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대·과소 평가 만연은 우리 사회 건강성 해쳐
노력대비 보상의 비율은 '사실' 근거 추정 바람직
합당한 존경과 회복으로 성숙한 사회 만들어가야
노력대비 보상의 비율은 '사실' 근거 추정 바람직
합당한 존경과 회복으로 성숙한 사회 만들어가야
![[시론] `사실 기반 평가시스템` 필요하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507/2015073002102351607001[1].jpg "[시론] `사실 기반 평가시스템` 필요하다")
영화 연평해전이 누적 관객 수 600만 명을 넘었다. 올해 개봉된 한국 영화 중 600만을 넘긴 영화는 아직 연평해전이 유일할 정도로 인기다. 영화 자체의 탄탄함도 있지만 나라를 위해 분투한 용사들을 잊고 살았다는 것, 즉 그동안 그들의 숭고한 뜻이 과소평가되어 온 것에 대해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가지는 미안한 마음이 일조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세상에는 과대평가된 사람과 과소평가된 사람이 있다. 이 중 조직과 사회에 이득을 주는 쪽은 과소평가된 사람이다. 과거 외세 침략에 항거한 무명의 의병들, 개화기 조선의 지식인들뿐 아니라 오늘날 불리한 계약조건으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과 비정규직자, 적은 연봉으로도 활약을 펼치고 있는 프로야구선수 강정호와 상당수 국내 컴퓨터 프로그래머들도 과소평가된 자들의 예이다. 제로섬 사회임을 가정할 때 이들은 과소평가된 분량만큼 누군가에게 더 기여하는 셈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런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그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역으로 과대평가된 자들이 많은 사회도 바람직하지 않다. 적은 지분으로 큰 기업을 지배하거나 꼼수로 부당이익을 누린다든지, 실력보다는 만들어진 이미지로 출세하는 등 과대평가된 이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다른 누군가는 더 많이 손해를 보아야 한다.
사회가 건실한 정도와 과대평가되거나 과소평가된 사람들의 수는 상호 종속적이다. 그러니 과대평가되거나 과소평가된 사람들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우리 사회는 더욱 행복해질 수 있다. 한국보건연구원과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아이들로부터 성인들까지 스트레스 수준이 세계 최고라고 한다. 그런데 조사 결과, 스트레스를 심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가 자신이 불공정한 대우를 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며, 또 다른 하나는 과대평가된 누군가를 지켜보면서 받는 불편함이라는 것이다. 사회적 비용의 원인이 되는 불안과 불편이 완화되는 만큼 사회는 더욱 살만한 곳이 된다는 뜻이다.
과대 또는 과소평가된 사람들을 줄이기 위해서는 몇 가지 개선 사항이 필요하다. 첫째, 사실(fact) 기반의 평가 시스템이 우리 사회에 자리 잡아야 한다. 사회의 공정성은 그 구성원이 투입한 노력 대비 보상의 비율이 얼마나 불편타당한가로 가늠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노력 대비 보상의 비율은 통념이 아닌 사실로써 추정돼야 한다. 그리고 노력과 결과에 대한 자료가 최대한 개방돼야 한다. 그래야 어떤 부류, 어떤 직종이 과대 또는 과소평가 되었는지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둘째, 평가 기준이 다양해야 한다. 어떤 사람을 평가할 때 경제적 기준만을 중시한다면 평생을 빈한하게 산 빈센트 반 고흐나 슈만은 영영 인정받지 못할 자들인 셈이다. 다른 예로 대학에서 재정적 측면을 본다면 창업으로 성공한 선생이 필요하겠지만, 학문의 존엄성을 위해서는 선비처럼 오롯이 학문하는 자들도 평가받아야 한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나름의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별도의 평가 기준이 공존해야 하는 것이다. 셋째, 과소평가된 자들에게는 재평가 받을 기회를 제공하여 공정한 보상은 언젠가는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믿음을 정착시키는 것이다. 각계는 자의든 타의든 스러져간 사람들에 대한 재평가 작업에 소홀함이 없어야겠다. 여기에 과소평가된 부분을 찾아내어 사회적 관심을 일으키는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보상의 공정성이 정착되어야 후속 세대들은 과소평가될 걱정을 떨쳐버리고 각자가 잘 할 수 있고 또한 원하는 길로 담대히 걸을 수 있다.
오늘도 대한민국호를 수호하고 전진시켜나가는 무명의 용사들이 곳곳에 있다. 그들이 자신의 주변을 널리 이롭게 하는 수고가 있기에 한국은 발전해 왔다. 그러므로 그들의 과소평가된 것을 인지하고 합당한 존경과 회복으로써 갚는 것은 성숙한 사회라면 응당 할 일이다. 이것이 연평해전이 우리에게 남긴 또 하나의 과제이다.
권오병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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