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후 과학기술 성과 특별전시
70년 산업화역사 시간·테마여행
70년 산업화역사 시간·테마여행
■기술로 이룬 70년 성장신화
(1) '과학창조한국대전'
대한민국이 전쟁의 포화를 겪으면서도 황무지 위에 세계적으로 유래 없는 초고속 성장이란 마천루를 세운 광복 70년의 역사는 한마디로 기적이었다. 그리고 그 기적을 가능케 한 것은 잘 살아보겠다는, 그래서 자식들에게는 지긋지긋한 가난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전 국민의 뜨거운 의지였다.
밀가루 한 포대와 쌀 한 가마가 아쉬웠던 시절, 국민들의 목숨을 걸고 결정한 베트남전 파병 대가로 받은 돈은 과학기술 연구기관 설립과 경부고속도로 건설, 산업 육성에 쓰였다. 앞서 살아간 이들의 땀과 희생이 잘 사는 대한민국의 밑거름이 됐다.
자본도 산업화 경험도 없던 대한민국은 기술 개발에 목숨을 걸고 선진국을 베끼고 따라잡으면서 반도체, 조선, 자동차, IT, 철강 등 세계적으로 강한 산업을 일궈냈다. 이제 대한민국호 앞에 놓인 절대적인 과제는 선두에서 앞서가는 방법을 체득하는 것이다.
과학기술을 통해 이뤄낸 광복 70년 성장의 스토리를 시리즈로 조명한다.
"아빠가 어렸을 때는 집에 이렇게 생긴 TV가 있었단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전시장을 찾은 한 어린이가 추억의 물건이 된 '구식' TV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봤다.
1966년에 나온 국내 최초의 흑백TV 'VD-191'을 개발할 당시 우리나라는 외환 부족과 어려운 전력상황으로 부품 수입조차 허가가 나지 않는 상황이었다. 개발·제조 시스템은 열악하기 그지 없는 상황이었고, 외국 기술에 상당 부분을 의존해야 했다. 하지만 끊임없이 제품 개발에 집중한 결과, 흑백TV 시대에 60년, 컬러TV 시대에 30년 선진 업체보다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산 TV는 현재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8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과학창조한국대전'에서는 광복 70년 이후 우리 손으로 개발한 기계식 한글타자기부터 나로호까지 우리나라의 발전을 이끌어온 대표 과학기술을 한눈에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광복 70년, 과학기술 대표성과 70선' 특별 전시가 열려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입구부터 출구까지 100m 남짓한 거리에 시대별로 전시된 과학기술 성과는 우리나라의 눈부신 발전 속도를 그대로 보여줘 부모세대는 '격세지감'을, 미래세대인 아이들은 '온고지신'을 느끼게 했다.
50년대 해충과 추위에 강한 '리기테다 소나무'와 생장이 빠른 '은수원 사시나무'를 개발한 현신규 박사의 유품인 빛바랜 원고지에는 '치산녹화 10년 계획 제1차년도 사업평가 보고서'란 손글씨가 가지런히 적혀있었다.
현 박사의 평생을 건 연구에 힘입어 우리 국토의 65%에 달하는 산림은 황톳빛 민둥산에서 단기간에 푸르름을 되찾을 수 있었다. 특히 리기테다 소나무는 '한국에서 온 기적의 수종'으로 미국에서도 극찬을 받아 아직도 미국 임목육종학 교과서에 사진이 실려 있다.
우장춘 박사가 개발한 속이 꽉 차고 병에 강한 '원예 1호' 배추와, 정부와 농민, 학계가 '식량 자급자족'을 목표로 개발한 '통일벼' 등 광복 이후부터 60년대까지 과학기술은 전쟁과 가난, 굶주림에 시달리던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풍요로운 삶의 기회를 가져다 줬다. 본격적인 경제개발 정책과 함께 중화학공업을 육성한 70년대 전시에서는 출시 당시 번쩍이는 모습 그대로 나타난 최초의 국산차 '포니'가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출시 당시 집 한 채 가격이었던 포니는 '중산층의 꿈'을 대변하는 경제 성장의 상징이었다. 국내 기술 기반이 부족한 상황에서 선진업체의 기술을 어깨 너머로 배워가며 만든 포니는 간결하면서도 기하학적인 디자인으로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한국 자동차산업 육성의 본격적인 출발점이 됐다.
정부의 기술 드라이브 정책과 함께 연구개발 지원규모가 대폭 늘어나고, 민간의 개발 활동도 활발해진 시기인 80년대 과학기술은 D램 메모리 반도체와 국산전전자교환기(TDX), 휴대폰 상용화 기술 등 한국이 세계적인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으로 거듭나는 초석을 마련하며 발전 속도를 더했다. 이어 90년대에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 상용화 등 ICT 분야는 물론, 한국 표준형 원전 설계기술과 우리별 인공위성, 국산 제1호 신약 '선플라' 개발 등 원자력, 우주, 생명공학기술 등으로도 지평을 넓혔다.
전시장을 찾은 어린이들의 '인증샷'에 가장 많이 출연한 전시물은 최근 세계 재난로봇대회에서 우승한 인간형 휴머노이드 '휴보'였다. 휴보는 직접 장애물을 넘는 모습을 보여줘 어린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휴보와 함께 2000년대 과학기술은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과 한국형 고속열차, 나로호 등 첨단 기술의 산물을 내놓았다.
70년의 과학기술 시간여행을 마치면 로봇·우주·드론·가상현실 등 4개의 테마의 전시·체험 프로그램으로 이뤄진 '미래관'과, 대기업과 정부출연연구소가 마련한 '첨단과학기술 체험관' 등에서 미래 과학기술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개막식 축사를 통해 "광복 이후 우리나라를 일으켜 세운 70가지 과학기술 전시는 대한민국 산업화의 역사"라며 "창조경제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그 성패가 달려있다"고 말했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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