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3.0] 병원정보시스템 국가 인증체계 도입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512/2015120902101076788001[1].jpg "[메디컬 3.0] 병원정보시스템 국가 인증체계 도입해야")
대한민국은 2000년대 들어 가장 빠른 속도로 병원 정보화를 이룬 국가 중 하나일 것이다.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가장 높은 병원정보시스템 보급률을 자랑하고 있고, 얼마 전까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미국 병원정보화 평가시스템의 가장 높은 등급인 7단계 인증을 통과한 병원을 보유했다. 또 IT 강국의 이점을 살려 기술과 의료정보의 접목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나라라는 사실은 외국에서도 이미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세상만사에 명암이 존재하듯, 이런 고무적인 업적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의 병원정보시스템은 산업적으로나 의학적으로 많은 문제가 있다. 애초에 대형 병원 중심으로 병원정보시스템이 발전해 각 병원의 요구사항에만 충실한 시스템으로 설계됐다. 또 1·2차 병원용 시스템은 소수의 중소기업 위주로 개발돼 각 병원에서 의료행위를 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지만, 이 정보들을 하나의 정보로 서로 교류하고 이를 통해 의미 있는 국가 및 지역 차원의 보건 데이터를 생성하는 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또 표준적 규약이 없는 상태에서 최근 여러 병원에서 차세대 시스템을 준비하다 보니 비용 측면에서도 효율적이지 못한 사업을 하게 되고, 병원은 만족스럽지 못한 시스템에 과도한 비용을 지출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태다.
이미 미국에서는 국가 의료정보 표준을 담당하는 조직(ONC-HIT)이 있어 지난 2007년 이후 현재까지 미국 내 병원과 병원정보시스템 공급회사가 점진적으로 표준에 기반한 시스템을 쓰도록 유도하고 있고, '의미 있는 병원정보시스템의 사용'(Meaningful use)이라는 원칙 하에 각종 인센티브와 규제를 통해 체계적인 확산을 도모하고 있다. 여기에는 각 병원정보시스템이 구현해야 할 최소한의 기술적 요건을 제시하고 있어 업체 입장에서는 국가가 제시하는 표준을 따를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쉽게 알 수 있다.
병원 입장에서도 솔루션을 고를 때 본인이 투자하는 비용에 대한 적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한다. 이러한 표준에 따른 시스템 도입으로 아직 미국 내 대형 병원의 정보시스템 도입률은 우리나라보다 낮지만, 인증을 통과한 솔루션을 도입한 병원간 의료정보 교류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이미 개인건강기록과 정밀의학 시대에 적합한 정보시스템으로의 이행을 시작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안타까운 점은 훨씬 빠르게 병원정보시스템 시대를 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러한 국가 인증체계가 없고, 이러한 인증체계를 여전히 정부가 병원이나 업체를 통제하려는 수단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는 사실이다. 여기에는 지난 세월 병원정보시스템이 사실상 개개의 병원과 업체의 헌신으로 발전해 온 배경이 있고, 인증을 받으면 현실적으로 병원이나 업체가 단기적으로 어떤 이익을 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답변이 명확하지 못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현실을 생각할 때, 우리나라의 국가 인증은 10여 년 이상을 현장에서 헌신한 병원과 업체에 다른 차원의 부담을 주지 않도록 인증의 목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 1·2차 및 3차 병원에서 각각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기능 및 보안 요건을 차별적으로 지정해 떨어뜨리기 위한 인증이 아니라 발전시키기 위한 인증으로 자리 잡아야 하며, 이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의 문제를 일정 부분 해결해 줘야 한다.
환자의 안전과 필수정보의 교류라는 중요한 원칙 아래 미국이나 일부 유럽, 동남아시아의 사례처럼 적절한 인센티브와 어느 정도 시점 이후 규제를 같이 가는 방향으로 인증 체계를 잡아야 한다. 업계와 병원의 얘기를 충분히 수렴해 인증체계를 구축한다면 눈부시게 발전한 병원정보시스템 개개의 장점은 살리면서 서로가 정보를 교류하고, 이것이 의미 있는 보건 데이터로 사용되면서 국민 건강에 기여하는 바탕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황희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정보센터장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