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산책] 드론과 `사생활 침해`](http://contents.dt.co.kr/images/201507/2015070702102251607001[1].jpg "[디지털산책] 드론과 `사생활 침해`")
최근 드론(Drone)이 널리 보급되면서 이로 인한 사생활침해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드론은 초경량비행장치로 헬리캠으로도 불리는데 카메라를 부착하여 띄우면 멋진 사진과 동영상을 찍을 수 있어 최근 보급이 확산되고 있다. 하늘을 날며 세상을 내려다보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카메라 달린 드론이 대리만족시켜 주는 셈이라 드론이 확산되는 현상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항공법상 12㎏을 초과하는 드론은 관할 지방항공청에 신고하고 교통안전공단의 검사를 받아야 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한강북쪽의 서울상공과 9.3㎞ 반경 공항관제권은 비행금지구역이라 드론을 띄울 수 없다. 수도방위사령부나 국방부의 승인을 받거나 지방항공청 허가를 받으면 가능하지만 그 경우에도 150m 이상 고도로 띄울 수 없고 공연장 등 인구밀집지역에도 띄울 수 없으며, 시야 밖으로 날리거나 일몰 후에 날리는 것도 금지된다. 이러한 제한은 비행의 안전과 오작동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하여 불가피하지만, 지나친 규제는 드론산업의 위축을 가져올 우려가 있으므로 위험도가 낮은 드론에 대하여는 규제완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 5만 여대 내외로 추정되는 드론은 순기능과 역기능을 함께 가지고 있다. 순기능으로는 예컨대 산악지대, 화산지역, 지진발생지역 등 사람이 들어가기 힘든 지역을 탐색하여 지형을 파악하거나 조난자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방송에도 많이 이용되는데, 내셔널지오그래피는 2014년 탄자니아에서 사자의 생태계를 촬영하는데 드론을 사용했고, CNN도 터키의 시위현장, 필리핀의 태풍 취재 등에 드론을 이용했다. 국내 방송사도 예능이나 여행방송촬영에 드론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 배달업계도 드론에 관심이 많다. 도미노피자는 2014년 6월 드론이 피자를 배달하는 모습을 유튜브에 공개했고 DHL은 드론을 이용해 섬에 의약품과 긴급구호물품을 전달하고 있다. 영상관련 직업인이나 동호회인들은 특히 드론의 이용을 환영한다. 드론영상은 지상에서 카메라를 들고 찍어서 구현할 수 없는 환상적 입체감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최근 등장한 드론은 손목에 장치를 단 사람을 따라다니며 영상을 찍는 이른바 셀카드론으로 앞으로 셀카봉을 밀어내고 대세를 차지할 가능성도 있다.
드론의 역기능은 안전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예컨대 잘 날던 드론이 장애물에 부딪치거나 고장이 나면 갑자기 추락할 수 있다. 유명가수 엔리케 이글레시아스는 공연 도중 다가온 드론을 잡으려다가 프로펠러에 다친 일도 있다. 또한 테러리스트가 드론에 위험물질을 넣어 배달할 수도 있고, 드론 자체가 해킹을 당할 위험성이 상존한다. 다음으로, 촬영목적의 드론이 많아질수록 사생활침해 위협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집안을 들여다보는 드론을 집주인이 부수는 사건이 있었고, 캐나다의 한 남성은 다운타운 콘도 36층에 위치한 자신의 집을 몰래 감시하는 드론을 경찰에 신고하고, 아울러 창밖에 떠 있는 드론의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여 인터넷에 올려 드론에 의한 사생활침해의 우려를 알렸다. 우리나라에서는 비행금지구역에 띄워진 드론을 격추시키려고 군병력이 출동한 일이 있고 북한이 날린 것으로 보이는 드론이 청와대 상공을 지나다닌 일도 있었다.
실제로 아파트 등 주거지역에 드론을 날릴 경우 주택내부를 쉽게 촬영할 수 있으므로 그로 인한 사생활침해는 곳곳에 설치된 CCTV로 인한 사생활침해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할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드론전용 비행구역 설정을 검토해야 한다. 허가를 받지 않은 경우 전용구역에서만 드론을 띄우게 한다면 사생활침해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일본이 마련한 가이드라인을 보면 사생활침해방지를 위해 주택가에 드론을 날려 촬영하지 말 것, 촬영된 차량의 번호판을 모자이크 처리할 것, 촬영된 사람의 삭제요청에 사업자가 적절히 응할 것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우리에게 좋은 참고가 된다.
드론산업의 활성화는 당연히 필요하지만 못지않게 관련 법제도 정비도 중요하다. 미국, 캐나다, 일본 등지에서는 벌써부터 상업용 드론에 대한 객관적 기준을 마련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움직임이 없다. 요컨대 드론 시장이 커질수록 사생활침해, 안전성문제 등이 민감하게 제기될 것이므로 관련 사업자와 이용자 등 모든 이의 합리적 요청에 의한 입법적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하겠다.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이버범죄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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