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부국 등 IT시스템 부실 잇단 적발… 금융위 제재 받아
잇단 전산장애로 올 소비자분쟁 급증
전문가들 "IT시스템 철저히 심사해야"
잇단 전산장애로 올 소비자분쟁 급증
전문가들 "IT시스템 철저히 심사해야"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IT시스템 부실 운영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줄줄이 제재를 받았다. 이르면 연내 출범할 인터넷 전문은행 사업자로 증권사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증권사 IT시스템 부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8일 금융위원회는 현대증권, 부국증권, 유진투자증권, 키움증권 등에 경영유의 및 개선의 제재를 내렸다고 공시했다. 이들 증권사 모두 해킹, 재해 등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운 수준의 부실한 IT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현대증권은 주 정보처리시스템 데이터베이스에 접속 시 비밀번호 입력 오류횟수를 5회 초과해도 차단하지 않도록 하거나 분기별 1회 이상 비밀번호를 변경하도록 한 규정을 어긴 채 장기간 동일 비밀번호를 사용해 제재를 받았다. 특히 현대증권은 이용자의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중요한 정보를 암호화하지 않은 채 저장하고, 또 영업점 직원이 핀패드를 우회해 비밀번호를 입력할 수 있도록 설계해 비밀번호 유출의 위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부국증권은 정보처리시스템을 맡긴 위탁업체와의 계약서에 이용자 정보보호 관련 내용이 허술하게 기재돼 있어 위탁업체에서 고객 정보를 테스트 목적으로 사용할 우려가 제기돼 경영유의 조치가 내려졌다.
유진투자증권의 경우 한 대의 서버 안에 복수의 정보처리시스템을 운영해 하나의 정보처리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하면 다른 정보처리시스템까지 장애를 유발할 우려가 있어 금융당국이 이를 분리하도록 지시했다. 키움증권은 IT 인프라를 위탁한 외주업체가 상시 모니터링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다. 또 재해 발생 시 현업부서의 업무기능이 정상가동하도록 전환복구를 할 수 있는지 여부가 검증되지 않아 금융당국이 개선을 지시했다.
이 같은 제재 결과는 증권사가 이르면 연말 출범할 인터넷 전문은행의 유력한 후보군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최근 증권사의 부실한 IT시스템으로 이용자들이 입는 피해는 올해 들어 크게 증가했다. 지난 4월 KB투자증권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 잔고 조회 서비스 등에서 오류가 발생했고 23일에는 15분가량 전산장애가 나타났다. 지난 21일에는 하나대투증권의 HTS가 4시간 동안 마비되며 이용자 피해를 낳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증권사 전산장애와 관련된 소비자 분쟁은 161건으로 전년 동기대비 77%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전문은행의 경우 계좌개설 등 모든 업무를 온라인에서 가능하게 하는, 이용자 편의를 강화한 만큼 IT시스템을 철저하게 심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금융 보안업계 전문가는 "최근 개인정보보호법이 물리적, 기술적으로 요건이 계속 강화되고 있고, 금융당국에서도 증권사들의 전산장애가 빈번해지면서 현장 검사를 늘리는 상황"이라며 "다양한 금융사고에 이용자들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인터넷 전문은행의 IT시스템은 적극적으로 관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금융당국은 사업자 인가 심사 기준에 IT 및 보안 인력 규모에 대한 내용을 담고는 있지만, 구축해야 할 시스템의 구체적인 수준이나 필수 요소를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 지난 22일 금감원이 주최한 인터넷 전문은행 인사 설명회에서 금감원 관계자는 "인가심사 시 전산 및 내부통제시스템을 어디까지 갖춰야 본인가가 가능할지는 절대적인 기준을 제시하기 어렵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작 영업업무범위의 종류, 깊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정기자 clickyj@
28일 금융위원회는 현대증권, 부국증권, 유진투자증권, 키움증권 등에 경영유의 및 개선의 제재를 내렸다고 공시했다. 이들 증권사 모두 해킹, 재해 등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운 수준의 부실한 IT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현대증권은 주 정보처리시스템 데이터베이스에 접속 시 비밀번호 입력 오류횟수를 5회 초과해도 차단하지 않도록 하거나 분기별 1회 이상 비밀번호를 변경하도록 한 규정을 어긴 채 장기간 동일 비밀번호를 사용해 제재를 받았다. 특히 현대증권은 이용자의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중요한 정보를 암호화하지 않은 채 저장하고, 또 영업점 직원이 핀패드를 우회해 비밀번호를 입력할 수 있도록 설계해 비밀번호 유출의 위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부국증권은 정보처리시스템을 맡긴 위탁업체와의 계약서에 이용자 정보보호 관련 내용이 허술하게 기재돼 있어 위탁업체에서 고객 정보를 테스트 목적으로 사용할 우려가 제기돼 경영유의 조치가 내려졌다.
유진투자증권의 경우 한 대의 서버 안에 복수의 정보처리시스템을 운영해 하나의 정보처리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하면 다른 정보처리시스템까지 장애를 유발할 우려가 있어 금융당국이 이를 분리하도록 지시했다. 키움증권은 IT 인프라를 위탁한 외주업체가 상시 모니터링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다. 또 재해 발생 시 현업부서의 업무기능이 정상가동하도록 전환복구를 할 수 있는지 여부가 검증되지 않아 금융당국이 개선을 지시했다.
이 같은 제재 결과는 증권사가 이르면 연말 출범할 인터넷 전문은행의 유력한 후보군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최근 증권사의 부실한 IT시스템으로 이용자들이 입는 피해는 올해 들어 크게 증가했다. 지난 4월 KB투자증권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 잔고 조회 서비스 등에서 오류가 발생했고 23일에는 15분가량 전산장애가 나타났다. 지난 21일에는 하나대투증권의 HTS가 4시간 동안 마비되며 이용자 피해를 낳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증권사 전산장애와 관련된 소비자 분쟁은 161건으로 전년 동기대비 77%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전문은행의 경우 계좌개설 등 모든 업무를 온라인에서 가능하게 하는, 이용자 편의를 강화한 만큼 IT시스템을 철저하게 심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금융 보안업계 전문가는 "최근 개인정보보호법이 물리적, 기술적으로 요건이 계속 강화되고 있고, 금융당국에서도 증권사들의 전산장애가 빈번해지면서 현장 검사를 늘리는 상황"이라며 "다양한 금융사고에 이용자들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인터넷 전문은행의 IT시스템은 적극적으로 관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금융당국은 사업자 인가 심사 기준에 IT 및 보안 인력 규모에 대한 내용을 담고는 있지만, 구축해야 할 시스템의 구체적인 수준이나 필수 요소를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 지난 22일 금감원이 주최한 인터넷 전문은행 인사 설명회에서 금감원 관계자는 "인가심사 시 전산 및 내부통제시스템을 어디까지 갖춰야 본인가가 가능할지는 절대적인 기준을 제시하기 어렵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작 영업업무범위의 종류, 깊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정기자 click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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