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액·직원수 등으로 단속
대기업 집중 실효성 떨어져
뽐뿌·클리앙 잇단 해킹에도
정보보호법 적용 되지 않아
피해 지속 발생 보안책 시급
대기업 집중 실효성 떨어져
뽐뿌·클리앙 잇단 해킹에도
정보보호법 적용 되지 않아
피해 지속 발생 보안책 시급
개인정보 유출, 전자금융 사기 등 사이버 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각종 정보보호 법률은 기업 및 기관에 보다 엄격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법률의 의무 적용 범위가 주로 대기업에 집중돼 있고 상대적으로 보안이 취약한 스타트업, 온라인 커뮤니티 등은 단속이나 의무 적용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보안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정보보호 관련 법률이 부쩍 강화되고 있지만 이는 대기업에 집중될 뿐, 정작 사용자가 몰리고 접속률이 높은 커뮤니티 등은 제대로 법 적용이 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난 9월 11일 모바일 분야 유명 커뮤니티 '뽐뿌'가 해킹당해 가입 회원 19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사이트가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지 않아 주민번호는 유출되지 않았지만, 가장 보안이 철저해야 했던 비밀번호까지 모조리 유출되는 통에 뽐뿌 측의 보안 관리 실태에 대한 외부 지적이 이어졌다. 뽐뿌 측은 해킹 사태 이후 6일이 지나서야 '사과문'을 올리고 가입 회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 변경을 권고했지만 이후에도 한참동안 뽐뿌의 광고 팝업을 통해 악성코드가 유포되거나 탈취당한 정보를 악용한 스팸 공격, 계정 사칭 등의 피해 사실 호소가 이 사이트에는 끊이지 않고 올라왔다.
뽐뿌에 앞서 지난 4월에는 국내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중 하나인 클리앙이 해커에게 뚫려 '랜섬웨어'라는 악성코드를 접속자에게 대량 유포한 사태도 발생했었다. 랜섬웨어에 감염된 피해자들은 중요한 파일에 암호가 걸리고 컴퓨터 저장장치가 파괴되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기도 했다.
문제는 뽐뿌나 클리앙과 같은 커뮤니티의 영향력에 비해 이들의 보안 수준이 형편없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이메일, 생년월일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수 수집하면서도 '주민번호'를 수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적 의무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조성환 행정자치부 개인정보보호과장은 "행정자치부가 상반기에 정보보호 관련 업무 수행 업체들을 일부 조사한 결과 62%에 달하는 업체들이 정보보호를 위한 기본적인 기술적, 관리적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지적했다.
뽐뿌 해킹의 경우 보안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백신'조차 설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보안 업계 관계자는 "뽐뿌 게시판에 해킹을 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직접 글을 올려 '개인정보 200만건을 빼냈다'고 스스로 알리면서 '보안이 너무나 형편없는 수준인데, 방어 좀 제대로 하라'고 오히려 훈계까지 했다"면서 "그 글이 해커가 직접 작성한 글인지 진위여부는 확실치 않으나, 온라인 커뮤니티의 보안 수준은 정말 한심한 레벨"이라고 꼬집었다.
뽐뿌는 최신 휴대폰 보조금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회원수가 수백만명에 달하는 거대 커뮤니티다. 휴대폰 거래에 따른 수수료 수익도 챙기며, 뽐뿌 사이트를 통해 휴대폰 판매를 하는 판매자와 이익도 공유한다. 클리앙 역시 다양한 IT 정보 교환 등의 장으로 발전했지만 근간은 휴대폰 보조금 정보 제공 및 판매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즉 국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의 경우 대부분 순수 커뮤니티라기 보다 명백한 '사업자'이지만 이들에 대한 법 적용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행 법상 접속자 수, 매출액, 직원수, 회사 규모 등으로 보안 규정 의무 적용 수준을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회원이 수백만명에 달해도 커뮤니티의 특성상 실제 상주하는 직원은 소수이다보니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측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등 인터넷·미디어 관련 스타트업, 커뮤니티가 많지만 이들이 대부분 법률로 규정한 정보보호 조치를 무시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현장 점검을 하려 해도 인력이 부족하고 법적 규정도 없어 사실상 우려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보보호법 전문인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 변호사는 "스타트업이나 온라인 커뮤니티는 사업 규모가 영세하다보니 정보보호 부분까지 투자하려 하지 않고 관심도 없다"면서 "사실 해커가 마음만 먹으면 우리나라 온라인 커뮤니티들은 초토화 될 수 있을 정도로 보안 수준이 낮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해 정보유출 사고 이후 관련 법이 대폭 강화되고 있지만 이런 법적 허점을 악용하는 커뮤니티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에 조속한 대응이 요구된다"고 촉구했다.
강은성기자 es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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