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휘어지는 구강센서 '이지센서 소프트' 개발
해외진출 3년만에 '5000만달러 수출탑' 수상 영예
대면적·고화질 기술 동시보유 어떤 요구사항도 대응
해외진출 3년만에 '5000만달러 수출탑' 수상 영예
대면적·고화질 기술 동시보유 어떤 요구사항도 대응
■ 바이오헬스 산업혁신 현장을 가다
(5) 엑스레이 디텍터 '세계 리딩기업' 레이언스
최근 방문한 경기도 화성 레이언스 본사에서는 이 회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휘어지는 구강센서 '이지센서 소프트' 출하를 기념하는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레이언스의 모회사인 바텍의 노창준 회장도 축하를 위해 참석했고, 현정훈 레이언스 대표와 연구에 참여한 직원들은 공들여 개발한 신제품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 모습에 감격스러워하고 있었다.
출하식에서 현정훈 대표는 "디지털 엑스레이 디텍터(영상검출장치) 분야에서 남들보다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 이를 바탕으로 늘 환자 입장에서 생각한 제품을 만들어가는 게 우리의 강점"이라고 말했다.이지센서 소프트는 손상된 치아를 검사하기 위해 입안에 넣는 디지털 엑스레이 영상검출장치다. 과거에는 직접 필름을 입에 넣고 엑스레이를 촬영했지만, 지금은 엑스레이가 디지털로 바뀌면서 영상센서가 달린 장치를 사용한다. 이전에는 장치가 일직선 형태의 딱딱한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져 입에 넣으면 환자들이 아파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불편을 줄이기 위해 개발한 이지센서 소프트는 플라스틱 대신 탄성이 있는 실리콘 소재를 사용해 환자의 입 모양에 따라 부드럽게 휘어진다. 레이언스는 휘어지는 반도체 기술을 자체 개발하고, 여기에 국내 반도체 부품 패키징 전문업체 하나마이크론의 기술을 접목해 제품 상용화에 성공했다.
현정훈 대표는 "제품에 들어가는 얇은 웨이퍼를 휘어지게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너무 말랑말랑하게 만들었더니 실제 촬영할 때 부서져 버리는 등 각종 시행착오를 겪으며 개발에만 3년이 걸렸고, 실제 의료현장에서 의사들과 임상을 통해 제품을 보완하고 나서야 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레이언스는 엑스레이 영상을 디지털 영상정보로 바꿔주는 핵심 부품인 '디텍터' 분야에서 세계 선두권 기업이다. 다양한 의료·산업용 디텍터를 개발·생산해 2011년부터 세계 동물용 디텍터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해외 진출 3년 만에 매출의 70%를 수출로 올려 올해 수출 '5000만달러 수출탑'을 수상했다.
이 회사가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기술 차별화 덕분이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디텍터라는 핵심 부품에 역량을 집중, 방사선 검출에 사용되는 형광체인 '신틸레이터' 등의 핵심 소재를 자체 개발하고 대면적 촬영에 유리한 'TFT 디텍터'와 화질에 강점이 있는 'CMOS 디텍터' 기술을 동시에 보유해 어떤 고객의 요구사항에도 대응할 수 있는 실력을 갖췄다.
지난 2013년 GE헬스케어는 자사의 제품군을 확대하기 위해 레이언스의 맘모그래피(유방촬영용 엑스레이 장치) 사업 부문을 인수했다. 전 세계 최대 의료기기 기업 중 하나인 GE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레이언스의 디텍터 개발 실력이었다. 이 분야에 전문적인 기술을 갖고 있지 않았던 GE는 사업을 인수하면서 제품에 들어가는 디텍터는 계속 레이언스에서 공급하도록 계약을 체결했다.
현 대표는 "GE에서 디텍터 생산라인을 보기 위해 수십명을 파견해 구석구석 살피고 몇 달 동안 검토를 거쳐 인수를 결정했다"며 "현재 보유한 제품뿐만 아니라 회사가 앞으로도 지속적인 원가 절감과 기술 경쟁력을 갖춰나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촬영에 필요한 선량은 낮추고 화질은 높이는 기술과 실시간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제품을 개발해 글로벌 대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전자 업계의 최첨단 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의료에 접목해 환자와 의료진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느냐가 승부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의료기기 산업에 대해 현 대표는 "국내 의료기기 기술 수준은 이미 중국보다 뒤처져 있다"며 "국제 전시회에 나가면 해마다 중국 부스가 2∼3배씩 커지고 있고 초음파나 엑스레이는 물론 MRI(자기공명영상장치)나 CT(컴퓨터단층촬영장치)까지 들고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내수 시장이 크고 정부에서도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의료기기 업체는 대부분 중소기업이고 이마저도 문 닫고 있는 곳이 많다"며 "규모가 작다 보니 새로운 제품 개발을 위해 작은 부품 하나를 만들려고 해도 물량이 얼마 안 돼 생산을 해줄 곳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적으로 이런 소량 생산이 가능하도록 지원해준다면 산업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남도영기자 namdo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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