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한푼안내고 호텔롯데 건설
대통령과 친분으로 잠실 사업권
손정목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 주목
제2롯데부지 87년 반값 819억에 사
대통령과 친분으로 잠실 사업권
손정목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 주목
제2롯데부지 87년 반값 819억에 사
"1970년 11월 13일, 신격호에게는 운명의 날이었다. 롯데껌이 불량식품으로 판정되는 수모의 날이었지만 한국에서 '롯데재벌' 탄생이 결정되는 날이기도 했다."
1970년대 서울 도시계획을 총괄했던 손정목(88) 서울시립대 명예교수의 대표 저서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가 롯데의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주목받고 있다. 손 교수는 이 책에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을지로 롯데타운, 잠실롯데월드 형성과정을 자세히 소개했다. 그는 특히 현재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롯데가 철저한 정부의 특혜와 비호 속에 성장했다고 밝혔다.
1970년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이었던 손 교수는 롯데제과 껌에서 쇳가루가 검출돼 제조정지 명령이 내려진 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신격호 회장을 청와대로 불러들여 롯데껌 파동을 '조치'해 주며, 을지로에 호텔롯데를 지어 경영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책에 적었다. 손 교수는 "신격호는 일본인과 다름없어 그의 재산 대부분이 일본에 귀속될 처지에 있었고 한국정부 입장에선 그의 막대한 재산 일부만이라도 모국에 투자하게 하고 부동산 상태로 남겨두게 하려는 속셈이었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의 호텔롯데 건설은 결국 정부와 서울시의 지원으로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외자도입법 적용을 받아 호텔롯데는 을지로 일대 부동산을 취득했는데도 취득세와 재산세를 낼 필요가 없었다.
또한 손 교수는 저서에서 "청와대와 서울시는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양대행사를 앞두고 40억 인구가 영상으로 보게 될 잠실벌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를 고민했고, 그 사업을 맡길 대상을 심사숙고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당시 토지 소유자였던 한양이 개발을 강력히 희망했을 것으로 봤지만 사세가 크게 기울어 불가능했고, 전두환 전 대통령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친분으로 결국 롯데에 사업권이 주어졌다고 설명했다. 한양이 가졌던 토지소유권은 두 차례에 걸쳐 롯데에 옮겨졌으며 그 후 사업이 급속도로 진행됐다.
신 회장은 외자도입법을 적용받아 재무부로부터 사업계획 승인을 신속히 받아냈고 한 달 만에 인구·교통영향평가 용역, 주변 지역 측량, 지하수 조사도 모두 마쳤다. 그는 "공사일지를 따라가다 보면 그 촉박한 일정의 나열에 숨이 막힐 것 같다"며 "특히 호텔동만은 대회 개최 전 완공돼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공기 때문에 죽음을 건 나날이었다"고 언급했다.
롯데월드는 우리나라 건축 역사에서 구청, 소방서, 시 본청, 건설부, 상공부, 재무부, 관세청 등 관계기관 공무원들이 모두 나서 적극적으로 지원한 전무후무한 예로 남게 될 것이라고 손 교수는 평가했다. 그는 "모든 관련 기관이 발 벗고 지원하고 모든 문서가 초고속으로 처리됐다"고 적었다.
롯데는 123층 초고층 건물인 제2롯데월드를 짓는 부지 8만7700㎡도 1987년 말 서울시로부터 헐값인 819억원에 사들였다. 현재 이곳의 땅값은 3.3㎡당 3000만원을 넘어섰다. 당시 롯데그룹은 이 부지를 시세의 절반 값에 사들인 것으로 밝혀져 제5공화국 당시의 또 하나의 비리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시는 당시 1600억원 이상 받을 수 있는 땅을 1024억원에 매각했고 그나마 20%를 할인해 819억원만 받았다.
허우영기자 ye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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