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30㎞이하땐 경고·엔진음 필수
2019년 신차부터 '소음발생기' 장착
2019년 신차부터 '소음발생기' 장착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최대 장점 중 하나로 꼽히는 무소음이 규제 대상에 올랐다. 이르면 오는 2018년부터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소리 없는' 전기차는 판매할 수 없을 전망이다. 소음과 진동을 최소화해 정숙성을 높이는 게 목표였던 완성차 업계는 규제에 맞춰 새로운 가상 엔진음 개발에 착수 중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는 이달 중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소리 규제에 대한 새로운 규칙을 제정할 계획이다. 현재 제안하는 바로는 시속 30㎞ 이하로 운전 중일 때,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는 반드시 특수한 경고음 또는 엔진음을 내야 한다. 이는 공회전 시에도 마찬가지다. 다만, 회사별로 고유의 소리를 설정할 수 있게 방침을 정할 예정이다. 교통안전국은 완성차 업계의 반발로 인해 이 안건을 올해 말까지 보류했지만, 오는 2018년 도입을 목표로 다시 추진할 예정이다.
EU 역시 오는 2019년까지 보행자 안전을 위한 소음 발생기 장착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전기차의 무소음이 시청각 장애인과 노약자, 어린이 보행자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기차 소음 발생기 의무 장착 규정은 2019년까지 신형모델에 한해서 적용하고, 2021년까지 모든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에 맞춰 PSA 그룹과 르노-닛산 그룹은 유럽연합(EU)의 지원을 받아 '이베이더 사운드(eVADER Sound)'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차량 앞부분에 설치한 카메라를 통해 보행자를 감지하고, 스피커로 저음의 소리를 방출해 경고하는 방식이다.
최초로 하이브리드차를 양산한 토요타는 이미 프리우스에 일반 가솔린차의 엔진 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내는 근접 통보 장치를 부착했다. 처음 출시 당시에는 소음이 전혀 없었지만, 이와 관련한 사고가 이어지자 프리우스가 '조용한 살인자'가 될 수 있다는 여론의 우려를 반영해 해당 기술을 탑재했다. 현대·기아차 역시 하이브리드 차량의 경우 전기로 움직이는 구간에서 엔진소음이 거의 없는 점을 고려해 가상엔진음(VESS) 기술을 개발해 쏘나타 하이브리드 등에 탑재 중이다.
중국의 전기차 제조업체 요우시아는 한 단계 더 나아가 게임처럼 엔진음을 선택하게 했다. 전기차에 태블릿PC를 설치해 운전자가 취향에 따라 페라리나 재규어와 같은 고성능차의 엔진음을 낼 수 있게 엔진음을 설정했다.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최대 마케팅 포인트 중 하나가 정숙성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당장 가상 경고음이나 엔진음의 장착이 부담스러울 수 있으나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는 점에서 업계가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단순히 경고음을 탑재하는 수준을 넘어서 업체별로 자신의 브랜드를 드러낼 수 있는 고유의 가상 엔진음을 개발하는 데 좀 더 중점을 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재웅기자 rip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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