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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의 경제통하기] 임금피크제와 `이익피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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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의 경제통하기] 임금피크제와 `이익피크제`
이규화 경제담당 선임기자


39.5%. 영업이익률이 이 정도면 초우량을 넘어 극우량 기업이다. 2분기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 시장점유율이 3위로 떨어졌지만 애플은 여전히 40%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올려 세계 스마트폰 이익의 92%를 독식했다. 연구기업이나 소프트웨어기업도 아닌 제조업체(대부분 생산을 외부에 맡기지만)가 이 같은 이익구조를 갖는 경우는 일찍이 유례가 없었다. 이는 훌륭한 실적을 넘어 가공할 실적이다.

수많은 부품 및 생산 협력사를 갖고 있는 기업이 대체 어떻게 했기에 이런 가공할 이익률을 낼 수 있었단 말인가. 최소한 두 가지는 확실하다. 하나는, 수많은 협력 부품사와 그 근로자에게 돌아갈 몫을 최대한 줄이고 자기 몫은 최대한 늘렸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제품 가격을 높게 매겨 소비자들의 지갑을 얇게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불평등과 빈부격차가 위험선을 넘은 이 시대에 '초우량 기업 애플'이 갖는 진정한 함의는 소위 애널이나 경영학자들이 치켜세우는 '혁신'에 있지 않다. 기업을 둘러싼 생태계 참여자들의 이익을 '약탈하는' 행위가 과연 지속 가능한지 의심을 가져야 한다는 데에 있다. 애플에 납품하려는 기업과 아이폰을 사려는 소비자가 줄을 서고 있는데 그것이 왜 문제가 되냐고 묻는다면, 또 그것은 시장에서 교정되는 것이고 적절한 영업이익률이란 게 있기나 한 것이냐고 되묻는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원래 그런 곳'이라며 문제를 환원해버리는 무책임한 짓이다. 애플의 탐욕적 이익구조는 시간이 지나면 시장에서 교정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는 애플의 비상식적인 탐욕 구조를 모른 척할 수는 없다. 금융권의 머니게임 종사자들이 애플에 헌사를 늘어놓더라도 냉정한 눈으로 그들의 이익구조를 들여다보고 탐욕적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주 한 노동 관련 단체가 기업의 '이익피크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을 접하고 애플이 자연스럽게 오버랩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 단체는 박근혜 대통령이 일자리를 나누기 위해 임금피크제를 강조하자 임금피크제와 더불어 이익피크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가능한 많은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자본주의시장 기업에게 이익피크제라니. 낯설고 불경스럽기까지 한 이 용어는 그러나 임금피크제와 더불어 자꾸 언급되면서 어느새 익은 말이 돼버렸다.

이들의 주장은 간단하다. 일정 시점에서 근로자의 임금이 더 늘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처럼 기업 이익률이 어느 선까지 이르면 이를 초과하는 이익은 임금이나 다른 곳으로 돌리자는 것이다. 자제된 이익이 근로자 임금이나 원재료 및 부품 공급사, 협력사에 지급하는 대가의 증가로 이어지고 제품가격 인하로 나타나도록 하자는 주장이다. 노동단체의 주장은 이상적이나 실행되기에는 벽이 높다. 우선, 기업의 적절한 이익 수준을 어떻게 정하느냐는 점이다. 어떤 경영학교과서도 적절한 영업이익률을 말하고 있지 않다.

고민 해소의 일단을 애플에서 찾아보자. 애플에 대한 두 가지 상반된 시각이 있다. 포춘, 배론즈 등 머니게임 잡지들이 평가하는 세계 존경받는 기업 순위에서는 애플이 1위에 오른다. 반면, 독립적으로 기업윤리를 평가하는 에티스피어(Ethisphere) 같은 평가기관 순위에서는 애플이 순위에도 들지 못한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에티스피어의 윤리기업 선정에서 애플은 2007년 처음 순위를 매긴 이래 단 한 번도 순위에 들지 못했다. 애플에게는 치욕적인 일이다.

애플이 설령 영업이익률의 절반을 국제사회에 기부한다 가정하자. 근로자와 협력사 몫을 빼앗고 소비자를 가난하게 만든 몫으로 선행을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인간에게는 양심이 있고 만인 공유의 기본적 판단력이 있다. 정상적 사람이라면 결코 애플의 탐욕스러운 행위를 받아들이기 힘들다. 애플은 결코 윤리적인 기업이 아니다.

일자리 위기는 소득과 생존의 문제로 궁극으로는 자본주의의 위기다. 기업의 무한 이익 추구는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 이상적 영업이익률은 존재할 수 없을지라도, 기업을 둘러싼 공급사, 협력사, 근로자, 소비자와 이익을 공유하는 적절한 영업이익률은 기업이 사회와 소통하며 경영활동을 영위하면서 자연스럽게 수렴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준수하는 기업을 정부와 시장, 소비자가 응원하고 그렇지 못한 기업들을 윤리적이지 못한 기업으로 낙인찍는다면, '이익피크제'는 허황된 주장으로만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이규화 경제담당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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