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영 칼럼] 외국계벤더의 국내시장 공략법](http://contents.dt.co.kr/images/201511/2015112302102251727001[1].jpg "[심화영 칼럼] 외국계벤더의 국내시장 공략법")
유수 경영전문대학원 석사(MBA)들이 선호하는 업종이 투자은행(IB)에서 정보기술(IT)기업으로 바뀌었다는 미국 컨설팅업체의 조사결과를 봤다. MBA 출신들이 이른바 '워너비 구글러(Wannabe Googlers)'인 셈이다. 구글과 아마존, 애플이 인기지만 IBM, 오라클과 같은 하드웨어(HW), 소프트웨어(SW) 기업도 선호한다. 요즘에는 화웨이와 샤오미 같은 중국IT기업도 급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 인재들이 모여 있는 글로벌 IT기업이 타국을 공략하는 방법은 실망스럽다. 유럽에선 이미 글로벌 IT업체들의 조세 회피는 큰 사회 이슈다. 다국적기업이 특정 국가 조세제도의 허점이나 국가 간 세법 차이 등을 이용해 버뮤다·케이맨 제도 등 조세 회피처로 매출이나 이익을 옮겨 세금을 내지 않는다. 여기에 부과하는 세금이 '구글세'다.
한국 시장에선 어떠한가. 구글과 애플의 매출 자체가 베일에 가려 있다. 업계에서 추정하는 이들 기업의 국내 실적은 조 단위지만, 국내 매출은 아일랜드로 보내져 한국에서는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다. 다국적IT기업들은 실적공시 의무가 없는 유한회사가 많아 국내시장에서 벌어들인 매출에 대해 공개하지 않을 뿐 아니라 SW와 HW 제품의 종속성을 앞세워 일방적인 영업행태를 보여왔다.
지난해 다국적 SW업체 중 한국IBM이 유일하게 실적을 공시했다. 한국오라클,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등 수천억원대 매출이 예상되는 대부분 외국계기업들은 매출과 직원 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외국계 벤더(Vendor)들의 한국시장 점유율은 1~3%대가 대부분이지만 글로벌 IT기업들에게 한국시장은 잠재력 있는 테스트베드로서 의미를 가져왔다.
최근 한 다국적기업의 기자간담회를 찾았다. APJ(아시아태평양 및 일본) 외국인 지사장(Regional Director)이 방한해 자사 솔루션에 대해 한 시간을 설명했다. 메시지는 간단했다. HW 제품 이외에 솔루션도 팔고, 호환성이 높아 다양한 제품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 특별히 질문은 없다. 제품설명 이외에 해당 기업에 대해선 물어도 답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외국계기업들은 알리고 싶은 정보만 일방적으로 던진다. 게다가 한국법인 직원들은 아·태지역 또는 유럽법인 소속 외국인 보스에게 지시를 받는 입장으로 독자적인 의사결정은 어렵다.
그럼 영업방식은 또 어떠한가. 오픈소스가 약진하고 있다지만 IT시스템을 가동시키는 뇌에 해당하는 'OS(운영체제)'부터 시스템SW 분야에서 벤더종속성(lock-in)은 여전하다. 한국기업에게 자사 제품을 팔 때도 글로벌 본사의 윤리기준을 잣대로 들이댄다. 중견IT서비스 업계는 수익성 악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해외 벤더 문제를 꼽는다. 대기업들은 캡티브마켓을 갖고 해외 벤더와 협상력을 가질 수 있었지만 중견기업들은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렵다. 외국계벤더가 HW·SW 공급을 못하겠다고 하면 발만 동동 구른다. 로컬시장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는 고압적인 자세다.
이런 불투명하고 일방통행식 행태에 변화의 조짐이 일 전망이다. 구글세 입법화가 시작되면 국내매출과 수익에 대해 보고할 의무가 생기게 되고 소득세와 법인세를 물게 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게 있다. 중국이 보안을 이슈로 모바일 내 핵심인 OS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자국기술화를 진행 중인 것처럼 우리나라도 외국계벤더와 맞설 기술개발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국내 로컬기업이 기술자생력을 갖출 수 있게 되기까지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기술적 견제의 미학 없이 외국계벤더의 국내시장 공략법이 달라지길 기대하기는 어렵다.
심화영 IT정보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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