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형 칼럼] 구조조정과 읍참마속](http://contents.dt.co.kr/images/201511/2015111602102251661001[1].jpg "[이근형 칼럼] 구조조정과 읍참마속")
산업 구조조정이 우리 경제의 핵심 화두로 등장했다. 제조 수출을 중심으로 쉼 없이 달려온 한국 경제가 성장 한계에 봉착했다. 변화와 체질 개선으로 위기 상황을 돌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 들어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개월 연속해 뒷걸음을 쳤다. 지난달에는 수출이 금융위기 이후 최악인 15.8%나 감소했다. 세계 경제의 저성장 장기화와 미·중 간 환율 전쟁, 저유가, 중국 제조업의 성장 등 수 많은 암초가 우리의 앞을 막고 있다.
1960년대 이후 고속성장을 해 온 우리 경제는 석유파동과 국제구제금융(IMF) 체제, 세계 금융위기 등 몇 번의 고비를 슬기롭게 넘겼다. 하지만 이번은 상황이 다르다. 이전에는 대부분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주춤했던 것이라면 이번에는 내부적인 요인이 더 크다. 내외부의 문제가 겹치면서 사상 초유의 충격을 받고 있다.
우리 경제를 이끌던 산업은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 세계 1위였던 조선산업은 '빅3' 조선사가 올해에만 7조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세계 최고 수준인 철강 산업과 수출 1위였던 정유도 꼬꾸라졌다가 겨우 숨만 돌렸다. 대표적인 수출 효자인 스마트폰은 장래가 어둡고 잘 나가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도 5년을 장담하기 어렵다.
2000년대 일본이 주춤한 틈을 타 고속성장을 한 한국 산업이 불과 10년 만에 최악의 위기에 몰렸다. 중국 제조업의 성장이 가장 크다. 여러 악재가 있지만, 문제는 중국의 부상이다. 중국 제조업은 우리의 주력산업 모두에서 우리를 추격하거나 앞지르고 있다. 조선, 철강, 정유, 화학, 전자, 디스플레이, 스마트폰은 물론 이제는 반도체까지 넘보고 있다. 일본이 우리에게 주도권을 넘겨 줄 때 모습과 흡사하다. 저렴하고 우수한 인력과 거대한 내수시장을 앞세워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우리 경제는 체질 개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이 한화와 롯데에 화학 회사를 매각하면서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SK가 반도체와 에너지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지만, 성과는 없다. 조선과 철강 산업은 검은 손이 숨통을 조여오고 있지만, 여전히 대마불사 논리와 과거에 안주하고 있다. 일본 제조업체들이 지난 몇 년 주력 사업까지 매각하는 뼈아픈 구조조정으로 다시 부활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더딘 행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위기 상황을 느끼는 기업과 사회의 온도 차다. 이렇게 더디게 가다가는 변신도 하기 전에 거대한 쓰나미를 만날 수도 있다.
정부도 뒤늦게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조선과 철강 등 한계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벌어서 빚도 못 갚는 '좀비' 기업을 정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방향은 왠지 기업과 다른 듯하다. 그림 맞추기처럼 조각 조각을 뗐나 붙였다 하며 모양 꾸미기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근본적인 혁신을 통한 경쟁력을 키우기보다 보여주기에 급급하다.
환부는 뿌리를 치료해야 하고, 그래도 어렵다면 상처를 도려내야 한다. 잠시 덮여둔다고 완치되지 않는다. 새끼발가락의 작은 종기를 그대로 놔두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제갈공명은 눈물을 흘리며 아끼던 마속의 목을 벴다. 모두 같이 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우리가 처한 상황은 그렇지 않다.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우리 산업의 환부를 과감히 도려내고 새 살이 돋아나게 하는 냉정함과 과감함이 정부와 기업 모두에게 필요하다.
이근형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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