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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크리스마스 캐롤’이 사라진 이유

이호근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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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2-0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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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크리스마스 캐롤’이 사라진 이유
사진=연합

거리에 ‘크리스마스 캐롤’이 사라진 이유
이호근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음원 사용에 대한 저작권법 크게 강화돼
매장 규모에 따라 음원 사용료 지불해야
소규모 동네 가게에서 캐롤 허용하는 방안 아쉬워

겨울이 찾아오고 달력의 마지막 장이 펼쳐지면 누구나 크리스마스를 기다린다. 크리스마스는 그리스도(Christ) 와 예배(Mass)가 합쳐진 단어로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이지만 이제는 종교를 넘어서 이 세상 모든 이들의 보편적인 축제일이 되었다. 크리스마스 트리와 함께 성탄절 축제 분위기를 만드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크리스마스 캐롤이다. 캐롤은 중세 프랑스어인 '카롤(carole)'에서 나온 것으로 원래는 여러 사람들이 둥글게 원을 그리며 추는 춤을 가리키는 용어였다. 이 춤을 출 때 반주에 맞추어 사람들이 함께 노래를 불렀는데 이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카롤'은 점차 종교색이 짙은 '축제의 노래'라는 의미로 변했다. 이후 19세기에 들어와 세속적이고 대중적인 크리스마스 캐롤이 등장하면서 '징글벨'이나 '산타클로스가 우리 마을에 오시네' 같은 음악들이 크리스마스 캐롤로 자리를 잡게 된다.

크리스마스 캐롤에서 흘러 나오는 종소리와 익숙한 음색들은 어린 시절의 추억이나 젊은 날의 사랑의 약속을 상기시키고 화해와 용서의 기분에 잠기도록 한다. 캐롤 음악은 형형색색의 장식이 달린 크리스마스 트리, 눈썰매를 끄는 루돌프 사슴코, 빨간 양말 속에 감춰진 선물, 눈에 덮인 성당의 종소리를 연상시키며 우리를 이유 없이 들뜨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영국의 소설가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가 1843년에 발표한 소설 '크리스마스 캐롤'이 지난 170년 동안 연극, 뮤지컬, 영화 등 다양한 예술분야에서 인기 소재로 사랑을 받아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예전에는 크리스마스가 다가 오면 거리마다 크리스마스 캐롤이 한껏 축제 분위기를 만들고 추위에 웅크린 행인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이곤 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크리스마스가 다가와도 거리에서 크리스마스 캐롤이 들리지 않는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금융위기 이후 어려워진 경제가 원인이라고 지레 짐작하고 있는데, 사실은 음원 사용료 때문에 크리스마스 캐롤이 거리에서 사라지고 있음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디지털 뮤직이 CD 음반을 대체하면서 음원 사용에 대한 저작권법이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추세다. 저작권법에 따라 백화점과 대형 마트 등이 매장 또는 옥외에서 음악을 사용할 경우 규모에 따라 음원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2013년 시작된 하이마트와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사이의 수억원대 음원사용료 소송분쟁은 2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디지털 음원을 사용해 음악을 들려주는 커피숍, 주점, 그리고 소규모 상점들이 이전처럼 크리스마스 캐롤을 들려주기 어려운 이유다.

12월이 돌아오면 카페, 동네상점, 백화점뿐만 아니라 시내 거리를 걸을 때도 항상 캐롤 음악을 들을 수 있던 때가 그립다. 이념으로 나뉘어진 우리 사회가 음악을 통해 하나가 되는 기분이 드는 유일한 때가 바로 12월이었다. 매년 수천억원의 이익을 내는 대형유통업체들이 한국 음악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크리스마스 캐롤을 마음껏 들려줄 수는 없을까. 성탄절 시즌 동안만이라도 소규모 동네 가게들이 부담 없이 크리스마스 캐롤을 틀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저작권 협회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크리스마스 캐롤이 사라진 거리를 바라 보면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가 그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롤'에서 전달하고자 했던 "있는 자가 없는 자에게 베풀자"는 메시지가 더욱 간절하게 와 닿는 것 같다.

이호근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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