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인수가격 1조218억 제시
금호아시아나 외 희망자 없을 듯
양측 이달내 절충점 찾을지 관심
금호아시아나 외 희망자 없을 듯
양측 이달내 절충점 찾을지 관심
금호산업 인수를 낙관했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이 채권단이 1조원을 웃도는 인수 가격을 제시, 곤혹스러운 상황에 내몰렸다. 평소 막역했으나 이번 매각 협상에서 관계가 냉각한 것으로 알려진 박삼구 회장과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줄다리기' 끝에 절충점을 찾아낼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2일 재계에 따르면 박삼구 회장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지난달 31일 매각 관련 2차 협상을 진행했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채권단은 최근 박 회장 측에 금호산업 매각가로 1조218억원을 제시했다. 실사를 통해 주당 가격을 3만1000원으로 책정하고 경영권 프리미엄 90%를 더한 가격이다. 금호산업 주식은 지난달 31일 1만84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를 기준으로 한 금호산업의 전체 시가총액은 6370억원이다. 이중 채권단이 보유한 지분(57%)의 시가는 4000억원에도 못 미친다.
채권단이 금호산업 인수에 6700억원을 제시했던 호반건설의 입찰을 불허 하고 박 회장과 수의 입찰을 결정했을 때만 해도 "박 회장이 7000억~8000억원만 조달할 수 있으면 금호산업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으나 일각에선 미래에셋이 박 회장이 선뜻 수용키 어려운 수준의 금액을 요구, 난항을 빚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래에셋이 주도해 산정한 이번 인수가격은 금호산업의 현재 가치와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해도 과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본지 5월7일자 13면 기사 참조
미래에셋은 채권단이 보유한 금호산업 지분 57% 중 8.55%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금호산업이 대우건설, 대한통운 등을 인수할 때 자금을 지원하고 손실을 봤다. 미래에셋을 비롯한 채권단들이 실제로 금호산업에 투입한 금액 원금은 1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미래에셋 측은 "매각가 산정 최우순 기준은 투자자 보호"라는 입장이다. 투자자들의 원금은 최소한 보호해야 하며 이를 위해 1조원은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관련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은 "호반건설의 입찰이 무산됐을 당시에도 미래에셋은 계속 1조원 이상은 받아야 한다는 기류를 보였다"며 "양측의 갭이 클 경우 매각을 무산시키고 금호산업 산하 아시아나 항공 등 계열사들의 실적 추이를 지켜보며 매각 협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간다는 복안"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결국 박삼구 회장과 박현주 회장이 협상에 나서 양측의 갭을 메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현시점에서 미래에셋이 희망하는 가격 수준에 근접하는 입찰 희망자가 나설 가능성이 없어 '접점'을 찾는 것이 '윈-윈'이라는 것이다. 박삼구 회장은 8월 말까지 채권단에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광주제일고 동문인 두 사람이 한 달이라는 시한 동안 어떠한 결론을 도출할지 눈길을 끈다.
서정근기자 antilaw@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