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 벤츠의 오프로더 G-클래스(AMG 63 모델) 운전석에 앉아 절벽처럼 가파른 언덕을 앞에 두고 든 생각이었다. 하지만 옆자리에 앉은 벤츠의 인스트럭터 지시에 따라 가속페달을 밟자 '그르렁' 하는 경쾌한 엔진 사운드와 함께 거뜬히 꼭대기 위로 올라섰다.
벤츠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와 관련, 한국을 비롯한 외국 기자들을 초청해 지난 13일(현지시간) G-클래스의 성능을 직접 체험해보는 행사를 마련했다.
시승행사는 프랑크푸르트 도심에서 차로 약 1시간 가량 떨어져 있는 라인-마인 ADAC(독일운전자클럽) 오프로드장에서 진행됐다.
벤츠의 전설적인 오프로더 G-클래스의 성능은 상상 이상이었다. 차가 앞으로 곤두박질 칠 것 같은 급경사나 측면 비탈길을 탈 때는 전복될 것 같은 아찔함이 엄습했으나 G-클래스는 균형을 유지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앞범퍼까지 물이 찰랑거릴 정도로 제법 깊은 개울도 개의치 않고 지나갈 수 있었다.
시승 중에 몇 차례 '악' 소리를 질렀더니 인스트럭터는 "세계 여러 나라의 시승행사 참가자의 언어가 다 틀려도 '악' 소리를 내는 것은 똑같다"고 농담을 건네면서 "G-클래스는 괜찮다"며 안심시키기까지 했다.
벤츠 G-클래스 제품 총괄 군나르 규텐케 박사는 "G-클래스는 차가 옆으로 54% 기울어져도 넘어지지 않도록 설계됐다"며 "깊이 60㎝의 개울도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프로드에서 본연의 모습을 유감없이 과시하는 G-클래스의 비결은 강력한 엔진과 네 바퀴가 모두 최고의 구동력을 발휘하는 '사륜 상시 구동' 시스템에 있다.
특히 이 시스템은 공회전하는 바퀴에 제동을 걸고 접지력을 낼 수 있는 다른 바퀴 쪽으로 구동 토크(회전력)를 이동 배분하는 기능(differential lock)을 갖추는 등 험로 탈출에 최적화돼 있다. 바퀴 4개 중 3개가 헛바퀴를 도는 극단적 상황에서도 1개의 접지력이 살아있다면 험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마니아들 사이에 'G바겐'으로 불리는 G-클래스는 이곳 독일의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했던 차범근 전 국가대표 감독이 선수 생활을 마치고 귀국할 때 들여온 차로도 유명하다. 그는 이 차를 몰 때 '능숙한 수비선수를 제치고 골문으로 돌진하는 기분이 든다'는 표현을 남기기도 했다.
처음에 군수용으로 개발됐다가 자동차 부품업체인 마그나가 벤츠의 다임러그룹으로부터 위탁받아 1979년부터 독일 오스트리아 그라츠 공장에서 생산하는 G-클래스는 36년간 각지고 투박한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유행을 타지 않은 클래식한 외관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인상이 뭇 남성들을 홀리기에 충분했다.
G-클래스 '350 블루텍' 모델은 최고 211마력의 힘을 발휘하는 V형 6기통 디젤 터보엔진이, 고성능 모델인 'AMG 63'에는 최고출력 544마력을 뽐내는 V형 8기통 바이터보(트윈터보) AMG 엔진이 장착됐다.
두 G-클래스 모델은 2012년 11월 국내 출시돼 지난달 말까지 580대(350 블루텍 모델 383대, AMG 63 모델 197대)가 팔렸다. 벤츠코리아는 올해 5월 말부터 5가지 색상의 '크레이지 컬러 에디션' 15대를 한정 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블루텍 모델 1억4천200만원, AMG 모델 2억20만원, 크레이지 컬러 에디션 2억3천92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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