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3.0] 음식과 뇌](http://contents.dt.co.kr/images/201507/2015073002101576788002[1].jpg "[메디컬 3.0] 음식과 뇌")
"위대한 대통령의 어떠한 모습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가족들에게 절망과 좌절을 안겨다 주는 거추장스러운 환자였을 뿐이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아들 존 레이건인 한 말이다. 레이건 전 미 대통령은 10여 년간 알츠하이머병을 앓다가 2004년 세상을 떠났다. 치매는 영어로 'dementia'인데 이는 '정신이 떠난다'는 의미다.
치매는 뇌세포가 파괴돼 발생하는 증후군이다. 그로 인해 인지능력, 기억력, 판단력, 사고력, 소통능력, 언어능력 등 뇌의 전반적인 고위 기능이 망가지는 것이다. 그 중에서 기억력은 가장 최근 기억이 먼저 저하된다. 이러한 기억력 저하는 20대부터 서서히 시작된다고 한다. 즉, 20대부터 뇌세포가 줄어들기 시작한다는 의미다.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이나 전반적인 뇌 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며, 지능이 떨어진다고 해서 의학적 범주의 치매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일상생활을 하는 데 지장을 주는 심각한 두 가지 이상의 증상이 있을 때 치매라고 분류한다.
현재 세계 치매인구는 약 5000만명이라고 하니 우리나라 전체 인구 정도가 치매를 앓고 있는 것이다. 오는 2030년 정도 되면 7500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흥미로운 점은 치매인구의 58%가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에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중 제일 흔한 치매가 '알츠하이머병'이며, 애석하게도 아직 특별한 치료방법이나 진행을 막을 방법이 없다. 두 번째로 많은 것은 뇌졸중 발병 후 생기는 '혈관성 치매'다.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은 아직 연구 중이지만, 현재까지 연구에서는 '플라크'라는 것이 죽은 뇌세포 사이에서 발견됐다. 세포 안에서는 '탱글'이라는 것이 발견됐는데, 이것들은 모두 단백질 이상으로 생겨난 것으로 밝혀졌다. 그중에서도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것이 축적되는 것이 치매의 원인으로 알려졌다.
알츠하이머병을 '제3형 당뇨병'으로 설명하는 연구가 2005년에 나오기 시작했는데, 이것은 당뇨병이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킨다는 의미는 아니고 두 병이 발생하는 병리 기전이 같다는 의미다. 즉, 우리가 먹는 것에 의해 알츠하이머병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신경과 의사인 데이비드 펄머터는 저서 '그레인 브레인'에서 탄수화물을 많이 먹고, 지방을 적게 먹는 것이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한다고 서술했다.
탄수화물 중에서도 밀, 호밀, 보리에 든 단백질인 '글루텐'이 가장 문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글루텐은 밀가루 음식뿐 아니라 아이스크림부터 핸드크림까지 예상치 못한 제품에서도 발견된다. 이 글루텐에 민감한 사람들이 문제가 된다고 한다. '셀리악병'은 소장에서 일어나는 알레르기 질환인데, 글루텐에 대한 감수성 때문에 증세가 나타나는 질병이다. 자가면역질환이며, 모든 연령에서 발병할 수 있다. 최근 치매와 퇴행성 뇌질환이 글루텐에 대한 민감성 때문에 발생한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고, 관련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연구자들이 뇌질환을 포함한 모든 퇴행성 질환의 근원이 염증이라고 인지한 지는 좀 오래됐다. 하지만 그 염증을 일으키는 첫 단계를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글루텐, 그리고 탄수화물이 많은 식단이 뇌의 염증 경로를 자극하는 가장 뚜렷한 자극제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얼마까지만 해도 콜레스테롤이 높은 음식은 피하라고 했는데, 뇌 건강을 유지하는 데 콜레스테롤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미 보스턴대의 연구에서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보다 높은 사람들이 낮은 사람들보다 인지능력이 탁월하게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 콜레스테롤이 낮은 사람들이 우울증이 훨씬 많다고 한다. 그래서 고지혈증 치료제인 '스타틴' 복용 환자는 더 우울해질 수 있다.
2008년에는 낮은 혈중 콜레스테롤이 자살 시도를 불러올 수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 여기서 '낮은 콜레스테롤'은 수치 160 이하로 규정했는데, 이들은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보다 200%나 자살시도가 높았다고 한다. 음식과 뇌의 관계는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치매와 우울증 극복의 길을 열 훌륭한 연구를 기대해 본다.
조성진 순천향대 신경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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