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 내년 예산 사실상 삭감
50대 혁신기업에 네이버 뿐
우수한 두뇌집단 장점과 부단한 노력과 인내로
R&D 혁신 역량 모아 경제회복 재도약 나설 때
50대 혁신기업에 네이버 뿐
우수한 두뇌집단 장점과 부단한 노력과 인내로
R&D 혁신 역량 모아 경제회복 재도약 나설 때
![[시론] `트리플 패키지`로 재도약하자](http://contents.dt.co.kr/images/201510/2015100202102351607001[1].jpg "[시론] `트리플 패키지`로 재도약하자")
최근 과학기술계는 수용하기 힘든 두 가지 소식을 접했다. 첫째는 미래부가 2016년도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안으로 올해보다 0.2% 늘어난 18조 9369억 원으로 확정했다는 것이다. 이는 물가상승률을 고려한다면 사실상 삭감에 가깝다.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는 있었지만, 이번 예산안을 받아 든 과학기술계가 느끼는 당혹감은 크다. 과거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국가 전체를 휘감았던 IMF구제금융시기와 글로벌금융위기에서도 연구개발(R&D) 예산만은 의심의 여지없이 증액 되어왔던 관성이 깨어졌기 때문이다.
두 번째 소식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이 매년 선정하는 세계 50대 혁신기업에 우리나라 기업은 네이버 하나라는 것이다. 2014년 4위에 위치했던 삼성전자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로 혁신을 앞당긴 LG전자 마저도 2015년 리스트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반해 중국은 디지털 결제서비스 혁신으로 4위에 랭크되어 있는 인터넷기업 알리바바를 포함해 미국을 제외한 전체 기업의 31%를 차지했다. 또 특정 대기업에 의존했던 우리와는 달리 골드윈드, 래터스파워, BGI 등 새로운 혁신기업을 속속 등장시켰다. 중국은 낮은 인건비를 앞세운 세계의 공장일 뿐, 그래도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혁신역량에서는 우리가 앞서 있다는 자부심마저 여지없이 무너진 것이다.
이 두 소식이 과학기술계에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냉철히 바라봐야 한다. 70~90년대 과학기술계는 선진기술 추격 연구개발을 통해 우리 산업계에 핵심 기술을 공급하는 역할에 충실했다. 90년 후반부터 추격이 아닌 선도 연구로 전환하기 위해 글로벌 수준의 혁신역량 육성에 주력했다. 글로벌 혁신역량을 평가하기 위한 연구개발 산출물의 지표로 채택된 SCI 논문은 2013년 5만1051건으로 2004년 2만4307건 대비 두 배 이상 비약적으로 늘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연구개발 산출물의 성장이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되리라는 기대에 대한 기다림이 길어짐에 따라 과학기술계에 대한 국민적 믿음과 신뢰에 어느새 틈이 생겨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정말 R&D 투자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려준 국민들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한 혁신을 본격화해야 할 때다. 지난 10여 년 우리가 시간을 낭비한 것만이 아님을 성과로써 보여야 한다. 필자는 그 혁신의 한 축에 융합이 있다고 믿는다.
에너지, 헬스케어, 금융 등 9개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제너럴일렉트릭(GE)은 'GE 스토어'라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GE내 다양한 그룹의 엔지니어들이 연구개발 성과를 공유하고 정기적으로 모여 새로운 기술 개발을 위한 융합의 장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GE운송'은 'GE파워앤워터'의 풍력발전기를 위해 연구개발한 '바람 방향 예측 및 대응 시스템'을 적용해 고질적인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또 'GE항공'과 'GE운송'은 'GE오일앤가스'에서 개발한 고성능 회전기계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기술적 난제 마저 해결했다. GE가 거둔 이 놀라운 성과는 기술 융합을 넘어 산업의 경계마저 허문 노력의 결과였다.
GE의 사례는 융합이 우리 과학기술계에게 주어진 임무 달성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필수사항임을 말하고 있다. 필자가 속한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융합연구단 사업과 융합클러스터 프로그램 등을 추진하는 것도 바로 이 이유다. 융합클러스터 프로그램은 융합연구 활성화를 위한 소통채널 확보를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연구회 소관 출연연 및 대학, 산업체 등으로 융합클러스터를 구성하고, 포럼, 세미나 등 다양한 형태의 네트워크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미래선도형과 실용화형으로 나눠 추진되고 있는 융합연구단은 다학제 융합연구를 추구한다. 연구팀 구성에 있어서는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국가대표급 연구팀 구성을 목표로 한다. 이와 같은 노력으로 과학기술계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다시 한 번 반석 위에 올려놓고자 한다.
에이미추아 교수 부부는 '트리플 패키지'책을 통해 성공을 위한 세 가지 유전자로 첫째 우수한 집단과 전통에 속한다는 자부심, 둘째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마지막으로 미래를 위한 부단한 노력과 인내를 꼽았다. 올해 과학기술계의 최대 화두인 R&D혁신이 긍정적인 부담감으로 우리 혁신역량의 재도약을 위한 트리플패키지를 회복하는 핵심이 되길 바란다. 이를 통해 과학기술 기반을 둔 새로운 글로벌 혁신기업을 창출함으로써 혁신 대한민국의 강력한 엔진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윤석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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