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임금 피해 조선소 해외이전 수주규모 세계 10위로 급성장
최악 불황에도 노조에 '발목' 현대중 등 국내 3사와 대조적
소·외양간 다 내준 STX같은 해외진출 사례 되풀이 말아야
최악 불황에도 노조에 '발목' 현대중 등 국내 3사와 대조적
소·외양간 다 내준 STX같은 해외진출 사례 되풀이 말아야
국내 조선업계가 최악의 경영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도 조선사 노조들은 과거와 같은 '이기적인 행보'를 지속하고 있어 세계 1위를 구가하던 국내 조선업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노조의 이 같은 행태가 이어질 경우 해외로 조선소를 옮겨 부활한 한진중공업과 같은 사례를 계속해서 만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3일 증권 업계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은 올 3분기 15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해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대형 조선사들의 실적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올린 성과여서 눈길을 끈다.
한진중공업이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은 2008년 필리핀에 설립한 수빅조선소가 본격적인 이익을 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수빅조선소는 8년 만에 수주 규모 기준으로 세계 10위 조선사로 성장했고 한진중공업이 부활하는 데 '1등 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대부분 국내 조선사들이 국내에 조선소를 운영하는 것과 달리 한진중공업이 해외로 눈을 돌린 것은 국내의 비싼 인건비와 지역 이기주의에 휩싸인 지자체의 반대 때문이었다. 특히 노조로 몸살을 앓은 전력이 크게 작용했다. 이에 한진중공업은 인건비가 저렴한 필리핀으로 눈을 돌렸다. 필리핀 근로자의 연평균 급여는 500만원 가량으로 국내 대형조선사의 15분의 1에 불과하다. 조선업의 기술격차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인건비는 수주 경쟁력에서 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한진중공업의 성공사례는 최악의 경영위기에 빠진 다른 대형 조선사 입장에서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이날 현대중공업 노사는 현 집행부 체제에서 임단협을 진행했지만 타결하지 못했다. 지난해 3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고, 지난 2분기까지 7분기 연속해 적자를 기록한 회사가 임금동결을 제시하자 노조가 수용할 수 없다며 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회사가 불황인 조선업 상황 극복과 함께 중국, 일본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에서 노조에 뒷목을 잡힌 꼴이다.
현대중공업은 업계 최고 수준인 연간 7527만원의 임금을 지급하며 2만8291명을 고용하고 있다. 이 회사가 조선소를 필리핀으로 옮긴다면 인건비만으로 연간 2조원 이상을 절감할 수 있다. 적자가 단숨에 흑자로 돌아설 수 있는 셈이다. 현대중공업뿐만 아니라 역시 적자를 기록 중인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각각 1인당 직원 평균 급여로 연간 7200만원과 7400만원을 쓰고 있어 상황은 비슷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진중공업이 수빅 조선소 설립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를 넘긴 사례는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선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은 결국 국내 조선산업의 약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STX조선이 중국 다롄에 조선소를 운영하다가 그룹의 위기에 빠지면서 사실상 중국의 손으로 넘어갔다. 중국은 수주량 규모에서 우리를 넘어서는 세계 1위의 조선국가로 부상하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간산업의 해외 이전은 국내 고용감소와 기술, 노하우 유출의 우려도 있다"고 전제한 후 "결국 노조의 이기주의가 산업 자체의 경쟁력을 약화하고 자신과 자손들의 일자리마저 뺏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서정근기자 antil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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