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근 한양대 교수(왼쪽부터), 안경애 디지털타임스 생활과학부장, 윤헌주 미래부 과학기술정책국장, 경상현 전 정통부 장관(한국정보방송통신대연합 회장)이 D램 반도체 개발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반도체는 현대 모든 산업의 '쌀'이다. 반도체를 스스로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는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는 절대적인 격차가 있다. 지금 우리나라가 국제 경쟁력을 가진 산업 분야는 모두 반도체 기술의 덕을 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일 서울 정동 한 식당에서 진행한 좌담회에서 경상현 초대 정보통신부 장관(현 한국정보방송통신대연합 회장)은 'D램 메모리 반도체' 기술이 국내 산업에 미친 영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가 반도체 개발에 뛰어들어 1M D램 시제품을 개발하고 있던 1980년대 중반, 반도체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은 이미 4M D램 시제품을 개발하고 있었다. 당시 세계 반도체 시장의 최선두에는 언제나 이들 두 나라가 있었고, 기술력과 자본, 시설 등 모든 것이 열악했던 우리나라는 걸음마 단계였다.
정부는 더딘 반도체 개발을 앞당기기 위해 1986년 과학기술처, 체신부, 상공부 3개 부처 공동으로 '4M D램 공동개발 전략'을 수립했다. 한국전자기술연구소(현 ETRI)가 연구개발을 총괄하고, 삼성반도체통신, 금성반도체, 현대전자, 서울대 부설 반도체공동연구소가 참여하는 초대형 산·학·연 프로젝트였다. 기업들은 반도체 사업에 사활을 걸었고, 정부도 가능한 모든 지원을 약속했다.
산·학·연·관이 일제히 발을 맞추자 개발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1989년 일본과 미국에 비해 1년 정도 늦게 4M D램 개발에 성공한 우리나라는 1992년 세계 최초로 64M D램 개발에 성공했고, 이어 1994년 256M D램 개발을 계기로 오늘날까지 세계 메모리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반도체는 수출 효자 산업일 뿐만 아니라 IT 산업 성장을 이끌며 막대한 투자와 고용을 창출해 국가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또 반도체 개발로 쌓은 기술 역량은 현재 세계 선두에 있는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의 분야로 이어졌다.
이날 전문가들은 중국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한 우리 반도체 산업이 계속 지금 같은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퍼스트 무버'로서 국가 차원의 새로운 전략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회=D램 메모리 기술이 최근 정부가 선정한 '광복 70년 과학기술 대표성과 70선'에 포함됐다. 국민 선호도 조사에서도 대표적인 기술로 꼽힐 만큼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선정 배경과 기준은 무엇인가.
▷윤헌주=과학기술 대표성과 70선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뒷받침한 과학기술에 대해 국민들과 성과를 공유하고 홍보하기 위해 기획했다. 경제발전 기여도가 큰 과학기술 성과를 중점으로 전문가들이 선정했는데, 이 중 D램 메모리 반도체는 경제에 기여한 바가 크고 정부가 초기부터 주도적으로 지원했기 때문에 상당히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사회=D램 메모리 개발에 참여한 주역으로서 선정에 대한 소감은.
▷경상현=D램 메모리 공동개발 사업이 시작된 1986년 주관 연구기관이었던 ETRI 소장을 맡고 있었다. 과학기술 대표성과 70선 선정에 대해 큰 보람을 느낀다. 당시 큰 성과이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우리나라 메모리 반도체 분야가 기술력이나 세계 시장 점유율에서 세계 선두라는 것이 선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한다. 앞으로 정부가 국가 기술개발 사업을 선정·추진하는 데 있어 그때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박재근=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이었던 삼성반도체통신에 가보니 허허벌판에 하얀 박스 같은 공장이 덩그러니 있었다. 두 번째 공장을 지으려던 당시 반도체는 이익이 전혀 안나 TDX(전전자교환기)로 생긴 이익을 전부 투자하던 시대였다. 미국과 일본을 따라잡기 위해 학회나 장비 업체들을 따라다니며 기술을 배우고 적자에도 불구하고 생산라인(팹)을 1년마다 하나씩 지어갔다. 비로소 1992년 삼성이 64M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2년 뒤에는 생산량에서도 업계 1위를 차지했다. 당시 현대전자가 생산량 4위, LG반도체가 7위를 하며 한국이 세계 메모리 산업을 선도하기 시작했는데, 잘 나가다가 IMF 사태가 터졌다. 반도체 업체들이 엄청난 적자를 기록하자 정부는 '반도체 빅딜'로 현대전자가 LG반도체를 인수하도록 했고, 합병으로 생긴 하이닉스도 위기를 극복하지 못해 미국 마이크론에 헐값에 떠밀리듯이 팔릴 상황까지 갔다. 대학과 정부 전문가들이 나서 매각은 국부유출이라고 설득해 가까스로 말렸고, 이후 2000년부터 2009년 사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세계 D램 시장 점유율 1, 2위를 차지하는 업체로 성장했다. 2010년부터는 모바일 시대 개막으로 모바일 D램 수요가 높아지면서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한 번 더 세계적으로 성장했고, 주력 수출제품으로서 경제에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인생을 D램에서 시작해 성장과 고난극복 과정 등을 지켜 봐왔기 때문에 남다른 애정이 있다.
