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검열' 논란 1년 지났지만…
상반기 다음카카오 영장 1449건…'검열' 여전
정부 불신 장기화 측면… 개인정보보호 이행을
텔레그램, 인기 줄었지만 안정적 이용자 확보
상반기 다음카카오 영장 1449건…'검열' 여전
정부 불신 장기화 측면… 개인정보보호 이행을
텔레그램, 인기 줄었지만 안정적 이용자 확보
#서울 노원구에 거주 중인 직장인 김모(32)씨는 회사나 업무 외에 친구나 지인과 대화를 나눌 때 카카오톡을 이용하지 않는다. 지난해 9월에 설치한 텔레그램 메신저를 이용하고, 대화도 '1분 후 자동 삭제'로 설정했다.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도 되냐"며 비꼬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김씨는 줄곧 텔레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지난해 일명 '카카오톡 검열 논란' 이후 '정부가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내 대화를 꺼내 볼 수 있다'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카카오톡 검열 논란 이후 1년이 지났지만, 김씨처럼 여전히 텔레그램을 사용하며 이른바 사이버 망명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독일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사용하는 국내 이용자 수가 86만 명(8월기준)으로 집계됐다.
텔레그램은 지난해 9월 정부의 카카오톡 메신저 검열 논란이 불거지면서 '사이버 망명지'로 유명세를 타면서, 금세 국내 이용자를 확보했다.
지난해 9월 56만명에서 10월 210만명 수준으로 한 달 새 이용자가 급증했다. 이후 정부와 다음카카오의 해명과 후속조치 발표가 이어지면서 텔레그램 인기도 시들해졌다.
그러나 200만명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올 들어 텔레그램 이용자 수는 꾸준히 80만명 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란이 있기 전인 지난해 8월 이용자 수가 1600여명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국내에서 안정적 이용자층을 확보한 셈이다. 텔레그램 사용 시간도 논란 초기였던 9월 평균 26분에 비해 지난달 118분으로 크게 늘었다.
카톡 검열 논란이 1년이 지났지만, 텔레그램을 이용하는 이들이 꾸준히 있다는 건 국민 불신이 여전하다는 것을 말한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논란 이후에도 정부의 압수수색 영장 발부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카카오가 공개한 상반기 투명성 보고서에 따르면 법원이 다음카카오를 상대로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은 1449건으로, 이 중 70% 가량(1040건)에 대해 다음카카오가 정보를 제공했다. 지난해 상반기(2131건)에 비하면 다소 줄었지만, 2년 전 상반기 983건에 비해선 50% 가량 늘었다.
특히 당시 검열 논란이 일면서 무분별한 영장 발부를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이 역시 개선된 게 거의 없다.
국가안보나 중대 범죄 수사를 위한 영장에는 기업도 어느 정도 협조해야겠지만, 그렇지 않은 일상적 사건수사에 영장을 남발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압수수색 대상과 관계없는 제3자 정보까지 모두 가져가는 '포괄 압수수사'나 수사 대상이 된 이에게 압수수색 사실을 뒤늦게 통보하는 '사후통지제도'는 디지털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비난이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변한 건 전혀 없다. 1년 전 국정감사 현장에서 정부의 사이버 검열과 관련해 날 선 공방이 오갔지만, 올해는 지적조차 없다.
해외 기업은 당국의 무분별한 압수수색 영장에 대해 반발하며, 적극적인 이용자 개인정보보호에 대응에 나서고 있다. 최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해외 기업들은 이용자 정보보호를 이유로 미국 정부의 압수수색 영장을 거부하고 있다. 국내 카톡 감청 논란처럼 에드워드 스노든 전 미 국가안보국(NSA) 요원의 감청 폭로 이후, 국가의 무분별한 감청을 억제하고 국민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찾아온 변화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 변호사는 "텔레그램을 사용하고 있다는 건 여전히 정부에 불신을 가진 계층이 존재한다는 것"이라며 "정부와 기업이 국민에 신뢰를 주기 위해 그간 논의된 법 개정이나, 이용자 보호 조치를 좀 더 꼼꼼하게 살피고, 이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선기자 dubs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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