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핀테크의 꽃 `캡테크` 주목하자

자본과 기술의 결합
'캡테크' 인식 확산
신규 플랫폼서비스 주목
스타트업 기업 지원할 후원자 역할 중요해져
진정한 금융개혁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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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0-14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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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핀테크의 꽃 `캡테크` 주목하자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유재훈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유재훈

2014년 중반부터 언론에 '핀테크' 라는 생소한 용어가 조금씩 등장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금융과 IT 업계의 최고 화두가 됐다. 올해 초 정부는 핀테크 육성을 핵심 개혁과제로 선정한 이후, 핀테크 육성의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를 개선하고 다양한 핀테크 활성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지급결제, 송금 등의 부분에서 많은 핀테크 서비스들이 등장했고,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 선정 작업도 조만간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초기에는 다소 회의적이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기업들과 금융회사들도 이제는 전담조직을 만들어 새로운 핀테크 서비스 발굴에 열을 올리는 등 핀테크를 둘러싼 국내의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금융시장의 핀테크에 비해 자본시장에서의 핀테크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 한 것 같아 아쉬움을 느낀다. 자본시장에서의 핀테크는 스타트업 기업의 창의적 아이디어와 빅데이터 기술 등의 융합을 통해 다양하고 차별화된 서비스 형태로 나타날 수 있어 금융시장에서의 핀테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인다. 자본시장은 금융시장의 일부이기는 하지만 자본시장이란 용어를 별도로 구분해 쓰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나름의 다양한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시장의 핀테크와는 차별화된 의미로 자본시장에서의 자본(Capital)과 기술(Technology)의 결합을 의미하는 '캡테크(CapTech)'라는 용어를 별도로 사용하자고 제안해 왔다.

미국이나 유럽 등 핀테크 선진국의 경우에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에 기반을 둔 온라인 투자자문, 개인자산관리, 소셜트레이딩 등과 같은 자본시장 영역의 다양한 틈새시장에서 핀테크 서비스가 활발하게 개척되고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캡테크 서비스의 대표적인 것으로 로봇(알고리즘)이 개인의 자산운용을 자문하고 관리해 주는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를 들 수 있다. 고객의 투자상품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외생변수를 인공지능 컴퓨터가 밤낮과 휴일을 가리지 않고 24시간 쉼 없이 모니터링하면서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신속하게 포트폴리오를 수정해 고객의 휴대폰으로도 알려줄 수 있는 서비스다. 2008년 뉴욕에서 설립된 로보어드바이저 기업 베터먼트(Betterment)는 25억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관리하는 회사로 급성장했다. 그 외에도 웰스프론트, 플렉스스코어, 파이낸셜가드 등 수많은 로보어드바이저 회사가 저렴한 수수료와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무기로 소액투자자들의 투자수요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게다가 세계적인 저금리 현상과 인구 고령화의 진전으로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 수요는 앞으로 더욱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이프라이빗뱅킹에 따르면 로보어드바이저가 관리하는 자산규모가 5년 뒤 약 500조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자본시장에 나타날 수 있는 캡테크 서비스는 ATS 브로커리지(Brokerage), 공시정보와 증권정보 빅데이터 분석, 온라인IR(기업설명회), 의결권행사 관련 서비스 등 매우 다양하다.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 발맞춰, 예탁결제원도 종합증권서비스기업으로서 캡테크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인식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캡테크 시장 발전에 대비한 신규 플랫폼서비스 마련에 힘쓰고 있다. 이를 위해 자체 운영 중인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를 기반으로 예탁결제원이 보유한 다양한 증권정보가 스타트업 기업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결합해 새로운 증권서비스로 개발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2014년 9월에 증권정보 오픈 API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연내 추가적으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증권정보 분석, 소셜트레이딩, 로보어드바이저, 머신러닝, 주가예측 서비스 등 자본시장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는 10개 캡테크 기업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이들의 혁신적인 서비스 창출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캡테크 산업이 실제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스타트업 기업들을 뒷받침해 줄 든든한 후원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은행 업무를 기반으로 하는 핀테크 비즈니스는 초기에 높은 규제가 따르게 돼 스타트업 기업에게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 반면에 자본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캡테크 비즈니스는 상대적으로 소규모 스타트업 기업들이 다양한 틈새 서비스를 쉽게 제공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큰 자본의 투입 없이도 다양한 비즈니스로 빛을 발할 수 있어 금융혁신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캡테크라 생각한다.

예탁결제원은 선진국의 예탁결제회사들처럼 금융시장에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금융정보 서비스 플랫폼을 제공해 시장참가자들이 이를 바탕으로 제대로 된 캡테크 서비스를 금융시장에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민영회사를 지향하고 있다. 국내 핀테크 산업은 정부 주도 하에 금융시장이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보다 단기간에 많은 가시적 성과들을 거뒀다. 하지만 정부의 특정 산업육성이란 시장의 실패만큼이나 정부실패의 위험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그간의 교훈인 만큼 급변하는 국제경제환경 속에서 핀테크 사업자들의 자생력을 키우는 것에도 신경을 써야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인 핀테크와 캡테크 회사가 탄생해 진정한 금융개혁이 성취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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