▷사회=가능성만 보고 사활을 걸고 투자해 미국과 일본을 따라 잡고 결국 역전까지 성공한 드라마틱한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저력이 느껴진다. 그 과정 중에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경상현=80년대초 이병철 삼성 회장이 일본에서 반도체 기업 경영자들을 만나 반도체의 중요성을 깨닫고, 1983년 '2·8 도쿄선언'을 통해 반도체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 의지를 공표한 이야기는 많이 알려져 있다. 이 회장은 당시 전두환 대통령을 만나 반도체 산업이 정말 중요하지만 기술적 능력과 경험, 자본 등에서 국내 기업 능력으로는 힘들다며,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요청했다고 한다. 당시 전기통신공사(현 KT) 기술담당 부사장으로 있었는데, 84년말 쯤 당시 과기처 전기전자연구조정관으로 있었던 김재균 KAIST 교수가 부사장실에 찾아와 정부가 이 회장의 요청을 듣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데, 정부 재원으로는 벅차니 공사에서 재원을 지원해 줄 수 없겠느냐고 물었다. 가만히 얘기를 들어보니 반드시 해야 하는 사업이고, 잘 돼야 통신분야도 기술자립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공사 안에서 반도체에 투자해야 한다고 사람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결국 과기처가 100억원, 통신공사가 200억원을 내고 기업체에서 돈을 모아 400억원 정도를 만들어 일을 시작했다. 일이 진행되기 시작할 즈음 통신공사 사장직을 내놓고 ETRI 소장으로 가게 됐다. 당시 목표는 반도체 셀 하나하나가 제대로 작동하는 4M D램 시제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결국 목표대로 1988년 4M D램 반도체 시제품을 완성해 대통령에게 보고를 했다. 이 프로젝트에 특별한 관심을 두던 전두환 대통령은 연구에 참여한 삼성, 금성, 현대, ETRI 연구원들과 대학교수 등 100여명을 청와대로 불러 저녁만찬을 열었다. 대통령이 기분이 좋아 직접 마주앙 와인병을 들고 다니며 연구원들 한 명 한 명에게 따라주던 기억이 난다.
▷박재근=반도체 분야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이 세계 1등까지 오른 과정에 기술적으로 큰 갈림길이 있었다. 당시 국내 기업들은 4M D램을 개발하면서 동시에 내부에서 16M와 64M D램 개발을 동시에 진행했는데, 어떤 생산방식으로 개발할 지 중대한 결정을 해야 했다. 당시 세계 반도체 1∼3위 업체는 일본 NEC와 도시바, 히타치였는데 NEC와 도시바는 실리콘의 아래를 뚫어서 만드는 '트렌치' 방식을, 히타치는 쌓아서 만드는 '스택' 방식을 택했다. 따라가는 입장인 우리는 어떤 방식이 성공할지 알 수 없어 둘 다 연구해보고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각 기술을 개발하는 팀마다 자신들의 기술이 더 낫다고 할 만큼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결정에 따라 스택 방식을 선택했고, 국내 기업들도 모두 스택 방식을 따랐다. 이후 트렌치 방식을 택했던 NEC와 도시바는 양산에 실패하면서 시장에서 뒤처지게 됐다. 이 틈을 국내 기업들은 생산량을 급격히 늘리면서 값을 조절할 수 있게 됐고, 1992년 64M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비로소 일본 기업들을 따라잡게 됐다. 만약 그때 트렌치 방식을 택했다면 지금의 한국 반도체 산업은 없었을 것이다.
