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국가 방역망과 의료기관의 허술한 응급의료체계, 후진적인 간병문화를 고스란히 드러낸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첫 환자 발생 후 반년을 넘긴 190일만에 마지막 환자의 사망으로 종료됐다. 국내 최고 시설을 갖춘 대형병원이 바이러스 최대 진앙지가 된 가운데 우리나라는 메르스가 처음 발생한 사우디아라비아나 주변 중동국가에 못지 않은 큰 피해와 충격을 입었다.
마지막 감염자로 남아있던 80번 환자가 유전자 검사에서 양성과 음성을 오가다가 결국 숨짐에 따라 방역당국은 '메르스와의 전쟁'에서 이기지 못한 채 찜찜한 종료를 맞게 됐다. 메르스 마지막 환자가 완치되지 못하고 투병 중 숨진 데다 이미 전파 가능성이 없어진 상황에서 종식선언을 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방역당국은 메르스 종식선언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다만 복지부 차관이 이끌고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등이 참여해온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해체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메르스와의 1차전은 끝났지만 감염병과의 본격적인 대결은 지금부터다. 메르스 사태로 응급환자 관리와 비상대응 능력이 도마에 올랐던 삼성서울병원이 정상화되고, 사태 초기 우왕좌왕하며 '골든타임'을 놓쳤던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도 곧 해체되겠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 사회 곳곳의 감염대응체계를 어떻게 운영하는가다.
그러나 메르스가 종식되기도 전에 지난달 건국대 동물생명과학대학에서 55명의 폐렴 환자가 무더기 발생해 한달이 지나도록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이달에는 서울 양천구 한 의원에서 수액 주사를 맞은 환자 66명이 C형간염에 집단 감염되는 등 대규모 감염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건국대 사태의 경우 세균이나 바이러스뿐 아니라 실험실에서 쓰인 사료를 통한 감염 가능성도 조사했지만, 감염원의 실체가 오리무중이다. 양천구 의원의 경우 1회용 주사기를 반복 사용하고, 남은 주사액도 버리지 않고 재사용했으며, 병원 관계자들조차 감염에 노출됐다니 의료현장의 안전 의식이 얼마나 위험한 수준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연이은 사건들은 진료와 연구, 산업, 생활 곳곳에서 감염관리에 큰 구멍이 난 채 메워지지 않고 있음을 확인하게 한다. 정부가 지난 9월 메르스 후속대책으로 내놓은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 역시 속도를 못 내고 있다니 갈 길이 멀다. 정부 대책은 큰 그림 이후 각 방안을 언제, 어떻게 실행할지 등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는 상황이다. 방역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됐던 역학조사관 확충 역시 필요한 예산이 내년 정부 예산에 아직 반영되지 않고 있다.
지인이 입원하면 여러 명이 함께 병원을 찾고, 보호자가 숙식하며 병상을 지키는 문병·간병 문화도 그대로다. 일부 대형병원들이 환자 1명당 보호자 1명, 병실 면회 시간제한 등 조치를 하며 관리를 강화하고 있지만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방역당국이 '보호자 없는 병원' 서비스를 시범 운영해 2018년까지 전국 의료기관으로 확대할 예정이지만 추진 속도가 더디다.
이러다가는 메르스 같은 사태가 언제 어디서 벌어질 지 장담하기 힘들다. 사태가 터지면 나라 전체가 공황상태가 되고, 사건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예전으로 돌아가는 일을 반복해서는 미래가 없다. 국민 개개인부터 생활 속에서 안전수칙을 실천하고, 정부는 계획한 후속대책들을 강한 의지로 밀어붙여야 할 것이다. 언젠가 다시 발발할 대형 감염병으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지키는 '면역력'을 제대로 키울 때다.
마지막 감염자로 남아있던 80번 환자가 유전자 검사에서 양성과 음성을 오가다가 결국 숨짐에 따라 방역당국은 '메르스와의 전쟁'에서 이기지 못한 채 찜찜한 종료를 맞게 됐다. 메르스 마지막 환자가 완치되지 못하고 투병 중 숨진 데다 이미 전파 가능성이 없어진 상황에서 종식선언을 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방역당국은 메르스 종식선언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다만 복지부 차관이 이끌고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등이 참여해온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해체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메르스와의 1차전은 끝났지만 감염병과의 본격적인 대결은 지금부터다. 메르스 사태로 응급환자 관리와 비상대응 능력이 도마에 올랐던 삼성서울병원이 정상화되고, 사태 초기 우왕좌왕하며 '골든타임'을 놓쳤던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도 곧 해체되겠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 사회 곳곳의 감염대응체계를 어떻게 운영하는가다.
그러나 메르스가 종식되기도 전에 지난달 건국대 동물생명과학대학에서 55명의 폐렴 환자가 무더기 발생해 한달이 지나도록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이달에는 서울 양천구 한 의원에서 수액 주사를 맞은 환자 66명이 C형간염에 집단 감염되는 등 대규모 감염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건국대 사태의 경우 세균이나 바이러스뿐 아니라 실험실에서 쓰인 사료를 통한 감염 가능성도 조사했지만, 감염원의 실체가 오리무중이다. 양천구 의원의 경우 1회용 주사기를 반복 사용하고, 남은 주사액도 버리지 않고 재사용했으며, 병원 관계자들조차 감염에 노출됐다니 의료현장의 안전 의식이 얼마나 위험한 수준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연이은 사건들은 진료와 연구, 산업, 생활 곳곳에서 감염관리에 큰 구멍이 난 채 메워지지 않고 있음을 확인하게 한다. 정부가 지난 9월 메르스 후속대책으로 내놓은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 역시 속도를 못 내고 있다니 갈 길이 멀다. 정부 대책은 큰 그림 이후 각 방안을 언제, 어떻게 실행할지 등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는 상황이다. 방역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됐던 역학조사관 확충 역시 필요한 예산이 내년 정부 예산에 아직 반영되지 않고 있다.
지인이 입원하면 여러 명이 함께 병원을 찾고, 보호자가 숙식하며 병상을 지키는 문병·간병 문화도 그대로다. 일부 대형병원들이 환자 1명당 보호자 1명, 병실 면회 시간제한 등 조치를 하며 관리를 강화하고 있지만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방역당국이 '보호자 없는 병원' 서비스를 시범 운영해 2018년까지 전국 의료기관으로 확대할 예정이지만 추진 속도가 더디다.
이러다가는 메르스 같은 사태가 언제 어디서 벌어질 지 장담하기 힘들다. 사태가 터지면 나라 전체가 공황상태가 되고, 사건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예전으로 돌아가는 일을 반복해서는 미래가 없다. 국민 개개인부터 생활 속에서 안전수칙을 실천하고, 정부는 계획한 후속대책들을 강한 의지로 밀어붙여야 할 것이다. 언젠가 다시 발발할 대형 감염병으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지키는 '면역력'을 제대로 키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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