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점유율 사상최고 16.6%…일본보다 더 팔려
'개소세 인하'로 안방공습 가속도 올해 20만대 전망
현대차 70%벽 막혀 고전…내달 '마케팅 전쟁' 예고
'개소세 인하'로 안방공습 가속도 올해 20만대 전망
현대차 70%벽 막혀 고전…내달 '마케팅 전쟁' 예고
7월 한달간 일본보다 국내에서 수입차가 더 많이 팔릴 정도로 수입차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우리나라가 세계 자동차 업계의 파상공세에 밀려 시장을 급속도로 내주고 있다. 상반기 수입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사상 최고인 16.6%에 달한 가운데 최근 정부가 소비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수입차들의 안방 시장 공습 속도를 더 높일 것으로 우려된다.
30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2001년까지만 해도 1만대를 밑돌던 수입차 국내 판매 규모는 2011년 10만대를 넘어선 후 올해 처음으로 20만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외국 자동차업체들이 상반기에만 80여개 신모델을 국내 시장에 쏟아내며 파상공세를 펼친 데다 유럽 업체들이 유로화 환율 약세로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면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독일 수입차인 BMW '520d'와 폭스바겐의 SUV인 '티구안(Tiguan)'은 올해 상반기에만 각각 3596대(520d xDrive 포함 시 5828대), 4926대(티구안2.0 TDI 블루모션)가 팔렸다. 비슷한 가격대의 국산차인 기아차 'K9'(2326대)이나 쌍용차의 SUV '렉스턴W'(2413대)보다 훨씬 많이 판매된 것이다. 이들 모델은 각각 '강남쏘나타', '강남싼타페'로 불린다.
두 제품을 비롯한 수입차 판매는 상반기 들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1%나 늘어났다. 매월 2만대 안팎이 팔리며 6개월간 총 11만9832대가 팔려나갔다. 상반기 국내 승용차시장에서의 점유율도 사상 최고인 16.6%를 기록했다. 국내에서 팔린 승용차 100대 중 16대 이상이 수입차라는 얘기다.
하반기 첫달인 7월에도 2만707대가 판매되면서 이웃 일본에서 7월 한달간 팔린 수입차 2만607대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인구가 2배 넘고 경제규모는 3배 가까이 큰 일본보다 한국에서 외제차가 더 많이 팔렸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일본 내 수입차 점유율은 10~11%를 유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약 2%포인트씩 높아지고 있다.
수입차의 기세에 밀린 현대기아차는 1998년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합병한 이래 가장 낮은 69.3%의 국내시장 점유율을 지난해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70%를 회복하지 못 하고 있다. 안정된 국내 수요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확대를 노렸던 현대차는 안방 시장이 흔들리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도 최근 토종업체들이 시장을 늘려가면서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국내 자동차시장의 급속한 변화는 수입차가 우수한 주행성능과 연비에다 공격적인 가격할인 마케팅까지 내세우자 국산 자동차에 불만을 느낀 소비자들이 대거 수입차로 눈길을 돌렸기 때문이다. 내수 시장의 70%를 차지했던 현대차는 국내 소비자들의 가격·품질 논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채 시장을 내주고 있다. 수입차의 약점으로 꼽혔던 사후서비스가 점차 개선되고 있는 것도 원인이다. 고가의 수입차를 업무용으로 구매해 사적으로 쓰면서 탈세를 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도 수입차 판매 증가로 이어졌다.
이 가운데 개소세 인하 효과에 신차 출시가 쏟아지는 9월에 국산차뿐만 아니라 수입차 업계도 대규모 신제품 출시와 판촉행사를 벌일 예정이어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폭스바겐의 티구안은 9월에 2016년식 모델 가격 인하와 맞물려 100만원 이상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BMW도 9월 7일 뉴 3시리즈를 출시하고, 재규어, 렉서스 등도 신차를 내놓으면서 시장 잡기에 나선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품질과 가격, 사후서비스 등을 꼼꼼히 따져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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