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학 칼럼] 다시 생각해보는 `메르스 사태`](http://contents.dt.co.kr/images/201510/2015102802102251607001[1].jpg "[의과학 칼럼] 다시 생각해보는 `메르스 사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이 사실상 종식됐다. 메르스 사태로 홍역을 치른 정부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제2의 메르스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다시 돌아봄으로 교훈을 얻어야한다. 중동호흡기증후군은 코로나바이러스(coronavirus) 감염에 의한 호흡기질환이다. 가벼운 감기증상부터 중증급성호흡곤란증후군(Acute Respiratory Distress Syndrome, ARDS)까지 다양한 임상양상을 나타낸다.
MERS는 2012년 6월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폐렴과 급성호흡부전으로 사망한 60세 남자와 같은 해 9월에 카타르에서 급성호흡부전과 급성신장기능부전을 보인 49세 남자에서 원인바이러스를 규명함으로써 이름이 붙여졌다.
이 바이러스가 낙타에서도 발견되고 환자가 낙타와 접촉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낙타를 매개로 하여 사람에게 전염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MERS 발생 시기도 낙타의 출산 시기인 3~5월 이후로, 낙타와 사람의 접촉이 많은 시기라고 한다.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2012년부터 현재까지 총 25개국에서 1167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479명이 사망했다(유럽질병통제센터, 2015년 5월 29일 기준). 총 감염환자의 97%(1132명)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지역에서 발생했으며, 사망률은 40%, 잠복기는 2~14일(평균 5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2015년 6월 5일)까지 RT-PCR 검사로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이 41명이고, 4명(9.8%)이 사망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 MERS 사망률은 40%보다는 훨씬 낮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염병의 성격상 첫 번째 환자(index case)의 진단이 늦어져 전염력이 높은 질환이라면 환자가 늘 수밖에 없었다. 첫 환자는 병력 청취 때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한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사태가 확산됐다. MERS는 공기비말을 통한 감염으로, 2미터 이내 반경의 밀폐된 공간에서 환자와 밀접한 접촉을 한 경우에 옮을 수 있다. 실제로 중동지역에서도 87%가 원내감염이었고 4%가 가족 내 전파였다. 우리나라에서도 75%가 원내감염이었다. 우리나라의 의료체계는 전세계적으로 비용-효과가 탁월하여 모범사례로 알려져 있지만, 그 이면에는 다인실 위주로 운영되고 의료진(의사나 간호사) 대 환자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병원 내 감염관리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점이 지적된다.
MERS에 대한 공포로 각종 모임이나 세미나가 취소되고 해외 연자가 입국을 취소하는 등 경기가 급격히 위축됐다.
수 년 전에 전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SARS도 코로나바이러스가 원인이었다. 굳이 SARS와 MERS를 비교하자면, MERS의 어린이 환자 발생률은 SARS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되어 있다. MERS-CoV에 감염되더라도 증상의 정도가 다양하며, 증상이 없는 경우 전염력이 거의 없다. 증상(발열, 기침)이 없다면 MERS 검사를 할 필요는 없으며, 환자에게 접촉하거나 노출된 지 2주가 지났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감염질환은 숙주(사람)의 면역력과 적(균) 사이에 균형이 깨어져서 발생한다. 따라서, 중환자는 당연히 바이러스의 양(burden)이 많고, 이는 상대적으로 숙주(환자)의 면역력 저하가 바이러스 창궐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밝혀진 바로는 국내 MERS 사망자는 나이가 많고 이미 기저질환이 심각한 환자였다. 중환자는 바이러스 양이 많기 때문에 전염력도 높을 수 밖에 없다. MERS인 줄 모르고 기관지내 삽관을 하고 기관지 내시경을 했던 의료진은 많은 양의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 밖에 없었지만, 이제 온 국민이 MERS에 대해 인식하고 있고 의료진과 의료기관도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MERS는 2차, 3차 감염으로 갈수록 전염력이 약해지고 병을 일으키는 능력도 약해진다.
MERS에 대한 진실과 오해를 풀고 향후 있을 수도 있는 제2차 MERS사태를 미리 예방하고 차단해야 한다.
이진화 이화여대 의과대학 교수 (MRC조직손상방어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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