▷사회=D램 개발 성공이 국내 산업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가.
▷윤헌주=정부가 R&D 사업을 시작한 것이 1982년인데, 반도체 개발은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은 시기였다. 이때 D램 개발에 성공하면서 국가적으로 R&D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고, R&D가 정부 부처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당시만 해도 정부 부처의 R&D가 활발하지 않았는데 과기처와 체신부 등 3개 부처가 공동으로 이런 프로젝트를 추진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 반도체가 산업의 기반도 됐지만, R&D 측면에서도 64M D램 개발을 세계 최초로 성공하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원천이 됐다. 이를 바탕으로 1992년 중장기 국가 대형 R&D 사업인 'G7 프로젝트'(선도기술개발사업)가 시작됐고, 반도체 개발을 통한 민간과 정부의 협력 경험을 토대로 굵직한 성과들 이룰 수 있었다.
▷경상현=반도체에는 D램 외에도 주문형 소자나 마이크로프로세서 등 중요한 분야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D램 기술이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 들어가는 기술 개발, 공정, 시험 방법 등의 노하우가 있으면 다른 기술도 훨씬 빠르고 쉽게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D램에서 세계적에서 앞서 나갔기 때문에 지금 한국 스마트폰도 세계 최상권을 유지할 수 있다.
▷박재근=과거 산업현장을 생각해보면 회사에서 수출을 얼마나 했는지 계속 알려주고 수출역군이라는 점을 강조해 자부심을 많이 느꼈다. 1995년 반도체 수출총액이 100억달러를 돌파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18% 정도를 차지했다. 2005년까지도 10% 정도를 차지했고, 지금도 D램만 3.5%를 차지한다. D램을 계속 작게 만드는 '스케일링 다운' 과정에서 1년 반마다 공장을 하나씩 새로 지었는데, 이를 통한 고용창출이 어마어마했다. 2000년에 국내 D램 기업의 제조 인원이 전체 제조 인원 고용의 3%를 차지했다. 우리나라 제조인력 100명 중 3명은 반도체를 생산했던 것이다. 회사가 급속도로 팽창하다 보니 매년 몇천명 씩 신입사원이 들어왔다. 또 기업들은 반도체에서 얻은 자신감으로 LCD와 LED 사업에도 진출했고, 세계 1, 2위를 차지하게 됐다. 우리나라 스마트폰이 세계 정상급에 오른 것도 D램 반도체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전력 소모가 적은 모바일 D램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해 양산 제품을 출시했다. 이들은 모바일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는 데 엄청난 기여를 했고, 앞으로 사물인터넷(IoT) 시대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사회=D램 개발은 산·학·연 공동 프로젝트로 이뤄졌는데, 성공적으로 이뤄진 비결은 무엇이었나.
▷윤헌주=정부의 지원과 참여 기업의 열의, 정부출연연의 기술 역량이 삼위일체가 되고, 과기처와 산업부, 체신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해 뒷받침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보통 기업들이 R&D 사업에 공동으로 참여하면 기술 소유권 등의 문제가 많은데, 사전에 많은 논의를 통해 잘 정리한 것이 주효했다. 정부가 나서서 민간의 아이디어를 즉각 실현한 것에도 의미를 둘 수 있다.
▷경상현=앞으로도 국가 R&D 사업을 할 때 반드시 생각해야 할 점은 참여 기업들이 얼마나 성공에 대한 열의가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미래를 걸고 회사 역량을 총동원해서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D램 개발 당시 참여 기업들은 실패하면 회사 문을 닫는다는 각오로 뛰어들었고, 그것이 성공의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당시 기업들은 공동개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서로 정보를 공유했지만, 공동연구에만 기대지 않고 각자 회사 내부에서 공격적으로 투자해 실험장비와 연구원을 확보하고 기술을 개발했다. 기업마다 양산에 성공하면 샘플을 다른 제조 기업들에 보내는데, 이 샘플을 보면 상당 부분 각 회사가 스스로 만든 기술들이 들어가 있었다. 다른 회사뿐 아니라 회사 내부 팀 간에도 경쟁이 치열했고, 서로 사활을 걸었던 것이 목표보다 빨리 성공하게 된 중요한 배경이 됐다.
