 선보였다. 이 플랫폼과 연동해 존슨앤드존슨은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앱을, 메드트로닉스는 당뇨병 환자 관리 솔루션을 개발할 계획이다. 컬럼비아대학은 암센터에서 왓슨을 이용한 게놈분석을 통해 환자에 대해 개인맞춤 치료를 제공하고, 보스턴어린이병원은 영상분석 기술을 소아 심장질환 진단에 활용할 계획이다.
◇한국, 제도에 막혀 의료정보 활용 어려워=한국은 병원들이 첨단 정보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건강보험 빅데이터가 구축돼 있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법·제도에 막혀 의료정보가 다양하게 활용되지 못 하고 있다. 병원마다 의료정보 디지털화를 각각 추진해 표준이 정립되지 못했고, 민감 정보로 분류된 의료정보의 유출을 우려한 나머지 관리제도를 너무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3일 보건복지부는 기존에 병원 내 서버에만 저장할 수 있었던 전자의무기록을 관리업체를 통해 외부에 저장할 수 있도록 의료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이를 통해 업계는 클라우드 방식의 의료정보 활용을 기대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외부에서도 전용 네트워크와 저장공간을 갖춰야 하는 등 제약조건이 많아 클라우드 서비스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을 한다.
복지부는 의무기록을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을 일부 확대한 것일 뿐,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과는 선을 긋는 모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나와 있는 규정으로는 병원에 전자의무기록을 저장하는 것보다 외부에 저장하는 것이 더 비용이 클 수 있다"며 "그동안 모호한 제도 때문에 사업을 시작했다가 철수한 사례도 있어 관련 업계가 클라우드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설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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