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평법 설문서 50% "화학원료 수입차질" 꼽아
SW산업진흥법· 원샷법 등 지원정책 추진 촉구
"화학물질 보고의무 범위축소 등 규제완화 시급"
SW산업진흥법· 원샷법 등 지원정책 추진 촉구
"화학물질 보고의무 범위축소 등 규제완화 시급"
최근 중국발 경제위기와 환율 등의 여파로 장기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국내 경제를 살리기 위해 규제의 빗장을 최대한 풀어야 한다는 재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 경기침체 등 대외 여건이 단기간에 좋아질 가능성이 높지 않은 만큼, 기업들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경영활동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유도해야 한다는 이유다.
27일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 지속가능경영원이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의 적용을 받는 302개 업체를 대상으로 법 시행에 따른 애로를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91.4%가 '화평법이 생산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답했다.
영향이 있는 부분으로는 '화학원료 수입 차질'(50.7%)을 가장 많이 꼽았고 '신제품 출시 지연'(25.7%), '연구개발 지연'(23.6%) 등에 대한 답변도 많았다. 화평법 시행으로 화학물질을 제조·수입·판매하려면 내년부터는 화학물질의 명칭, 용도, 양 등을 정부에 매년 보고해야 하는데, 보고 대상이 연간 1톤 이상의 기존화학물질까지 포함하고 있어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등록에 따른 비용과 시간 부담은 물론, 소량의 연구개발(R&D) 물질에도 규제를 적용하면 신제품 개발이 늦어질 수 있다는 이유다. 특히 디스플레이나 반도체, 첨단소재 제조업체들의 경우 이에 따른 피해가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유럽의 경우 1톤 미만의 R&D 물질은 서류 없이 등록을 면제해 주고 있고, 일본은 모든 R&D 물질에 대해 면제해 주고 있다.
대한상의 측은 "유럽의 신화학물질관리제도는 보고의무가 없고, 일본은 혼합물의 10% 미만 함유 화학물질은 보고의무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보고의무 대상범위를 축소하거나 보고가 불가능한 물질들은 국외제조자로부터 규제대상 물질 포함 여부만 확인하는 등의 현실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상의는 보고의무 대상범위 축소와 등록비용 기간 부담 완화 등의 내용을 담은 건의서를 지난 20일 환경부에 제출했다.
기업 활동을 가로막는 빗장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6월 행정자원부와 경제4단체가 공동 개최한 규제혁신 대토론회에서 재계는 관광자원 개발을 막는 10개 부처·20여 개의 중첩규제, 공공기관 납품 시 과도한 실적 요구, 폐기물관리법상 법령근거 없는 입지제한 등 입지규제, 지자체의 지나친 액화석유가스(LPG) 충전소 설립 기준 확대 적용, 폐수 없는 폐기물 재활용업종의 입지규제 완화 등 다양한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대기업의 공공정보화시장 진입을 막는 '소프트웨어(SW)산업진흥법'도 대표적인 불합리한 규제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공공IT 시스템 품질저하, 납기지연, 장애 등의 현실적인 문제도 있지만, 획일적인 규제보다는 동반성장으로 국가 SW 경쟁력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지적이다. 아울러 탄소배출권거래제의 경우 재계에서는 할당량을 선진국 수준에 맞게 재조정해 기업 부담을 완화하고, 대신 친환경 산업 육성책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밖에 재계에서는 기업의 자발적인 사업재편을 촉진하는 '사업재편지원특별법(원샷법)'과 중점육성 서비스 산업을 선정해 규제를 개선하는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 등 산업 지원 정책의 경우 조속한 추진을 촉구했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최근 규제개혁 간담회에서 "규제개혁은 돈 안 드는 경기부양책"이라며 "기업들이 선제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더 과감한 규제개혁을 통해 기업의 신사업에 물꼬를 터주기를 기대한다"고 정부에 당부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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