▷박재근=4M D램 개발을 마치고 1988년 16M D램을 개발을 시작하면서 정부는 D램 소자보다는 D램 제조에 필요한 장비와 재료 개발로 방향을 틀었다. 당시 반도체 제조설비와 재료는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을 하는 실정이어서 원가 경쟁력을 위해서는 반드시 장비와 재료 국산화가 필요했다. 정부가 국산 장비와 재료를 개발하겠다고 나서자 국내에 관련 업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독자 성장은 어려웠겠지만 정부 지원을 발판삼아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어진 산·학·연 D램 개발 프로젝트도 반도체 장비와 재료 산업 육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사회=과거에는 가야 할 길이 명확했고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어려운 일을 해낼 수 있었다. 이제 앞에 아무도 없는 1등인 상황에서 어떻게 해나가야 할 지가 과제다.
▷경상현=이제는 80년대처럼 정부가 직접 제품 개발을 지원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이미 4M, 16M D램을 만들었을 때도 우리 기업들이 외국에 수출할 때 무역분쟁이 상당히 많았다. 정부가 지원한 돈으로 제품을 개발하는 것은 불공정 경쟁이라고 했다. 정부가 지원하는 방법은 직접 자금을 대는 것 외에 금융이나 세제 등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특히 앞으로 10∼15년 후 현실화될 차세대 기술에 대해 기초적인 R&D를 하고,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정부 역할이다.
▷박재근=D램은 1994년에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근사하게 따라갔고, 10년 전부터 정말 1등이 됐다. 기업체 반도체 연구소장들을 만나면 "앞에 벽만 있다"고 말한다. 그전까지는 일본, 미국 업체만 보고 따라 하면 됐는데, 패러다임이 달라진 것이다. 정부 정책도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지금 만들고 있는 것과 다음 만들 것은 사실 정부 도움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 정부는 구조가 완전히 달라질 '차차세대' 미래 기술에 대한 선행연구를 이끌어야 한다. 기업에서 이런 연구를 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정부가 이런 연구를 지원하면서 인력을 양성하고, 기술 테스트 단계에 기업에 넘겨주면 된다. 최근 아쉬운 점은 정부 지원이 크게 늘어난 바이오 등에 인력이 몰리다 보니 반도체 연구가 가능한 대학이나 출연연 인력이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사실 최근 기업들이 '오픈 이노베이션' 정책을 펼치면서 기술을 돈주고 사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술을 사와도 사용할 줄 아는 인력이 없다는 점이 큰 문제다. 최근 중국이 120조원 규모 펀드를 만들어 반도체 산업을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또 수년 전부터 100대 대학마다 100명의 학생들에게 전액 장학금을 주면서 인력을 키우고 있다. 매년 1만명의 우수 인력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중국이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시장에 진입할 것은 명확하고, 국내 기업들은 기술격차를 크게 벌리는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차세대 D램 선행기술 개발을 산·학·연 공동으로 진행하고, 우수한 인력을 정부 지원 하에 길러야 한다.
▷사회=거센 도전 가운데 우리 반도체 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미래 전략은 무엇인가.
▷경상현=실질적으로 지금 반도체 산업을 이끌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그렇다고 각 기업이 명확히 어떤 일을 해야 한다고 답하는 것도 쉽지 않다. 다만 반도체 산업이 현재와 같이 5∼10년을 버틴다고 가정했을 때, 지금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가능성이 큰 기술들이 현실화될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 정부는 대학이 이런 연구를 더 잘 할 수 있도록 해 새로운 기술을 주도할 준비를 해야 한다.
▷박재근=일본은 잃어버린 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되찾겠다며 우리나라가 투자하는 금액의 10배를 투자해 기업들의 R&D를 돕고 있다. 유럽은 뇌과학을 기반으로 IoT, 빅데이터 등에 적용 가능한 차세대 메모리 기술을 개발하는데, 이 분야에 투자하는 규모가 우리나라는 유럽의 10분의 1도 안 된다. 우리도 안 하는 분야는 없지만 규모가 작다. 현재 반도체 산업이 잘 나간다고 해서 관심을 안 두면 앞으로 리스크가 크다. 미국과 유럽, 일본은 앞으로 새로운 반도체 기술에서 D램보다 훨씬 큰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고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메모리는 모든 IT 기술의 '등뼈'다. 이 기술이 없으면 할 수 있는 게 없다. 특히 이런 기술을 개발하고 활용할 인력이 없어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리스크다. 인력 문제는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