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EQ900 '정몽구의 차'
캐딜락 '대통령'·아우디 '영화인'…
완성차업계 의전차 마케팅 활발
캐딜락 '대통령'·아우디 '영화인'…
완성차업계 의전차 마케팅 활발
일상에선 자동차가 사람의 개성이나 가치를 돋보이게 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사람이 자동차의 이미지를 만들고 품격을 높이는 경우도 있다. 특히 자동차의 주인이 대통령이나 교황, 유명 연예인 등 세간의 이목을 끄는 인물일수록 효과는 더 크다. 이른바 'OOO의 차'로 불리는 차들은 인물의 성격이나 사회적 위치 등에 따라 그에 걸맞은 위상을 가진다. 왕이 탄 차가 곧 자동차의 왕이 되는 셈이다.
럭셔리카의 진수로 불리는 차들은 모두 영국 왕실로부터 부름을 받았다. 수많은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중에서도 영국 왕실의 선택을 받는 차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로열워런트(Royal Warrant)'라는 제도를 통해 선택한 차만을 왕실에서 사용한다. 현재는 롤스로이스, 벤틀리, 재규어, 랜드로버 등이 영국 왕실에 의전차를 제공하고 있다. 랜드로버는 특히 로열워런티를 보유한 브랜드 중 유일하게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만드는 곳으로, 안전이 최우선인 해외 순방에서 특히 자주 애용한다. 벤틀리와 롤스로이스는 마이바흐와 함께 세계 3대 명차로 불린다. 롤스로이스는 특히 2011년 세기의 결혼식이라 일컬어진 윌리엄 왕세손 부부의 결혼식에서 웨딩카로 사용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캐딜락은 대통령의 차로 유명하다. 빌 클린턴, 조지 부시 등 미국의 역대 대통령은 물론, 우리 역사에서도 순종과 비 순정효황후, 이승만 초대 대통령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캐딜락이 함께 했다. 현재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장갑 두께만 무려 13㎝에 달하는 캐딜락 리무진을 이용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기업 총수인 정몽구 회장이 직접 나서 의전차로 사용하고 있다. 현대차 에쿠스와 제네시스, 기아차 K9 등 고급차는 신차 출시 때마다 '정몽구의 애마'라는 타이틀을 달고 승승장구했다. 지난 19일 전경련 회장단 회의와 24일 정주영 명예회장 탄신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할 때 정 회장은 통상 타고 다니는 에쿠스 리무진이 아닌 제네시스를 타고 등장했다. 이는 최근 단독 브랜드로 출범한 제네시스를 직접 홍보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할 수 있다. 정 회장은 내달 9일 출시 예정인 에쿠스의 새 이름이자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차인 EQ900을 다음 의전차로 사용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 브랜드는 또 스포츠와 인연이 각별하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프로농구(NBA)와 프로미식축구(NFL)를 비롯해 세계축구연맹(FIFA)과 유럽축구연맹(UEFA) 주관 국제 축구대회, 호주오픈테니스 대회 등의 공식 후원을 통해 유명 스포츠인의 의전차로 브랜드를 홍보하고 있다. 미국프로골프(PGA)·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등 대규모 국제 골프대회 후원과 국내 대회 개최, 골프 선수 후원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 고급화에도 적극적이다. 올해부터는 세계양궁협회 후원을 통해 전 세계 양궁 선수들을 지원한다. 아우디코리아는 국내 영화인들과 인연을 돈독히 하고 있다. 2008년에 시작해 올해로 8년째 청룡영화제 후원을 통해 플래그십 세단 뉴 아우디 A8 L 등 다수 모델을 영화제에 참석하는 영화인에게 의전차로 제공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남성패션매거진 아레나 옴므플러스와 함께 신인감독 발굴 프로젝트인 'A-무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아우디는 세계적으로도 영화 제작 및 영화 산업 지원 활동을 가장 왕성하게 펼치고 있는 자동차 브랜드다. 베를린 국제 영화제의 공식 파트너로서 다양한 의전차를 제공하고 영화제 현장에서 아우디 라운지 운영 등 편의를 제공한 바 있다.
푸조의 공식수입사 한불모터스는 문화·예술 마케팅 차원에서 페터 구트, 파보 예르비, 마렉 야노프스키, 이반 피셔 등 세계적 음악인의 국내 공연 때마다 의전 차량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BBC 필하모닉을 이끄는 지휘자 후안호 메나와 독일 프랑크푸르트방송교향악단의 지휘자 안드레스 오로스코 에스트라다에 푸조 508을 지원했다.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로서 이미지를 알리기 위한 것이다.
BMW코리아는 BMW 브랜드만의 역동성과 멋을 나타낼 수 있는 인물을 찾아 한국을 방문하는 스타 개인에게 방한 기간 의전차를 지원한다. 올해는 영화 '미션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의 홍보를 위해 방한한 배우 톰 크루즈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추신수 선수의 의전차를 제공했다.
노재웅기자 ripbir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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