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1위 '텐허-2'에 자체개발 DSP 탑재 계획
한국, 예산 반토막…그나마 대부분 외산 도입
전문가 "기술 추격보다 선도 영역 발굴해야"
한국, 예산 반토막…그나마 대부분 외산 도입
전문가 "기술 추격보다 선도 영역 발굴해야"
슈퍼컴퓨터 강대국 반열에 오른 중국이 미국의 끈질긴 견제에 대응, 핵심 부품 국산화를 선언했다.
자체 슈퍼컴 개발에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16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최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2015 국제 슈퍼컴퓨팅 콘퍼런스'에서 중국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으로 평가받는 '텐허-2'의 성능향상을 위해 자체 개발하고 있는 디지털신호프로세서(DSP)를 탑재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DSP는 일반적으로 수많은 디지털 신호를 처리하기 위해 개발된 연산처리장치로, 슈퍼컴 영역에서는 인텔 제온 파이나 GPGPU 등 연산만 담당하는 보조 프로세서로 활용된다.
중국이 밝힌 전략은 2016년까지 자체 개발한 DSP를 탑재해 현재 33.86페타플롭 성능의 슈퍼컴 '텐허-2'를 100페타플롭까지 향상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중국이 내년까지 100페타플롭 성능의 슈퍼컴 개발에 성공한다면 4년 연속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 보유국가가 되는 동시에 2위인 미국의 슈퍼컴과는 무려 10배 가까이 성능격차를 벌릴 수 있다.
중국이 슈퍼컴용 프로세서를 독자적으로 개발하겠다는 시도는 2010년부터 시작됐다.
이번에 발표한 DSP 개발 계획은 물론 현재 계산기술연구소, 강남기술연구소, 국방과학기술대학교 등에서 자체 CPU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중국이 핵심 부품을 국산화하려는 이유는 미국의 견제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이 개발한 슈퍼컴이 핵무기 실험 등 국방영역에 활용되고 있다고 판단, 인텔과 같은 IT기업에 슈퍼컴 기술 및 제품을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이 때문에 중국이 자체 역량 확보에 집중하게 됐다는 것이다.
중국의 적극적인 국산 슈퍼컴 개발 움직임과 비교해 우리나라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정부는 2021년까지 세계 7대 슈퍼컴 강국을 목표로 육성법까지 발표했지만, 최근 기재부 예비타당성 심사를 통해 책정된 사업 예산은 당초 계획의 절반인 983억원에 그쳤다. 이마저도 자체 개발 부문은 83억원뿐이고, 나머지는 외산 슈퍼컴을 도입하는 데 쓰인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예산지원도 부족하지만, 더 큰 문제는 국산화에 대한 철학이 없다고 지적한다.
대부분 인텔이나 IBM, HP 등 외산업체들이 개발한 기술을 '추격'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이보다는 아직 초기 단계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기술을 '선도'할 수 있는 영역을 발굴하는 게 진정한 의미의 국산화라는 것이다.
이재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중국 사례에서 보듯 진정한 의미의 국산화는 기존 기술을 쫓아가는 게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선도하는 것"이라며 "이미 다 개발된 인텔 기반의 HW, SW를 국산으로 개발하는 것보다는 모바일 강국의 입지를 이용해 ARM 프로세서를 탑재한 저전력 고효율 슈퍼컴을 개발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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