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법 개정안 불발땐 대주주 지분확대 길 막혀
"현 지분율 투자 글쎄…" 일부 사업자 이탈 우려
"현 지분율 투자 글쎄…" 일부 사업자 이탈 우려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사업자가 발표됐지만 출발부터 '반쪽짜리'로 전락할 위기다. 은행의 산업자본 지배 비율을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최대 50%까지 확대하자는 '은산분리 완화'가 국회에서 난산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참여 사업자가 이탈할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29일 국회에 따르면 정무위원회는 지난 17일부터 이날까지 총 6회에 걸쳐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담은 은행법 개정안 등 주요 법안들을 심의했다. 그러나 제 6차회의까지 규제 완화에 대한 여야간 이견을 좁힐 수 없어 합의 의결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30일 오전으로 최종 의결을 미룬 상태다. 현행법은 비금융주력자(금융업이 아닌 일반 대기업)의 보유지분 한도를 10%, 이중 의결권 행사는 4%로 제한하고 있다.
은행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당장 한국카카오은행이 큰 문제다. 한국카카오은행의 경우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지분율 50%를 보유한 대주주인데, 이는 현행 은행법에 규정된 최대 10% 보유 지분율을 넘어서는 수치다. 한국카카오은행의 또 다른 주주사인 카카오와 국민은행은 각각 은행법 개정에 따른 추가 지분 확대를 원하고 있다. 심지어 상호저축은행법도 대주주의 지분은 최대 30%로 제한(의결권은 10%)하고 있다. 만약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지 않는다면 한국카카오은행의 경우 본의아니게 법 조항 위반으로 사업 자격을 박탈당할 수도 있다.
케이뱅크의 경우 주주구성에서 현행 법령에 맞는 10% 지분만을 나눠가졌지만 이들 역시 은산분리 완화에 따른 추가 지분율 확대를 원하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특히 케이뱅크의 경우 지분확대를 원하는 KT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해 지분확대의 길이 여러모로 막혔다.
은행법 개정안을 제출한 김용태 의원(새누리당) 측은 "인터넷전문은행에 국한해 지분규제를 완화하면 우수한 ICT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잠재 후보자의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음에도 현행 엄격한 은산분리 규제를 고수해야 한다는 일부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고 유감을 나타냈다. 특히 김 의원의 법안에서는 비금융주력자의 진입과 경영권 행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모기업에 대한 신용공여를 전면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벌과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안전장치'를 했음에도 '은산분리 대원칙을 무너뜨려서는 안된다'는 측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합의가 불발됐다.
금융위는 국회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빠른 시일 내 법이 개정되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지만, 내년 정식 인가 전까지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내년 상반기에는 총선이 있어 이번 회기가 사실상 19대 국회의 마지막 회기이기 때문에 은행법 개정의 '막차'를 놓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 참여 기업 일부의 이탈도 우려하고 있다. 한 인터넷은행 컨소시엄 참여 대기업 고위관계자는 "현재 지분율만으로는 솔직히 투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지분이 낮으니 리스크도 적고 은행 사업권을 따는 것이 의미가 있기 때문에 (컨소시엄에) 참여했으나 지분 확대가 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여 대기업 고위임원은 "현 지분율은 4%에 묶여있지만 향후 지분율이 확대될 것을 기대했던 측면이 크다"면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불발되면 지분 확대에 결정적인 제약이 걸리는 만큼 상황이 어려워졌다"며 당혹스러움을 나타냈다.
강은성기자 es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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