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킹배후 중국정부 의심
시진핑-오바마 정상회담 주목
시진핑-오바마 정상회담 주목
미국과 중국의 사이버 긴장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애플 앱스토어 해킹을 비롯해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이버 공격 배후에 중국 정부가 있다고 의심하면서 사실상의 사이버 '보복'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중국은 공격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맞서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시진핑 중국 주석이 미국을 방문하면서 '미중 사이버 협력'을 강조해 양국간 사이버 외교의 향배에 이목이 쏠린다.
23일 국내 사이버 전문가와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오는 2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의 정상회담에서 사이버 안보문제가 본격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 정부는 F36 전투기 설계도 탈취 등 군사기밀 유출과 미국 인사관리처(OPM) 해킹을 통한 연방공무원 2200만명의 개인정보 탈취 사고의 배후에 중국 정부가 있다고 판단하고 '강력한 보복'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도 지난 16일 '중국 측에 보여줄 몇 가지(사이버 위협 대응)행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며 중국 정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중국은 미국의 지적에 대해 해킹이 자국 소행이라고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미국은 '자체 조사'를 통해 중국임을 확신한다며 긴장의 수위를 높이는 중이다.
사이버 전문가들은 "실제 중국이 정치적 목적에서 애플의 중국 앱스토어를 해킹했는지, 미 공무원 정보 유출이나 군사기밀 해킹을 했는지 사실 여부는 중요치 않다"고 강조한다. 사실상 미국이 해킹 사건을 '핑계' 삼아 사이버 '무력행사'를 하려는 것에 더 큰 시사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미 미국은 지난해 말 소니픽쳐스 해킹 사건 때 공격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하고, 북한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북한 인터넷망을 차단하는 '능동적 방어'에 나선 적이 있다. 능동적 방어는 추가 공격을 포함한 사실상의 '보복'으로, UN 탈린 메뉴얼에 따라 사이버 공격에 대한 자위권을 발동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 '사이버 제재'로 타국을 압박하는 것이다.
때문에 시진핑 주석은 이례적으로 협조적인 자세를 보이며 미국과의 사이버 공조를 강조하고 있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미국 방문 첫날인 22일(현지시간) 미국기업인들과 함께한 만찬에서 "중국이 해킹을 주도적으로 하는 국가라는 시선이 있지만 오히려 해킹 피해 국가"라고 말하며 "사이버 범죄를 막기 위해 미국 정부 및 기업들과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압박이 통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시 주석은 방문 둘째 날에는 팀 쿡 애플 CEO 등을 만나 최근 발생한 해킹 사태를 비롯해 중국과의 협력에 대해서도 논의하기로 하는 등 '사이버 외교'에 어느 때보다 힘을 쏟는 모습이다. 미국과 중국의 사이버 긴장감과 압박, 그로 인한 중국의 태도 변화는 우리나라 안보와 외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사이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임종인 안보특보는 "미국과 중국의 사이버 분쟁이 발생하면 당장 우리나라가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양 측 모두 우리나라의 협조를 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면서 "기존 외교, 경제, 안보 분야에서 미국과의 동맹관계나 중국과의 협력관계와는 별개로 사이버 영역에서 우리나라의 '노선'을 정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대한민국이 사이버 분쟁 지역 최전선에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휘말려서도, 이용당해서도 안된다는 것이 임 특보의 설명이다. 임 특보는 "국제 사회의 사이버 긴장감이 높아질수록 우리가 실력을 갖춰야 한다"면서 "견제와 조력이라는 절묘한 외교를 이뤄가려면 양측에서 어떤 요구를 하더라도 스스로 방어하고 대응할 수 있는 '사이버 자주 국방'을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은성기자 es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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