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 세계 첫 방송할당… 전문가 “개탄할 일”

국회 개입 '우격다짐'식 주파수 활용안 '나쁜 선례'
UHD방송용 5개채널 분배… 주파수 혼 · 간섭 우려
국제 규격 달라 방송·통신망 등 구축비 상승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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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세계 첫 방송할당… 전문가 “개탄할 일”
지상파 방송사와 통신 진영이 줄다리기를 펼치던 700㎒ 대역 주파수 용도 논란이 일단락됐다.

정부가 700㎒ 대역을 방송과 통신에 모두 할당하며, 초고화질(UHD) 방송용으로도 5개 채널을 분배키로 했다. 결국 국회의 끈질긴 방송 할당 요구에 무릎을 꿇은 셈이다. 이에 따라 전문성이 부족한 국회가 정부의 주파수 정책에 개입해 방향을 틀었다는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됐다.

기술적으로도 UHD 채널 1개 폭(6㎒)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주파수 보호대역을 무리하게 줄임으로써 주파수 혼·간섭 우려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또 국제적인 주파수 표준규격과 달라 방송, 통신, 재난안전통신망까지 구축 비용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래창조과학부는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주파수정책소위원회에서 보호대역을 줄여 UHD 채널 5개(총 30㎒ 폭)를 할당토록 하는 700㎒ 분배 방안을 보고했다. 미래부 안은 아시아태평양 전기통신협의체(APT) 공동 주파수 할당계획(이하 APT플랜) 상의 보호대역 10㎒ 폭을 5㎒ 폭으로 줄이고, 재난망과 방송 사이의 보호대역 3㎒ 폭을 2㎒ 폭으로 줄여 UHD용 1개 채널(6㎒)을 추가하는 안이다.

앞서 미래부는 국회 압박에 지상파 UHD를 위해 700㎒ 대역에서 4개 채널 24㎒ 폭을 분배하고, DMB 대역에 1개 채널(EBS)을 분배하는 '4+1'안을 고육지책으로 내놨다. 그러나 국회가 EBS까지 700㎒ 대역을 할당하라며 압박의 고삐를 늦추지 않자, 이 같은 안을 내놓게 됐다. 거의 우격다짐 식 주파수 활용안을 만든 셈이다.

최재유 미래부 제2차관은 "정부 입장에서는 4+1안이 바람직하다고 봤지만, 소위에서 여러 지적이 나옴에 따라 기술적 대안을 마련했다"며 "보호대역과 유휴대역 활용을 검토한 결과 UHD 5개 채널 할당이 가능함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전성배 미래부 전파정책국장은 "처음 할당안을 세울 때 700㎒ 대역의 LTE 표준도 없고, UHD도 시험방송 중이라, 보호대역을 APT플랜 상 10㎒ 폭으로 잡았다"며 "표준기술보다 강한 필터(전파가 다른 채널로 새지 않게 신호를 자르는 장치)를 적용했을 때 보호대역을 5㎒까지 줄여도 혼신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700㎒ 대역에는 지상파의 아날로그 종료에 따른 유휴대역 108㎒ 폭이 있다. 당초 정부는 지난 2012년 모바일 광개토플랜2.0을 통해 700㎒ 대역 40㎒폭을 통신용으로 할당키로 했다. 이후 지난해 세월호 참사로 20㎒ 폭을 재난망용으로 배분했다. 그러나 지상파가 UHD 전국 방송을 위해 54㎒폭을 공짜로 할당해달라고 주장하며 갈등이 불거졌고, 국회가 여야 가리지 않고 방송할당을 압박하며 논란이 돼왔다.

주파수 전문가들은 개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세계적 흐름을 거스르며 700㎒ 대역을 방송용으로 할당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해외 국가들은 700㎒ 대역을 이미 통신용으로 할당했거나, 준비 중이다. 게다가 늘려도 모자랄 주파수 보호대역을 오히려 줄임으로써 혼·간섭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래부는 유관기관과 2만여 번의 실험을 진행한 결과 혼·간섭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설명하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홍인기 경희대 전자전파공학과 교수는 "방송이 통신보다 출력이 큰데 보호대역을 5㎒ 폭으로 줄였으니, 안전할 것 같지 않다"며 "UHD 방송의 출력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일부 지역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재난망과 주파수 보호대역도 논란거리다. 재난망과 간섭이 일어날 경우 10여 년 논의 끝에 본격 구축을 시작하는 재난망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김창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박사는 "재난망과 인접대역에 방송을 분배하면 최소 6㎒ 폭의 보호대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기존 표준보다 강력한 필터를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방송과 통신 모두 장비 구축비용이 올라가고, 재난망도 기지국을 촘촘히 세워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박덕규 목원대 교수는 "이번 정부안은 정상적 단말기나 방송 규격으로는 어렵겠지만 더 엄격한 필터를 써서 억지로라도 5개 채널을 방송에 할당하겠다는 것"이라며 "방송과 통신 모두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재난망도 비용 증가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윤희기자 yu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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