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LG그룹이 발표한 이번 임원 인사의 핵심은 무엇보다 오너가인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지주회사인 ㈜LG로 자리를 옮겨 그룹 신성장동력의 핵심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는 소재·부품, 자동차 부품, 에너지 등 계열사 별로 흩어져 있는 신성장동력 사업을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집중해서 키우겠다는 그룹의 의지가 담겨있다. 구 부회장은 대신 기존에 몸담던 LG전자 이사회 의장도 겸임하면서 주력 계열사에 대한 영향력도 유지했다.
이번 인사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그룹 전체의 경영을 맡고 구본준 부회장이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을 책임지는 식으로 역할을 나눈 것이다. 현재 LG그룹의 주력은 크게 전자와 화학·소재, 통신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를 하나로 연결하는 키워드가 바로 에너지와 친환경 자동차다.
예를 들어, LG전자와 LG이노텍의 자동차 부품 설계·제조 능력과 세계 정상인 LG화학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LG하우시스의 자동차용 내·외장재, LG유플러스의 사물인터넷·빅데이터 역량 등을 합하면 미래 친환경·무인자동차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역량을 갖게 된다.
에너지 역시 LG전자의 태양광 사업과 LG화학의 전력저장장치(ESS), LG CNS의 스마트그리드 구축 역량 등을 합치면 친환경 에너지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그러나 각 계열사의 역량을 하나로 뭉치기 위해서는 그룹 차원에서의 중심축이 필요하다. 구 부회장은 이미 LG전자에 재임하던 당시 자동차 부품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등 미래 사업을 주도한 바 있고, LG화학 등 여러 계열사를 두루 거친 만큼 각 계열사의 환경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장점이 있다.
LG의 신사업 확대에 대한 의지는 승진 인사에서도 확실히 드러났다.
주요 승진자가 대부분 자동차와 에너지, OLED, 바이오 등에서 나왔다. 우선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이 OLED와 모바일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이바지한 공을 인정받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홍순국 LG전자 생산기술원장 전무도 자동차 부품 분야의 장비기술 개발로 수주 확대에 이바지한 성과로 2단계 발탁해 사장으로 파격 승진했다. 홍 신임 사장은 신설한 소재·생산기술원장을 맡는다. 이상봉 LG전자 부사장은 에너지사업센터장으로 태양광 사업의 성과 개선과 B2B 사업 강화를 인정받아 사장으로 승진하고 B2B 부문장 겸 에너지사업센터장로 선임했다. 김명환 LG화학 배터리 연구소장도 전기차용 전지와 전력저장 전지 시장을 선도한 성과로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아울러 LG화학에서 전지사업본부장을 맡았던 권영수 사장의 경우 LG유플러스로 자리를 옮겨 사물인터넷(IoT) 등 신성장동력 육성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력 계열사인 LG전자의 실적 부진 등으로 인해 전체 승진자 폭은 예년보다는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LG 관계자는 "어려워지는 경영 환경으로 임원승진 폭의 정예화를 위해 전체 승진자 폭은 예년보다 다소 줄어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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