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출돼도 못바꾸는 현행 주민등록법...위헌 여부 공개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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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정해진 주민등록번호는 바꿀 방법이 없는 현행 주민등록법이 헌법에 위반되는지를 두고 공개변론이 열렸다.

포털 사이트나 인터넷 거래사이트 등이 해킹을 당하면서 가입자 개인정보가 대거 유출되는 사고가 수차례 발생함에 따라 주민등록번호를 바꿔달라고 국가에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강모 씨 등이 낸 헌법소원에 대해 국민 견해를 듣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1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는 국가가 부여한 주민등록번호를 바꿀 수 있는 규정을 적시하지 않은 주민등록법 제7조 제3항과 제4항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하는지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헌법소원을 낸 강 씨 측은 주민등록번호가 그 자체에 생일과 출신지 등 개인정보를 담고 있고, 다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연결자(key data) 역할을 하기에 개인이 스스로 강하게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등록번호가 인터넷에 유출된 상황에서는 개인 식별기능이 사실상 무력화 됐음에도 변경에 대해 아무런 규정이 없는 현행법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논리다.

위헌론 측 참고인으로 나선 이경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현행 주민등록번호 생성 체계대로라면 2100년이면 한계가 온다"며 "무작위 번호로 생성되고 개인이 번호를 변경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등록번호 뒷번호 7자리 중 첫 번째가 출생연대와 성별 번호인데 1, 2번이 1900년대 출생 남녀, 3, 4번이 2000년대 남녀, 5, 6번이 외국인 1900년대 남녀, 7, 8번이 외국인 2000년대 남녀, 9, 0번이 1800년대 남녀로 돼 있기에 2100년이 되면 더 이상 쓸 수 있는 번호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 관할 부처인 행정자치부 측은 변경 규정이 없는 건 입법 정책으로 충분히 해소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헌법재판의 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제도가 처음 생겼을 때는 조세와 병역 등 국민에 대한 의무 부과가 주된 목적이었지만 이젠 참정권 행사, 교육권, 사회적 약자 배려 등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주민등록번호 제도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안 없이 변경을 허용하면 심각한 사회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행자부 측 참고인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정되면서 민간부문의 주민등록번호 수집과 이용이 금지돼있고 제한적인 목적에만 허가돼 있으므로 유출에 따른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심화영기자 dorot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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