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규 칼럼] 다음카카오와 호조작가](http://contents.dt.co.kr/images/201507/2015070602102251673001[1].jpg "[임윤규 칼럼] 다음카카오와 호조작가")
20대 중반의 미국 여성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애플을 상대로 벌인 한판 싸움이 화제다.
애플은 최근 출시한 애플뮤직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석달간 무료 제공키로 하고, 이 기간 동안 음반사와 아티스트에게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겠다고 했다.스위프트는 "우리는 애플에 공짜 아이폰을 달라고 하지 않는다. 그러니 애플도 우리에게 무료음악을 요구하지 말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진 말이 마음을 흔든다."지금 내 행동은 석 달간 로열티를 받지 않고는 생활하기 힘든 신참 밴드나 아티스트들을 지지하기 위한 것이다."
애플은 당초 방침을 철회했다. 일곱차례 그레미상을 수상한 미모의 톱 가수이자 10대들의 우상인 스위프트다. 특정 음악서비스 업체로부터 로열티 석달 받지 않는 다고 그녀의 경제적 삶에 변화는 없을 일이다. 그녀는 왜 애플을 겨냥해 통렬한 비판의 날을 세웠을까.
'국민메신저' 카카오톡의 대화 내용을 풍부하게 이끌어주는 '이모티콘'은 단순 캐릭터를 넘어 이용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강아지 '프로도', 고양이 '네오' 등으로 구성된 카카오프렌즈 시리즈다. 카카오프렌즈의 원작자는 호조(본명 권순호) 작가다. 그는 가수 싸이의 6집 앨범을 그린 디자이너로도 잘 알려져 있다.
다음카카오는 카카오프렌즈를 앞세워 대대적인 캐릭터 사업을 진행 중이다. 500원짜리 칫솔하나가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하나 달고 4900원에 판매된다. 성공적 캐릭터가 창조한 고부가가치다.그런데, 호조 작가는 오프라인 캐릭터 사업에서 창출된 수익을 공유하지 못한다. 호조 작가와 다음카카오가 맺은 최초 계약 때문이다. 카카오프렌즈의 지식재산권(IP)은 모두 다음카카오 쪽에 있다.
다음카카오는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가 합병한 회사다. 두 회사 모두 대한민국 대표 벤처기업의 성공사례다. 다음은 강력한 유선 브로드밴드를, 카카오는 고속의 모바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태어났다. 모두 인프라 중심 IT정책과 통신사업자들의 네트워크 투자가 있어 가능했다. 따라서 두 회사는 대한민국의 건강한 IT 생태계 조성과 콘텐츠 산업 활성화를 위해 힘써야 할 '빚'이 있다.
호조작가의 권리에 대해 다음카카오가 처음 계약 운운하며 새로운 가치부여를 망설이는 모습은 어딘지 나이 값 못하는 동네 나쁜 형 같다. 석달 동안 음원 저작권료 떼 먹으려다 망신당한 애플처럼 보인다.
사실 오늘은 호조작가 얘기를 더 하고 싶다. 아직 공식적으로 만난 적은 없지만, 서른 아홉의 나이에 자신의 영역에서 인정받고 있는 스타급 창작자여서 존경스럽기도 하다. 그는 카카오프렌즈 관련 IP 문제가 갈등을 일으키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한다. 카카오프렌즈를 계속 그리고 싶다며, 처음 맺은 계약을 존중하고 소송할 뜻도 없단다. 지금으로도 행복하니 굳이 논란 키우고 싶지 않다는 말로 들린다.
그런데, 그러면 끝나는 일인가.창작은 고통이다. 아직도 척박한 현장에서 김밥과 라면 먹으며 그림 그리는 후배들도 많다. 힘 없을 때 어쩔 수 없었다면, 능력 있고 힘이 생겼을 때 자신의 권리를 외쳐라. 그것은 배신도, 부끄러운 일도 아니다. 콘텐츠산업의 출발선에 있는 사람들에게 힘을주고,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는 일이다. 디지털세상에서 IP에 제 가치를 부여하는 것, 그것에 대한 논쟁은 결코 소모적이지 않다. 저작권법은 바뀐 세상에선 수정되어야 마땅하다.
애플을 굴복시킨 스위프트는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이렇게 일갈한다. "가치 있는 어떤 것에는 돈을 지불해야 한다."
임윤규 IT정보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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