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CCTV·이미지·로그 데이터 등 활용 전망
금융업체, 보호조치 전무…정보유출 대란 가능성
금융업체, 보호조치 전무…정보유출 대란 가능성
16일 금융권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정보의 주체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도록 가공한 '비식별정보'를 각 은행이나 신용카드사의 마케팅이나 시장 분석 등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이익 활동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당국은 지난 2014년 1월 발생한 1억400만건의 신용카드 정보유출 사태를 계기로 금융업체가 고객의 개인정보를 활용하는데 대한 규제 수준을 대폭 상향했다. 개인정보를 마케팅 용도로 활용한다면 일일이 정보 주체에게 동의를 받도록 하고 해당 데이터에 대한 보호와 관리 수준도 엄격하게 적용했다. 실제 금융업체들은 신용정보보호법이나 정보통신망법,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따라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주소나 전화번호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대부분 암호화 하고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정보와 직접적 연관이 없고 특정 인물과 연결되지 않는 정보, 예를 들면 결제정보와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30대 직장인이 주로 소비를 하는 지역은 서울 강남 일대'라는 정보를 도출해 금융업체가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 최근 금융당국의 의지다. 이를 통해 핀테크 등 금융 융합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비식별정보에 대한 금융기관의 보호 수준이 생각보다 낮아 자칫 무분별한 규제 완화를 한다면 또 다른 정보유출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업체들은 비식별정보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대부분 '텍스트 기반의 정형 데이터'인 것으로 나타났다. 텍스트 기반의 정형데이터란 계좌번호, 주민번호 등 문서화 된 정보를 말한다. 하지만 금융업체들이 정작 활용하고자 하는 데이터 중에는 이러한 텍스트 데이터보다 결제 데이터나 로그기록, 콜센터에서 하루종일 녹음한 음성 데이터, CCTV 촬영 등을 통한 영상 데이터, 온라인·SNS 등에서 수집한 이미지나 링크 등 각종 '비정형데이터'가 주를 이룬다. 금융업체 중 이러한 비정형 데이터에 대한 보호조치를 한 곳은 사실상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금융권 데이터관리 전문업체 관계자는 "현재 국내 은행, 카드사 등 금융업체들은 법으로 규정한 텍스트 개인정보에 대한 암호화, 비식별화 등을 비교적 철저하게 준수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미지, 영상(CCTV), 로그(결제데이터), 보이스(콜센터) 데이터 등 비정형데이터에 대한 비식별화나 암호화, 토큰화 등을 이행한 금융업체는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빅데이터에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당국이 허용한다면 정보유출이 발생할 수 밖에 없고, 이에 따라 금융업체들은 자칫 천문학적인 배상 책임과 민사 줄소송에 시달릴 우려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 전문가는 "결국 구멍난 비식별화조치는 금융업체의 천문학적인 배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섣부른 규제완화보다는 차라리 금융업체가 안전하게 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안내하고 이를 통해 제대로 마케팅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금융산업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은성기자 esth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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