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설계… 현대건축 대표작
프랑스 정부서 '현상설계' 실시
대사관측 "보존여부 확답 못해"
프랑스 정부서 '현상설계' 실시
대사관측 "보존여부 확답 못해"
고 김수근의 계동 공간사옥과 함께 한국 현대건축의 최고 건축물로 꼽히는 고 김중업이 설계한 주한프랑스대사관 건축물이 53년 만에 새로 지어질 운명에 놓였다.
16일 건축업계와 프랑스대사관에 따르면 지난 1962년 준공된 주한프랑스대사관 건축물(대사관, 관저, 예술관)에 대해 한국과 프랑스 건축사를 대상으로 오는 28일까지 현상설계를 실시한다.
서울 서대문구 합동에 위치한 프랑스대사관은 1960년 현상설계를 통해 프랑스 유명 건축사 6명의 작품 대신 김중업의 작품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김중업이 설계한 대사관은 콘크리트로 기와 지붕을 직선과 곡선으로 살려 한국의 얼과 프랑스의 우아함을 잘 표현해 계동 공간사옥과 함께 한국 현대건축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당시 김중업은 세계 최고의 건축가인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의 유일한 한국인 제자로, 파리에서 귀국 이후 프랑스대사관을 비롯해 삼일빌딩, 서강대 본관, 제주대 본관, 부산 UN기념공원 정문, 육군박물관,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 등을 설계했다. 한국 현대건축사를 대표하는 김수근의 서울대 재학시절 교수이면서 업계 라이벌이 바로 김중업이다. 그는 대사관 준공 이후 프랑스 정부로부터 국가공로훈장과 함께 슈발리에(기사) 칭호도 받았다.
현재 프랑스 정부는 합동 대사관의 건물이 준공된 지 반세기가 지나 낡았고 삼성동, 남대문, 서소문동 등에 떨어져 있는 상무관, 문화원, 관광청 등을 한 곳으로 옮길 구상을 가지고 있어 재건축을 위한 현상설계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대사관 건축물 전체를 재건축할 경우 한국 최고의 현대건축물이 사라질 위기에 놓인다.
프랑스 정부에서 발표한 현상설계 공고문에는 대사관저에 대해서는 보존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기도 했다. 주한프랑스대사관측은 프랑스 정부에서 추진하는 일로 건축물 보존 여부 등에 대한 공식적인 답변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 건축업계 관계자는 "김수근의 공간사옥이 서울시의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보호받는 반면 한국 현대건축의 양대 기둥인 김중업이 설계한 대사관 건물이 풍전등화에 놓여 안타깝다"고 말했다.
허우영기자 ye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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