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칼럼] 단통법 1년, 해법은](http://contents.dt.co.kr/images/201508/2015083102102251614001[1].jpg "[김승룡 칼럼] 단통법 1년, 해법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오는 10월로 시행 1주년을 맞는다. 이동통신사와 제조사의 단말기 보조금 과열 경쟁에 따른 소비자의 보조금 차별을 없애겠다며 제정된 이 법안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일정 수준의 휴대전화 보조금을 국민 모두가 평등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해 국민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단통법이 시행됐지만, 어찌 된 일인지 국민들은 별로 만족하지 않는 듯 하다.
단통법 시행 초기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던 비판은 정부가 단말기 보조금에 상응하는 선택약정 요금할인율을 12%에서 20% 상향하는 정책을 강력히 밀어붙이면서 다소 누그러지긴 했다. 또 기존 이동통신사들의 가입자 유치 경쟁에 따라 벌어졌던 불법 보조금을 포함한 막대한 마케팅비 경쟁 등 소모적 시장 경쟁은 많이 줄어들었고, 이로 인해 시장이 안정화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또 데이터 중심 요금제 시행과 함께 가계 통신비가 다소 내려가고, 비쌌던 고가 단말기 값도 소폭 떨어지는 긍정적 효과를 낳기도 했다.
그러나 단통법에 대한 비판적 시선은 여전하다. 산업 측면에서 보면, 단통법 문제의 핵심은 '경쟁을 둔화시켰다'는 데 있다. 시장 경제의 기본 원칙인 자율경쟁을 막고, 일률 규제와 함께 시장에 개입하면서 이동통신 시장 경쟁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게 단통법을 반대하는 측의 주장이다. 실제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국내 이동통신 시장 경쟁의 잣대로 흔히 쓰이는 번호이동 가입자 수는 2010년 약 890만명, 2011년 980만명, 2012년 1005만명, 2013년 990만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단통법이 시행된 지난해 번호이동 가입자 수는 850만명으로 줄어들었고, 올해 상반기에는 350만명으로 단통법 시행 이전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단통법 이전 번호이동 가입 비중은 약 39%였지만, 단통법 시행 후 지난 6월까지 번호이동 비중은 23.8%로 줄었다.
반면 이동통신사를 변경하지 않고 기기만 바꿔 재가입하는 기기변경 가입자 비중은 단통법 이전 26.2%에서 시행 후 지난 6월까지 50.6%로 대폭 늘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성수 박사가 최근 내놓은 국가별 이통산업 활력지수(시장점유율 변동량을 지수화)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5점으로 OECD 국가 중 꼴찌를 기록했다.
이통 시장에서 경쟁이 위축되자, 이전처럼 삼성·LG 등 국내 제조사의 90만원 대 이상의 고가 프리미엄폰은 잘 팔리지 않게 됐다. 지난 4월 삼성전자가 전략폰 '갤럭시S6와 S6엣지'를 출시했고, LG전자가 'G4'를 출시했지만, 소비자 반응은 싸늘했다. 스마트폰이 잘 팔리지 않자, 전국 이동통신 대리점과 판매점은 시장 침체로 문을 닫기 시작했다. 이전 3만개에 달하던 유통판매점은 최근 1만2000개로 대폭 줄었다. 불법 보조금을 잡겠다고 정부가 시장 모니터링과 단속을 강화하면서 시장은 더 냉랭해졌고, 불법 보조금은 더욱 은밀한 곳으로 숨어드는 음성화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법에 대한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국회에는 최근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폐지, 보조금 분리공시제 도입 등을 담은 단통법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이어 단통법을 아예 폐지하고 이동통신 서비스와 단말기 시장을 분리해야 한다는 내용의 개정 법안도 나왔다. 이번 9월 국정감사에서 단통법을 둘러싼 정부와 국회, 산업계 간 갑론을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단통법 논란의 해법은 분명하다. 단통법 시행으로 '국민이 과연 행복해졌나', '산업과 시장이 건전하고 공정한 경쟁으로 활기를 띠고 있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으면 될 일이다. 정부가 단통법이란 규제 틀을 만들어놓고, 이 틀에 시장을 지나치게 맞추도록 규제 일변도 정책을 펼치면서 소비자, 기업 모두에 행복이 아니라 불행을 주고 있는 건 아닌지 곱씹어 볼 일이다. 지나친 규제보단 시장 활성화에 초점을 맞출 일이다.
김승룡 정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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