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산책] 넷플릭스, `콘텐츠`로 넘어서라](http://contents.dt.co.kr/images/201509/2015092502102251607001[1].jpg "[디지털산책] 넷플릭스, `콘텐츠`로 넘어서라")
금년 9월 1일 글로벌 OTT 업체인 넷플릭스가 일본 서비스를 시작했다. 콘텐츠 제작은 후지 TV외 제휴해 자체 콘텐츠를 제작 및 유통하며, 통신사 소프트뱅크를 동하여 650엔, 950엔, 1450엔 3가지 요금 체계로 사용자들의 가입을 받고 있다. 미국보다 저렴한 가격수준이다. 한국에서도 2016년 초에 서비스를 개시하겠다고 9월 9일 공식적으로 선언해, 한국의 미디어 및 콘텐츠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지대한 관심이 일고 있다. 넷플릭스는 1997년 DVD 대여업에서 시작한 후 2007년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확장해 현재 50여 개국에 약 65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2014년말 현재 전년대비 매출액 26% 성장(약 5조원), 순이익 72% 정도 상승했고, 매출액의 80% 정도가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나오고 있으며, 시가 총액 약 50조원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세는 더욱 두드러져서, 가입자수는 연간 33% 성장, 스트리밍 매출에서 글로벌 시장의 비중도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글로벌 시장 전략은 가입자 확보 전략과 콘텐츠 확보 방식으로 나눠 생각할 수 있다. 가입자 확보 전략은 결국 현지의 어떠한 미디어 사업자와 손을 잡는가의 문제인데, 결국 방송사(예, 셋톱박스의 IPTV 같은 유료 TV 사업자) 혹은 통신사업자(예, 통신사의 프리미엄 콘텐츠 서비스)간의 선택의 문제이고, 콘텐츠 확보 전략은 현지 콘텐츠 사업자와 공동 제작하거나, 혹은 현지 시장에 맞는 콘텐츠를 스스로 제작하는 방식간의 선택이었다. 2010년 캐나다를 시작으로 글로벌 마켓에 진출하면서 지속적으로 유지해온 전략의 패턴이 일본에서도 재현되었고, 한국에서도 그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한국의 영상 시청 패턴은 TV에서 스마트폰으로, 실시간에서 VoD로, 지상파에서 케이블이나 종편사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 특히, 10대와 20대는 TV 보다 스마트폰을 통해(의존도 4:6 정도), 예능(1위)이나 드라마(2위)를 시청하고 있으며, 이는 한꺼번에 몰아서 보거나 편한 여가 시간에 시청하는 시간 활용의 편리함이 주된 원인으로 해석되고 있다. 넷플릭스의 글로벌 전략과 한국에서의 영상 시청 패턴을 동시에 고려해 볼 때, 넷플릭스는 한국의 콘텐츠 제작 및 유통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지대한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우선, 콘텐츠 제작면에서, 국내 영상 시청의 선호도가 미국드라마 같은 외국 콘텐츠보다 국내 콘텐츠에 압도적으로 몰려있는 점을 고려해 볼 때, 기존의 지상파 이름에 묻혀있던 많은 유능한 소규모 콘텐츠 제작 관련자(기획자, 제작사, 작가, 연예인 등)들의 부상이 기대되며, 기존의 지상파 콘텐츠의 재방송에 치중되어 있는 현실에서 탈피해 보다 많은 다양성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EPL 축구 경기 현장의 박진감이 영상 매체로 전달되는 데는 현장 중계 기술이 크게 한 몫 하는데, 현재 보다 훨씬 다양한 이벤트에 대하여 제작이 증가하고 및 중계 기술 또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콘텐츠 유통(미디어) 차원에서는, 뉴 미디어에 대한 활용도가 증가해, CJ E&M의 신서유기처럼 TV가 아닌 포털이나 통신서비스만의 채널을 이용한 콘텐츠 유통이 급격히 증가할 것이다. 민영 미디어 렙사 발족으로 광고 수익에 대한 배분이 갈등의 변수일 수 있으나, 유튜브처럼 광고 수익에만 의존하는 방식이 아닌 자체 가입료를 수익 기반으로 하는 경우, 2014년 유튜브처럼 광고 수익 배분으로 인한 지상파 콘텐츠 서비스 중단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빅 데이터 기반으로 개인 시청자에 맞는 콘텐츠 추천 서비스가 강화되어 콘텐츠 개인화가 가속화되고, 특히, 한류 콘텐츠가 외국 시장에 유통되는데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긍정적인 파급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IT는 하드웨어 중심으로 발전해 왔고, 이미 오래 전 SW와 콘텐츠 중심으로 발전하기를 갈구해왔다. 비록 외부로부터의 계기이긴 하나,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은 그러한 변화를 앞당기고 실현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한다. 문제는 예능과 드라마 이외에 어떠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 준비가 우리에게 갖춰져 있는가 일 것이다.
양희동 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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