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산책] 정보화 사회와 `인신매매`](http://contents.dt.co.kr/images/201508/2015081802102251607001[1].jpg "[디지털산책] 정보화 사회와 `인신매매`")
얼마 전 미국 국무부가 발표한 세계 인신매매 실태조사 보고서는 러시아, 태국, 북한 등을 인신매매 방지활동 최하등급 국가로 지정했다. 특히 북한을 인신매매방지를 위해 최소한의 기준도 충족하지 않고 개선노력도 보이지 않는 3등급 국가로 지정하고, 많은 사람들이 강제노동과 성매매를 당하고 있고, 5만여 명의 국외 북한노동자들 중 상당수가 강제노동을 당하고 있으며, 정치범 수용소에는 10만여 명의 정치범이 갇혀 있다고 적고 있다.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인신매매 방지활동 최고등급인 1등급을 부여하였지만 아직도 성매매와 강제노동이 행해지는 국가이고 성매매와 강제노동 위험에 노출된 남녀와 아동을 공급하는 공급국이자 경유지이고 최종 목적지이며, 일부 여성은 한국 및 미국, 캐나다, 일본, 호주, 홍콩, 두바이, 대만, 마카오, 칠레 등 해외에서 강제매춘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적고 있어, 한국이 결코 인신매매범죄와 무관한 나라가 아님을 보고하고 있다.
인신매매란 쉽게 말하면 사람을 마치 가축처럼 다른 사람에게 팔거나 또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사는 행위이다. 인신매매된 사람들은 흔히 강제노역이나 성적 노예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인신매매는 많은 범죄 중에서 가장 비인도적인 범죄행위로서 오늘날 세계 각국은 이를 형사법상 엄격히 금지하고 범죄자에게 중대한 형벌을 부과하고 있다.
인신매매는 고대에서 근대에 이르기까지 노예매매 등의 형태로 세계 각국에서 합법적으로 행해져 왔으나, 현대에 들어와서는 인권을 말살하는 중대범죄로 인식되어 대부분의 국가가 이를 범죄행위로 규정하였다. 하지만 인신매매를 이렇게 범죄로 규정하였다고 해서 오늘날 지구상에서 사라진 것은 아니며 여전히 범죄자들에 의해 여성을 윤락가나 술집 등으로 매매하는 행위가 성행하고 있고 아울러 미성년자의 인신매매도 곳곳에서 성행하고 있다.우리나라는 조선말기 갑오개혁 때부터 노비매매를 금지하는 등 인신매매를 금지했으며, 대한민국 건국 후 제헌헌법 제9조에서,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지며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체포, 구금, 수색, 심문, 처벌과 강제노역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였다. 하지만, 대한민국 수립 후에도 성매매 여성을 윤락가에 팔아넘긴다거나 무연고자를 새우잡이 원양어선 등에 팔아넘겨 강제노역을 시키는 등의 행태가 수십 년간 이어져 왔고, 최근에도 어느 섬의 염전에서 인신매매를 통해 장애인을 데려다가 강제노역을 시켰다는 내용이 보도된 바 있다.
현행법상 인신매매 금지규정은 몇 가지 법률에 산재하고 있다. 형법 제289조(인신매매)는 사람을 매매한 사람은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추행이나 간음 등의 목적으로 사람을 매매한 사람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노동력 착취 또는 성매매와 성적착취 혹은 장기적출을 목적으로 사람을 매매하거나 또는 국외에 이송할 목적으로 사람을 매매한 사람은 2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동복지법 제17조 제1호는 아동을 매매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동법 제71조에 의하여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또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2조는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 또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제작하는 행위의 대상이 될 것을 알면서 아동청소년을 매매 또는 국외에 이송하거나 국외에 거주하는 아동청소년을 국내에 이송한 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들 법률들에 의하여 어떠한 목적으로 행하든 인신매매행위에 대하여는 무겁게 형사처벌하고 있다.
입양특례법 시행 이후 최근에 많이 늘어난 인터넷불법입양의 경우에도 만일 영아를 가정법원의 허가 없이 불법으로 입양하면서 금전적 대가를 수수하는 경우에는 인신매매에 해당될 수 있다. 아울러 베이비박스에 영아를 두고 가는 행위는 형법 제272조의 영아유기죄에 해당하여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인신매매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범죄자를 무겁게 형사처벌하는 엄격한 법제도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한 해 실종자가 수천, 수만 명에 이르는 것을 볼 때 이 가운데 인신매매적 성격의 실종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으리라 짐작된다. 인권말살적 범죄로 일컬어지는 인신매매범죄가 우리나라에서 발붙일 수 없도록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단속이 요망된다.
정 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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